[자녀교육이야기]아이 몸에 멍 자국이 보여요. 제겐 얘기를 않는데 어쩌죠?

글쓴이 이원진

등록일 2015-06-09 17:49

조회수 2,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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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몸에 멍 자국이 보여요. 제겐 얘기를 않는데 어쩌죠?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의 몸에서 알 수 없는 멍 자국을 발견한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놀란 마음을 금하지 못할 것입니다.

 

게다가 상처가 생긴 자초지종을 묻는 부모의 질문에 아이가 입을 다물고 전혀 답을 하지 않는다면, 부모의 속상함과 놀란 마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애꿎은 아이에게 언성을 높이고 화를 내는 모양새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빨리 말하지 못해? 어디서 어떤 놈한테 맞은 거야? 왜 말을 못 해? 빨리 얘기해보란 말이야!” 부모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큰소리로 아이를 다그치지만, 오히려 아이는 어깨를 움츠리고 눈물만 뚝뚝 흘리거나 경직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 채 더 굳게 입을 다물어 버립니다.

 부모는 숨이 넘어갈 지경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이가 몸에 멍이 들도록 매를 맞고 들어왔을 때 부모로서 그 마음이 어떨까 충분히 짐작되지만, 이럴 때일수록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침착함과 냉정함입니다.

 

또한 아이가 입을 쉽게 열지 않는 것은 내 아이만이 아니라 많은 청소년기 피해 학생이 지닌,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특성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이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일단 부모 마음에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처한 상황을 잊은 채 “아니, 엄마(아빠)가 물어보면 대답을 해야지! 너 지금 날 우습게 보는 거야?”라든지, “ 맞고 들어왔는데 억울하지도 않아? 왜 말을 못해? 입은 장식으로 달고 다녀?”라는 식으로 아이를 마구 다그치다 보면 오히려 부모가 마음이 더 조급해져 참을성을 잃기 십상입니다.

 

이럴 경우 자칫 잘못하면 부모의 다그침이 아이들 눈에는 관심이 아닌 호들갑이나 화풀이로 비칠 수 있고, 바로 이런 호들갑스러운 반응이 염려되어 아이는 부모에게 자신이 당한 피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저는 지금 부모의 반응이 야단스럽다고 해서 그 반응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거나 어른답지 못한 태도라고 비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화가 나고 속이 상해도 육체적 피해를 입고 들어온 아이에게 정확한 자초지종을 들으려면 절대 침착함과 냉정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으로 떨고 있을 아이를 가능한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는 목소리부터 조용조용하게, 침착한 어조로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아이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오히려 더 움츠러들고 불안에 떨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조차도 불안에 떨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조차도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 흥분하는 사람보다는 침착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 사람을 보다 신뢰하고 따른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도 부모는 네 편이라는 사실을 아이에게 조용히, 하지만 분명히 인식시키고, 그래서 부모에게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믿음을 아이 마음속에 심어주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음은 제가 피해 학생들을 상담할 때, 특히 자신이 당한 일을 쉽게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아이에게 다가갈 때 흔히 쓰는 대화법입니다.


“00 야, 선생님은 누가 뭐래도 네 편이야. 혹시라도 널 괴롭히는 아이가 있다면 선생님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너는 지금 많이 무섭기도 하고 혹시라도 더 큰 괴롭힘을 당하게 될지 몰라 두렵기도 하겠지만, 네가 선생님을 믿어줬으면 좋겠어. 내가 너를 도울 테니 너도 선생님을 도와줘. 선생님을 믿고 이제껏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근 차근 얘기해봐.”


여기에서 ‘선생님’을 ‘엄마’나 ‘아빠’로 바꿔 말해줄 수 있습니다.


“00야, 아빠(엄마)는 누가 뭐래도 너를 사랑하는 네 편이야. 네가 힘들고 어려울 때는 아빠가 네 편에 서서 너를 도와줘야 할 의무가 있어. 또 혹시라도 네가 위험하거나 해를 입을 만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 사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고, 너를 그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아빠의 역할이고 할 일이야. 그런 아빠를 네가 믿어주었으면 좋겠어. 그럴 수 있지? 이제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빠한테 얘기해줄래? 차근차근 하나 하나 얘기해줘.”

 

 


이렇듯 단호하면서도 차분한 어조로 다가가면, 신기하게도 아이는 입을 열어 이제껏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아이는 자신이 당한 피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진정 자신의 편에 서서 자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믿을’만한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가끔 이렇게 다가가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아이가 있는데, 그럴 경우 제가 최후의 무기는 이렇습니다.


“얘기하기가 쉽지 않지? 선생님도 이해해. 그렇지만 얘기하지 않는 다고 해서 선생님이 그래, 알았어, 가봐, 하고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그만큼 너는 선생님에게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만약 네가 선생님한테 얘기를 못 해주겠다면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아. 같은 반 친구들은 한 명씩 불러서 물어볼게.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부모라면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 아빠한테 얘기하는 거 쉽지 않지? 아빠도 이해할 수 있어. 그렇다고 아빠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은 너도 이해하지? 네가 아빠한테 얘기해주 게 어렵다면 아빠가 내일 학교에 찾아가서 선생님을 만나 뵙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알아볼게.”


이쯤 되면 대부분의 아이는 머뭇거리면서도 “아니예요, 제가 얘기할 게요.” 하며 닫았던 입을 여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 회유가 필요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로서 아이가 입은 피해에 대해서, 피해 당사자인 자녀를 통해 정확히 듣고 파악하는 일입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얼마나 자주 또 많이 괴롭힘을 당했는지를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몸에 남은 멍이나 상처를 사진으로 남겨 구체적인 자료들을 모은 뒤 학교로 찾아가 담당자에게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부모로서 자식의 상처를 접하며 순간적으로 끊어 오를 수 밖에 없는 분노와 속상함을 꾹 참고, 침착한 모습으로 아이에게 다가가야 아이로 하여금 신뢰를 얻고 닫힌 입을 열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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