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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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님의 글은 참 좋은 글이 많더군요.
저도 직장에 다니는 엄마로서 그 흔한 조기 교육 방문 교재를 사용해 보지 않는 엄마로서, 아니 저는 그것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지나친 상업성에다 마치 그것을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가 뒤지는 것처럼, 그것을 사용하면 모두가 뛰어난 아이처럼 된다는 근거없는 선전에 화가나구요. 저도 역시 돌아오면 제 몸하나 가누지 못할 정도로 피곤하여 아이에게 책 한번 읽어 줄 시간이 없구요. 그러나 엄마가 모든 것을 해 주어야만 아이가 뛰어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아이가 노는 모습을 바라보면 아이들이 얼마나 창의적인 놀이를 하는 지 몰라요. 그냥 노는 것 자체가 아이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고
지능개발과 사회성 정서 함양 모두가 좋다고 생각해요. 영어도
무리하게 시키지는 않아요.영어는 문화의 이해와 함께 다양한 언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냥 부담없이 하루 몇 분 매일 반복하며 동화책을 읽어주고 필요할때 몇 마디 영어로 가르쳐 주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더 시킬 여력이나 힘도 없구요. 그래도 영어나라 몇 년 한 아이에 비해 뒤지지 않더군요. 아니 뒤지면 어떻습니까
지금 판 가름 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뛰어난 아이보다는 어려움을 극복할수 있는 의지와 마음이 넉넉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놀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세워논 틀에 맞추어 아이가 자랄 수는 없지요. 자기가 경험해 보는 가운데
시행 착오를 거친 아이는 엄마가 비싼 교구교재를 들이대며 여러가지 시키는 아이보다 훨씬 잘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장 다니는 엄마 힘내세요.
송지현님의 글입니다.
> 처음엔 영어를 비교적 늦게 시작한 아이의 엄마로서,
> 또 그 아이가 영어를 거부한 시기를 겪은 엄마로서
> 그 경험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글이
> 어쩌다 보니 영어와는 별 관계없는 글이 계속되어
> 여기 글쓰는 마음 결코 편치만은 않습니다.
>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제 생각 등을
> 검증받고 싶은 마음도 있고 또 혹시 작은 도움이나
> 논의꺼리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 다시 글쓰기에 커서를 얹고 엔터키를 칩니다.
>
> 전 일산에서 서울로 통근을 합니다.
> 일산에서 바로 타면 50여분, 구파발에서 타면 25분 정도 걸리는데
> 왕복으로 치면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닙니다.
> 처음 일산으로 이사가서 전철을 타고 출근 할때는
> 정말 만반의 준비를 했었지요.
> 신문을 챙기고 책을 챙기고, 좀 지나서는 워크맨을 장만하고...
> 그러다 어쩌다 이 모든 것을 놓고 타는 날에는
> 안절부절 했답니다. 이 긴 시간을 뭐하면서 가나,
> 잠도 청해보고(지금은 잘 잡니다만, 그땐 그것도 잘 안되었어요)
> 앞사람도 멍히 바라보고...그 50여분이 다섯시간처럼
> 길게만 느껴졌으니까요. 그렇게 먼 출퇴근은 처음이라 몸도 천근만근,
> 시간 허비한 것 같아 마음도 천근만근.
> 그런데 요즘에는 일부러 아무 준비 없이 탈 때도 있답니다.
> 그 이유는... 제가 아무 것 없이도 그 긴 시간을
> 활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
> 공상하기, 사람관찰하기, 전철내 광고판 읽기, 멍하니 머리속 비우기, 이도저도 아니면 쿨쿨 잠자기...정말이지 무궁무진하답니다.
> 특히 공상하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면 50분이 어떻게 지나갔나
> 모를 지경이구요.사람들 관찰은 또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 머리속 비우고 아무 생각 안하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았구요.
>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날에는 특히 더 그래요.
> (물론 정신의학적으로 검증 안 된 얘기지만)
> 왜 진정한 강태공들은 낚시터에 고기를 잡으러 가는게 아니라
> 마음을 비우러 간다고 하잖아요.
>
> 책이나 신문, 영어테이프는 제게 지식과 정보를 주었듯
> 공상이나 사람관찰, 잠자기, 머리비우기 등등은 또다른
>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았어요.
> 근데 , 제가 이렇게 아무 것도 없이
> 전철을 타고 거기서 에너지까지 얻고 있다는 것을
> 깨닫게 된 것 최근 일이랍니다.
> 저도 모르게 그냥 그렇게 되었던 것이죠.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
> 전 그걸 깨닫는 순간,
> 제 딸 아이가 생각났어요.
> 아이에게도 채워주는 일 못지않게
> 비워주는 일(? 정확한 표현같지는 않지만, 편의상 그렇게 쓸게요)이
> 필요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예요.
> 뭔가를 해주기 위해(꼭 교육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 책이며 비디오 CD에 장난감, 퍼즐맞추기, 레고같은 교구(이것도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어요)를 아깝단 생각않고 사주고, 그것도 모자라
> 남의 집 아이들과 비교해 너무 못해준다는 자책을 하기도 하고...
>
> 어쩌면 이런 것들이 너무 흔해서, 너무 쉽게 가질 수 있어서,
> 아이 스스로 놀거리나 배울거리를 찾을 기회를 놓치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너무 비약하는 건가요?
>
> 물론 책이나 비디오 장난감 등등이 우리 아이들을
> 얼마나 빨리 성장시키고 똑똑하게 만드는가를
> 부정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정말 중요하지요.
> (사실 전 채우는 일에 더 노력해야 할 엄마입니다)
> 하지만 때때로 이런 것들 속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도
> 아이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죠.
> 심심해도 보고 심심하다보면 집안 구석구석에서
> 스스로 놀거리를 찾아보기도 하고 엉뚱한 공상을 하기도 하고
> 그러다 보면 생각하는 힘도 늘지 않을런지...
> 지식과는 또 다른 지혜를 얻게될 것 같기도 한데...
> (우리 아이들이 어른되어 살 세상은 지금보다
> 더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이 될 것은 불보듯 뻔한데
> 그때 비우기를 할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하고 있다면
> 세상살이가 좀 편해지지 않을까요-역시 비약)
>
> 그래서 전, 한 달에 한번쯤은
> 집안에 책이나 장난감을 다 치워놓고 비디오나 컴퓨터도
> 못 켜게 하고선 스스로 놀아보게 하면 어떨까 하고
> 생각하고 있답니다.
> 여행이나 바깥놀이와는 또 다른 효과(?)가 있을 것 같긴한데...
> 하지만,저도 이게 실현가능한 일인지,생각만큼
>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 어쩌면 지나친 비약이 낳은 궤변적인 생각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
> 해보지도 않고 자신하지도 않으면서 무책임하게
> 글을 올렸냐고 비난하실지도 모르겠지만,
> 모두 아이들을 채워주기 위해 애쓰는 틈에
> 잠시 이런 생각도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 글을 올렸습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
> 실천은 못하고 이것저것 생각만 많은
> 이현엄마
>
>
>
| [36개월 이후][RE] 키우며 생각하며- 채워줄 때와 비워줄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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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두아이엄마 등록일 2000-10-28 23:26 조회수 1,2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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