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대로 된 밥을 먹어본지 오래다
남편은 연일 계속되는 회식과 기타 저녁을 때우게 되는 일이 자주 발생했고
그래서는 안되는 줄 알면서도 대충 떼우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대충 밥상을 점검해보자
아침
얼마전에 아이와 읽은 책, <하나라도 백개인 사과>라는 책에서
힌트를 얻고는 아침 밥상에 사과가 꼭 올라온다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메달,
점심에 먹는 사과는 은메달, 저녁에 먹는 사과는 동메달...>
신문에서 읽고 먹기 시작했는데
은창이를 설득하기에는 엄마의 언변이 부족해서인지
시큰둥하던 녀석이 이 책의 내용을 보고는
무슨 아침조회 때 구호마냥 외치면서
한조각의 사과를 와사삭 베어 문다
그리고 추가되는 것이,,,
토스트식빵과 우유 한잔 혹은 구운 가래떡이나 야쿠르트...
점심
은창이는 유치원에서 먹고 온다
모임이 있는 날은 김밥을 먹고
동네 친구와 만나서 먹고(친구집에서^^;;)
아니면 압력솥에 얼른 해서 대충 먹고...
저녁
그래도 한끼는 모양나는 도마질을 해야 하지 않냐고...
밥이라는 걸 남편만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건만
남편의 바깥일이 늦어지는 날에는
밥만 해서 먹게 되는 것이다
찌개도 없이 김치,김,생선구이 한조각 아니면 달걀찜, 무말랭이무침...깻잎무침.
이 식단이 며칠 째 계속되고 있다
그저께는 그렇지 않아도 엄마의 성의없는 식단에
불만이 많았던 오누이가 저녁에 밖에서 놀다가
어찌하다가 교회목사님 댁에 가서 놀게 되었는데
그 집에서 밥다운 밥을 만나게 되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는 오누이를 보는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나도 오기가 있고 자존심이 있지...
어제는 날 잡아 맛난 된장찌개를 끓일려고
호박,감자,팽이버섯.두부,양파,조개,파,마늘...준비를 했다
밖에서 잘 놀던 은창이가 저녁이 다되어
또 목사님 댁에 가서 놀겠단다(또래 아이가 한명 있다)
그 때 나는 통화중이었고 성화를 해대는 아이에게 그러라고 하면서
지 동생하고 신이나서 가는 뒤에 소리쳤다
"엄마 저녁 준비하니까 저녁 먹으면 안돼...절대 먹지마..."
예상보다 전화가 길어졌고
부엌에 가서 가스를 켜려는 순간 문뜩 이 녀석이
앞뒤말 다 빼고 그 <절대 먹지마>라는 말만 전했으면
어찌 하나라는 생각에 급히 목사님 댁에 전화를 했다
다행히 그 말은 안했지만 벌써 저녁은 먹고 있었다 ㅠㅠ
아 어찌해야 하나...밥을 할까 말까...
그 때 전화가 왔고 친구의 말은 하라는 지시..
그래야 내일 아침 먹을 밥 생긴다고^^
그래 하자...
아이 낳고 아이들 입속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즐거워서
내 입에 무엇이 들어가는 지도 모르고 보낸 눈물어린 세월이
문뜩 내곁을 스치면서
"그래 나만을 위한 밥상을 차려보는 거야..."고 생각했다
미리 받아놓은 쌀뜨물을 뚝배기에 넣었다
(먼지 앉은 뚝배기를 일부러 찾아 꺼냈다,,,
된장찌개는 뚝배기에 끓여야지 암..)
뚝배기물이 끓자 멸치를 넣고 한 십분정도 우려냈다
감자를 넣고 호박과 조개와 팽이버섯을 넣었다
두부,파, 양파, 마늘과 약간의 소금간을 했다
그리고....
빨/간/고/추를 넣었다
너무 그럴싸해 보였다
특히 그 빨간고추가 주는 선명하면서도 맛깔스런 느낌은
자 먹어봐...정말 맛있어라고 말하는 듯 했다
기다려야 해
좀더 맛이 들기 위해서 기다려야 해
밥솥도 치지직 기차소리를 내며
내가 좋아하는 누룽지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두손을 모으고 밥과 찌개가 완성되어 가는 현장을
가장 경건한 자세로 지켰보았다
드디어...
완성되었다
불을 껐지만 여전히 보글보글거리는 소리를 내는 뚝배기의 된장찌개와
눈송이같은 하얀 쌀밥을 수북히 담았다
반찬은 비록 여전했지만
작은 찻상을 밥상 삼아
정중앙에 뚝배기를 올려놓는 내 손은 차라리
바르르...떨렸다
정말로 맛난 음식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조심스레 떠넣은 한수저...
아 환상적인 맛이었다
그 이후의 모습은 상상하는대로다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는데
오누이가 들어왔다
엄마의 모습에 처음에는 놀라더니 은창이가
"엄마...그렇게 맛있어?"한다
"어...맛있어..."
"그럼 나도 좀 줘..."
셋이 둘러 앉아 밤 9시가 다 되어갈 때까지
우리는 즐거운 밥상을 마주했다
아 물론 오늘 아침에 먹을 밥은 남기지 못했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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