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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심을 되찾고

글쓴이 rosalia

등록일 2010-11-24 14:46

조회수 1,15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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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가슴이 답답하다'라는 글 남겼던 엄마입니다.

 

그냥 먹먹히 우리 아이에 대해서만 곰곰히 생각해 보았던 하루였습니다.

중간, 기말고사 성적이 아닌 우리 아이에 대해서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엄마, 아빠가 조금만 재미있게 해주면 뛸듯이 좋아하고 관심을 보이는 아이입니다.

영어 공부를 해도 재미위주입니다. 딸 아이인데요, 소녀취향 아니고요 톰과 제리같은 즐거움 가득 종합선물세트이면 그게 대학생들 수준의 topic이라 하더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즐기는 아이입니다. 블루스클루스 디브디는 아주 미치게 좋아합니다.

 

반복하는 거 하나도 안 좋아합니다. 엄마표 영어 올 3월에 시작해서 읽은 영어책만 1000권이 다 되어 가는 것 같은데 반복해서 읽은 책 없습니다. 오드리우드의 napping house와 magic shoelaces는 재밌다고 사달라고 해서 사준 영어책 딸랑 2권입니다. 제가 자꾸 영어책 사줄까 물어보니 나중에 자기가 아주 두꺼운 책 읽을 수준이 되면 두고두고 봐도 좋을 책으로 사봐도 괜찮을 것 같답니다.

 

호기심이 많아서 궁금한 것 그냥 못넘어갑니다. 어릴 때 소풍가면 호기심 보이는 거에 꽂혀서 지 발길 닿는 대로 가다가 자꾸 없어지는 아이였습니다. ㅠㅠ. 자기가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아무데서나 예를 들어 설명해 달랍니다. 어제 연평도에 북한이 포를 쏘아대자 우리나라는 전쟁을 끝내지 않고 휴전상태로 너무 오래 끌어온 것 같답니다. 이유가 뭐냐고 하면서 왜 정전에 합의를 못하는 이해가 안간답니다. 저보고 설명해달라는데 어려워서 한번에 설명 못해주겠다고 하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이렇게 기특한 딸인데 저는 덧셈하나 받아올림 내림 제대로 못하고 수학 백점 못 맞아온다고 애 구박하고 속터져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지겨워 하는 반복을 연산완전정복이라는 미명하에 계속 강요했고 그래도 만족할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서로 지쳐하고 있었습니다. 딸도 속상했는지 간혹 그랬습니다. 엄마는 내가 나름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만족을 못한다고. 서운하다고...

 

시키는 거 잘한다고 그냥 과제 던져주고 이거 오늘 내로 끝내야 할 분량이다. 이거 다 해야 한다 하고 검사만 눈을 부릅뜨고 해왔습니다. 하기 싫어서 안하고 넘어가면 게으름 피운다고 엄청 애를 몰아세웠습니다. 자기주도 학습을 완성하려면 계획대로 해야 하고 그런 책임감을 가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낼 수 없는 사람이 된다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애한테 말은 설득하듯 달래듯 회유하듯 부드럽게 했지만 실제로 제 태도는 저랬습니다.

 

학습법 전문강사로 명성을 떨치던 사람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마라톤 선수들에게 코스와 목표시간을 정해주지 않고 그냥 무작정 뛰어보라고 했더니 모든 선수들이 42.195km의 절반도 못뛰고 다 포기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저는 엄마표로 아이 공부를 시작하면서 마라톤 코스와 같은 지도를 확보해야지 날씨, 풍속, 지형, 코스의 난이도 이런걸 모두 종합해서 아이에게 인생성공이라는 마라톤을 잘 뛸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안그러면 중도에 가다 길을 잃고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실패의 책임은 아이를 지도하고 있는 저한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애가 수학 백점이 안나온다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고 길을 잃은 것 처럼 여겼습니다. 뛰어난 능력있는 부모들은 그 길을 아는데 나는 부족한 엄마라 그 길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답답했습니다.

 

근데 하루정도 마음의 부담과 조급함을 버리고 나와 딸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정말 제 생각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더군요. 설령 우리가 사는 사회가 코스를 이탈하고 목표시간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을 루저로 낙인찍어도 끝까지 용기를 주고 행복을 주어야 할 사람은 엄마고 가족인데, 엄마란 사람이 나서서 아이에게 세상살이의 냉혹함을 직시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그런 엄마인지 잘 몰랐습니다.

