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가슴이 답답하다'라는 글 남겼던 엄마입니다.
그냥 먹먹히 우리 아이에 대해서만 곰곰히 생각해 보았던 하루였습니다.
중간, 기말고사 성적이 아닌 우리 아이에 대해서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엄마, 아빠가 조금만 재미있게 해주면 뛸듯이 좋아하고 관심을 보이는 아이입니다.
영어 공부를 해도 재미위주입니다. 딸 아이인데요, 소녀취향 아니고요 톰과 제리같은 즐거움 가득 종합선물세트이면 그게 대학생들 수준의 topic이라 하더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즐기는 아이입니다. 블루스클루스 디브디는 아주 미치게 좋아합니다.
반복하는 거 하나도 안 좋아합니다. 엄마표 영어 올 3월에 시작해서 읽은 영어책만 1000권이 다 되어 가는 것 같은데 반복해서 읽은 책 없습니다. 오드리우드의 napping house와 magic shoelaces는 재밌다고 사달라고 해서 사준 영어책 딸랑 2권입니다. 제가 자꾸 영어책 사줄까 물어보니 나중에 자기가 아주 두꺼운 책 읽을 수준이 되면 두고두고 봐도 좋을 책으로 사봐도 괜찮을 것 같답니다.
호기심이 많아서 궁금한 것 그냥 못넘어갑니다. 어릴 때 소풍가면 호기심 보이는 거에 꽂혀서 지 발길 닿는 대로 가다가 자꾸 없어지는 아이였습니다. ㅠㅠ. 자기가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아무데서나 예를 들어 설명해 달랍니다. 어제 연평도에 북한이 포를 쏘아대자 우리나라는 전쟁을 끝내지 않고 휴전상태로 너무 오래 끌어온 것 같답니다. 이유가 뭐냐고 하면서 왜 정전에 합의를 못하는 이해가 안간답니다. 저보고 설명해달라는데 어려워서 한번에 설명 못해주겠다고 하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이렇게 기특한 딸인데 저는 덧셈하나 받아올림 내림 제대로 못하고 수학 백점 못 맞아온다고 애 구박하고 속터져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지겨워 하는 반복을 연산완전정복이라는 미명하에 계속 강요했고 그래도 만족할 만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서로 지쳐하고 있었습니다. 딸도 속상했는지 간혹 그랬습니다. 엄마는 내가 나름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만족을 못한다고. 서운하다고...
시키는 거 잘한다고 그냥 과제 던져주고 이거 오늘 내로 끝내야 할 분량이다. 이거 다 해야 한다 하고 검사만 눈을 부릅뜨고 해왔습니다. 하기 싫어서 안하고 넘어가면 게으름 피운다고 엄청 애를 몰아세웠습니다. 자기주도 학습을 완성하려면 계획대로 해야 하고 그런 책임감을 가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낼 수 없는 사람이 된다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애한테 말은 설득하듯 달래듯 회유하듯 부드럽게 했지만 실제로 제 태도는 저랬습니다.
학습법 전문강사로 명성을 떨치던 사람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마라톤 선수들에게 코스와 목표시간을 정해주지 않고 그냥 무작정 뛰어보라고 했더니 모든 선수들이 42.195km의 절반도 못뛰고 다 포기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저는 엄마표로 아이 공부를 시작하면서 마라톤 코스와 같은 지도를 확보해야지 날씨, 풍속, 지형, 코스의 난이도 이런걸 모두 종합해서 아이에게 인생성공이라는 마라톤을 잘 뛸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안그러면 중도에 가다 길을 잃고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실패의 책임은 아이를 지도하고 있는 저한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애가 수학 백점이 안나온다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고 길을 잃은 것 처럼 여겼습니다. 뛰어난 능력있는 부모들은 그 길을 아는데 나는 부족한 엄마라 그 길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답답했습니다.
근데 하루정도 마음의 부담과 조급함을 버리고 나와 딸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정말 제 생각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더군요. 설령 우리가 사는 사회가 코스를 이탈하고 목표시간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을 루저로 낙인찍어도 끝까지 용기를 주고 행복을 주어야 할 사람은 엄마고 가족인데, 엄마란 사람이 나서서 아이에게 세상살이의 냉혹함을 직시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그런 엄마인지 잘 몰랐습니다.
이곳에 글을 올린 후 다른 어머니들의 댓글을 보고 제가 냉정하고 아이 마음을 몰라줬던 못난 엄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댓글의 행간에는 이런 말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중요한 걸 버리지 말아야 한다. 바로 그건 당신의 사랑하는 아이이고, 엄마를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이란 걸요. 성적때문에 이 소중하고 행복한 마음을 버리는 바보같은 일은 하지 말아야 겠습니다. 물론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맘으로 더 잘되라고 시작한 잔소리가 다그침으로 바뀌었긴 하지만요.
정말 해도 너무한 엄마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런 엄마를 너무 좋아해줘서 딸한테 고맙습니다.
학교 끝나고 집에 들어올 때 제가 반갑게 안아주면 코끝을 부비는 에스키모식 인사를 하며 제 품을 파고드는, 이제는 품안에만 품고 있기엔 훌쩍 커버린 딸이 있어 행복합니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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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심을 되찾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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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2엄마에요
눈물이 나네요.
저도 그동안의 일들이 생각나서요
반성하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아이와 잘 지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