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아주 오랜만에 서점에 가게 되었습니다
서점이 목적지가 아니어서 그리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고
그래서 더욱 쫘악~펼쳐진 책들이 반갑고 급했습니다..
마음은 그런데 몸은 반대로 한껏 느려서
이쪽저쪽을 기웃거리지만
결국의 발걸음은 늘 유아책코너에 이릅니다
하도 많아서 어떤 것이 눈에 탁 들어온다는 것이 무리였습니다
그래서 그냥 수첩을 꺼내들고 대충 보고 서평읽고서
괜찮으면 인터넷서점에서 사야지 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
얼마전 동네 아줌마와 이야기 끝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은창이가 사회적 위치보다 정신적 풍요로움에 이르렀으면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서는 그 아이가 행복할 수 있다면
청소부여도 좋겠다...
뭐 이런 감상적이고 철없는? 이야기를 한 뒤에
발견하게 된 내가 딱 말해버린 그 <행복한 청소부>였지요...
사실 처음에는 가슴이 콩딱였지요
정말 청소부가 행복한 이야기일텐데
정말 은창이가 그런 행복한 청소부가 된다면
내가 감사할 것인가 하는
내밀한 물음에 자신 없어지고
슬금슬금 행복한 의사도 괜찮잖아...하면서
조심스레 집어든 책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다 읽었고
저는 무료배송가격을 위해 사야할 책을 한꺼번에
몰아서 사는 기다림 속에 이 책을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제 값을 다 치르고 살 만한 책이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
가치있는 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독일의 거리표지판을 청소하는 일을 하는 이 아저씨는
자기 일에 열심이었고 만족했습니다
사람들은 칭찬했고 아저씨는 즐거웠지요
어느날 문뜩 아이와 엄마와 나누는 별스럽지 않은 대화를 듣고
아저씨는 자신이 매일 닦는 거리의 표지판의 인물들이 궁금해집니다
글루크,모차르트,바그너,바흐....
괴테,그릴파르처,만,바흐만,부슈...
아저씨는 밤을 새워 음악을 듣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기 시작했습니다
오페라에도 가고 멋진 글귀를 외우기도 했습니다
청소를 하면서 가곡을 흥얼거리고
희곡의 대사를 멋지게 흉내내기도 하지요
점점 더 깊이 작가와 음악가와의 교류(음악과 책을 통한)가 깊어지고
어느새 아저씨 주위에는 아저씨의 노래와 강연을 듣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합니다
청소국에서는 감사의 꽃다발이 오고
수많은 감동의 편지가 오고
급기야는 여러 대학에서 강연을 제의해 옵니다
아저씨는 고민합니다
아저씨는 어떻게 했을까요?ㅎㅎ
사실 이 책은 그저 듣기만 하는 은창이한테도 다소 내용이 길고 지루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은창이는 막바지에 이르러 하품을 하고
몸을 꼬기 시작했으니까요...
오히려 은송이랑 노래하고 있던 남편이 노래를 멈추고
더 열심히 들었습니다
좀 떨어진 남편을 위해 제가 소리를 높여 읽는 수고가
즐거웠습니다
남편은 "훌륭한 청소부네..."라고 말하더군요
그래도 저는 역시 <행복한 청소부>라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저씨 스스로 즐거움과 기쁨을 위해 살았으니까
그것이 다른 사람보기에는 훌륭한 결과를 낳았다해도
아저씨 본인은 행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거든요...
지금은 은창이가 하품을 하고 간신히 들어주었지만
어린이성경 옆에 두고 함께 오래토록 읽어주고 싶은 책입니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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