이곳에 글을 올린 후 다른 어머니들의 댓글을 보고 제가 냉정하고 아이 마음을 몰라줬던 못난 엄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댓글의 행간에는 이런 말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중요한 걸 버리지 말아야 한다. 바로 그건 당신의 사랑하는 아이이고, 엄마를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이란 걸요. 성적때문에 이 소중하고 행복한 마음을 버리는 바보같은 일은 하지 말아야 겠습니다.  물론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맘으로 더 잘되라고 시작한 잔소리가 다그침으로 바뀌었긴 하지만요.

 

정말 해도 너무한 엄마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런 엄마를 너무 좋아해줘서 딸한테 고맙습니다.

학교 끝나고 집에 들어올 때 제가 반갑게 안아주면 코끝을 부비는 에스키모식 인사를 하며 제 품을 파고드는, 이제는 품안에만 품고 있기엔 훌쩍 커버린 딸이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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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나무 2010-11-28 13:32 

초2엄마에요

눈물이 나네요.

저도 그동안의 일들이 생각나서요

반성하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아이와 잘 지내렵니다.

 

 

한걸음씩 2010-11-25 11:29 

저는 rosalia님이 너무 좋은 엄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님의 마음은 자식을 사랑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엄마들이 모두다 갖는 욕심이 아닐까 스스로 위안해 봅니다.

저도 한없이 착하고 반듯한 우리딸 아쉬운 점만 자꾸 보여 칭찬보다 잔소리가 먼저 나가는 엄마이니까요.

하지만 님처럼 진지하게 반성해 본 적이 없네요..

예쁜 따님은 잔소리 뒤에 숨어있는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느낄꺼라 생각해요..^^

해바라기 2010-11-25 05:46 

 귀한 시간을 가지셨군요.

 저도 님처럼, 사랑스런 아이에게 못된 짓 많이 하는 엄마라,,

 머리속으로는 이해하고 실천하자 하면서, 가슴이 바로 움직여 지지 못하고 있네요,

 조금만 틈이 보이면 바로 잔소리가 먼저 나가니,, 뒤돌아 서면 왜~ 그랬지 하면서..

 우선 제 마음속에 못된 버릇과 습관이 자리잡혀 있나 봅니다.

 저도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할것 같아요.

 

blessy 2010-11-24 19:18 

딸을 사랑하는 엄마의 힘겹지만 따뜻한 고민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일산맘 2010-11-24 16:02 

저희 딸은 초 3입니다.

수업 끝나면 전화를 합니다.

"엄마 저 피아노 갔다 엄마 사무실 가면 안되요?

엄마 퇴근 할때 같이 집에 가요."

안된다하면, 어쩔땐 그냥 꺅 하면서 사무실에 들어오던애가

어젠 전화가 없어, 피아노학원에 제가 전화를 해서 애 왔나 확인했드랬죠.

매일 같이 오던 전화가 없으니 괜히 걱정이 돼서요.

퇴근 후 집에 가서 오늘은 왜 전화 안했어? 하니.

그냥. 합니다.

어제 수학 단원평가 본 거 점수 나왔니?

시험지 좀 볼까?, 하니

쭈뼛쭈뼛하며, 시험지 보여 줍니다.

식엔 답을 바로 쓰고, 답란에 옮겨 쓰면서 실수를 했더군요.

이 어매, 정신을 도대체 어디다 두고 다니냐고, 잔소릴 했습니다.

저희 딸램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삽니다.

그런데 과정보다도 결과물만 가지고 얘기하는 이 못난 어매가 애 가슴에 못질을 합니다.

100점이 아니란 강박강념에 전화도 못한 거지요.

큰 애를 보니 이런 실수는 학년이 올라 갈수록 점점 줄어 들더이다.

큰 애가 중2인데 지금 초3의 점수를 보고 일희일비 할 필요도 없더이다.(말만 ㅜㅜ)

공부에서 너무 뒤지지만 않는다며, 지금 시점에선 책 많이 읽고, 부모가 사랑 많이 쏟아 주면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저희 딸램 초1때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 요즘 어머니들 애들 100점 안 맞으면, 애들보다

엄마들이 더 씩씩 거리고 자존심 상해하신다고, 애들 점수 80점만 넘으면, 기본은 다 알고 가는거니

책 많이 읽히라고.

저도 맘님처럼 애의 본 모습을 보고, 많이 사랑해 주렵니다.

그리고 퇴근 후 꼭 안아 줄랍니다.

아이구 내 이쁜 공주 함시롱ㅎㅎ 

햇살쨍쨍 2010-11-25 00:27:15
다른 맘님들도 저랑 똑같군요.사랑에서 시작해서 잔소리,그 다음은 다그침,나중엔 협박까지...
그러고나서 아이자는 모습 보면서 또 반성. 오늘도 그랬답니다. 잘 참다가...이런 솔직한 글들이
참 와닿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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