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엄마...2003/08/28 2003-08-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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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지치고 힘든 밤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게는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아이가 있습니다

한 아이는 너무 <반듯함>에만 치중하여
칭찬도 곧잘 해주었지만 잘못에 대해서도 너무 단호하게
대처한 탓에 엄마 눈치 많이 보고 뻑하면 눈물이 그렁그렁한 여섯살 남자 아이...

또 한 아이는...
왠 고집이 그리도 센지 아무 때나 울고 불고 해서
가뜩이나 성질 급하고 나쁜 에미를
더욱 나쁜 인간으로 몰아가고야 마는 세살 여자 아이입니다

최근에 와서야 여러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들을 보면서
반성도 많이 하고 딴에는 노력도 해보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을 깨는 날이 아직도 많습니다...

오늘 유치원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은창이가 세명의 아이를 발로 얼굴을 때렸답니다
맞은 것이 아니라 때렸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운데
그것도 발로, 그것도 얼굴을....
은창이가 좋아하는 민지라는 여자친구를 한 친구가
계속해서 괴롭히길래 은창이가 쫓아가서는
발로 얼굴을 밀었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그 친구가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다고는 했습니다
나중에는 화해하고 뒤엉켜서 잘 놀았답니다..

그러나 더 감당하기 힘든 것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이 두번의 주의를 준 후의 세번째 잘못에 대해
이야기 하시면서 엄마에게 말해도 괜찮겠냐고 물으셨답니다
그랬더니 은창이가 울면서 싫다고 했더랍니다
아...가슴이 무너졌습니다
그저 아빠를 무척 따른다고만 생각했지
저를 그렇게 두려워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싸안기보다는
<사랑>하기에 잘 되라고 혼낸다는
말도 안되는 잣대로 착하고 여린 아이를
내몬 결과입니다 ㅠㅠ

밤이 되었고 낮잠을 안잔 은송이가 지쳐서
제 무릎에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자리에 눕혀야 하는데 방이 어질러져 있었고
그래서 은창이와 바톤터치를 하려고
조심스레 무릎을 교환하던 차에 은송이가 깼습니다
그 때서 부터 울기 시작하는데...
물론 처음에는 당연히 달래고 얼르고 했습니다
안아도 주고 업어도 주었지만
몸을 하도 뻣대서 떨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천사처럼 이쁜 새끼가 웬수가 되는 순간이 점점 다가왔습니다
십분 이십분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뜨거운 것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은송이가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한 지
정확히 이십오분만에 은송이 엉덩이에는 불이 번쩍였습니다....
그렇게 무너진 자신에게 화가 났고
저를 그렇게 무너뜨린 은송이에게도 화가 났습니다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도 잘 알지만
심정적으로는 그렇게 느낄 수 밖에 없는 모자란 엄마입니다..)
"그래 잘 됐다...목욕도 안했는데
실컷 울고 씻고나 자라..."
그게 은송이에게 그나마 제가 한 최선의 발언이었습니다
물론 은송이는 더 소리소리 질러가며 울었지요..
은송이 목욕을 시키고 쳐다보니 코가 빨간
천사같은 꼬마가 나를 한없이 원망스런 눈으로 쳐다보더군요...
제가 가만히 팔을 벌리니 서럽게 서럽게 울면서
안기더니 이내 잠이 들었습니다

잠든 은송이 곁에서 은창이에게 물었습니다
"은창아...엄마 좋아?"
"응...좋아.."
"엄마가 많이 혼내고 맴매하기도 하는데 좋아?"
"나를 너무 사랑해서 그렇잖아(저 여기서 울었습니다...) 다 알아.."
"아니야..너랑 은송이를 많이 사랑하지만 너희를 혼내고 맴매한 것은
<제대로> 사랑하지 못해서야...
은창이가 낮에 민지를 괴롭힌 친구를 생각과 말로서 말리지 못하고
비겁하게 힘으로 쉽게 밀어붙인 것처럼
엄마도 비겁해서 힘으로 밀어붙인 거야
그건 옳지 않아, 비겁한 거야
그건 나쁜 마음한테 지는 거야
그런데...은창이보다 엄마가 더 비겁하고 나빴어
은창이는 키도 비슷하고 힘도 비슷한 친구에게 비겁했지만
엄마는 엄마보다 훨씬 작고 힘도 없는 은송이에게 비겁했잖아...
엄마는 비겁했어..."

그런 말을 다 끝냈을 때...
은창이는 이미 제 무릎에서 잠이 들어있었습니다...

지금 심정은 아무도 나를 모르는 세계로 뚝 떨어지고만 싶습니다
당연하겠지만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는 핑계만
머리 속에 맴맴 돕니다...

은창이를 생각하면...
잘못된 방향(눈물이 많다고 참 많이 혼을 냈습니다)으로 오년을 키웠으니
그것을 치유하는 시간은 그 이상이 걸리겠지요...
그렇다고 포기할 부분이 아님을 압니다
제가 유난히 은창이에게 미안한 마음의 육아일기를 썼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둘이 싸우다 은송이가 잘못하면 당연히 은송이도 혼내고
은송이가 이른 낮잠을 자면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은창이를 굳이 업고 비탈길을 오르기도 하고
괜히 잡지 않아도 충분히 안전한 길을 손잡고 걷고
그저 양말이라도 은창이 것은 한번 더 만져지고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대단하다는 말 하면서
지나간 시간을 곱씹어 반성하는데
처음에는 의아해 하던 녀석도 이제는 느물느물 헤벌죽 웃기까지 하면서
지 에미 놀려대는 재미도 새로이 생긴 것이 희망이라면 희망입니다


아...그리고 우리 은송이...
저를 천당과 지옥으로 하루에도 열두번 더 옮겨놓는 고집쟁이 울 딸...
대부분 그 고집에 꺽이지만 아주 가끔은 엉덩이를 때리기도 합니다
문화의 차이 어쩌구저쩌구 하지만...결국은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의
체벌은 옳지 않습니다
고쳐가도록 정말 노력하겠습니다
물고 빠는 그 엉덩이에 불을 내는 일은 없어야 겠습니다...

육아일기를 쓰면서
그야말로 제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부분 좋았던 사건을 중심으로 쓰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그런 시간을 더 늘릴려고 노력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괜히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육아라는 것이, 더욱이 이리저리 모자란 엄마의 입장에서의 육아가
핑크빛만일 수 없음을 알지만 알지만...
오늘같은 날...더욱 큰 패배감을 맛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저처럼 힘드셨던 세상의 모든 엄마들...
기운내시고 포기하지 않도록 하자구요...

어느 분이 쓰신 글 중에 있던 말...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의 전부라는 말에 가슴이 아린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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