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초등학교 방과후 특기적성 영어수업을 하고 이런저런 영어동화관련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제 주위에도 그렇고 영어유치원으로 고민하시는 분도 많고, 그런 과정을 겪고 난 분도 많고 해서 제가 이런 글 잘 안쓰는데 답답한 마음에서 글을 올려봅니다.
오늘도 오랜만에 친구들 모임에 갔다가 결국 아이들 교육이야기, 그리고 영어교육이야기까지 가게 되었는데, 문제는 영어유치원에 2년씩, 3년씩 다닌 아이들이 그만큼 (즉 그 기간 만큼, 또 갖다 바친 돈 만큼 ) 효과를 봤는가 인데, 영어유치원 보낸 5명 중 1명 빼곤 거의 효과를 못본것 같다, 1명만 뭐 그런데로 아이가 외국인을 두려워 하지 않는 점만으로도 좋은 것 같다... 라는 이야기 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영어유치원(아니 사실은 영어 학원입니다.)에 보낸후 나타난 부정적인 면입니다. 즉 유치원 과정에서 배워야할 가장 중요한 인성교육및 공동체의식등 아이가 이후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할 것들에 대한 교육의 부재입니다.
비단 오늘 제 친구들 모임에서 만이 아니라,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서도 영어유치원 다닌 아이들이 꽤 있지만, 제가 과연 영어유치원 몇년씩 다닌 아인가 싶어 아이들에게 영어유치원에서 뭐 했니? 외국인 선생님이랑 어떻게 공부했어? 하고 물어보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라요. 그냥 우리끼리 놀아요. 그런데 게임은 자주 해요." 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게임은 영어로 진행하는데 어떻게 알아 듣니? 했더니 " 그건 영어 몰라도 대충 보면 알아요. 그리고 맨날 비슷한 게임 하거든요." 라는게 아이들의 대답이었습니다.
이렇게 대답한 아이들이 다닌 어학원은 이름만 들으면 다들 아시는 그런 소위 영어유치원들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만난 아이들이, 그리고 제 주위의 사람들의 경험이 전부는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써 그리고 앞으로 정식으로 학교 영어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유치원은 현재, 정규 교육과정입니다. 즉 학교인 것입니다.
예전 우리 어릴적 처럼, 유치원은 있는 집 아이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런 만큼 정규교육과정인 유치원과정에서 아이들이 이후 사회생활및 집단 생활에 필요한 중요한 것들을 배우고 익히게 됩니다. 그런 만큼 아주 중요한 시기이고 무엇보다 그런 교육을 할 수 있는 훈련된 선생님의 지도가 따라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영어 유치원은 말이 유치원이지 학원입니다.
그곳의 영어선생님은 영어를 잘 하는 원어민일 뿐이지, 교육적 마인드가 있는 또 그렇게 훈련된 사람이 아닙니다.
때문에 유치원과정의 기본적인 교육내용을 가르칠 수 없을 뿐 아니라, 교육방법등을 전공한 사람들이 대부분 아니므로 아무리 영어를 잘 한다고 하더라도 효과적으로 가르치기는 어렵습니다.
단적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분들은 한국말을 당연히 잘 합니다. 하지만 한국말을 잘 한다고 해서 만약 나에게 유치원 과정의 외국 어린이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라고 하면 과연 이글을 읽는 분중 몇분이나 자신있게 한국말을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유치원 정규 교육과정은 논외로 하고서라도 말입니다.
물론 아이들은 모두 다 다른 특성이 있기 때문에 영어유치원에서 영어를 잘 배우는 아니도 있고 아닌 아이들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 보다 중요한 것은 영어를 배울 기회는 많지만, 아이에게 있어 중요한 유치원 시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다는 것이지요.
또 그것을 희생해서 영어를 가르칠 만큼 과연 가치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만큼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인가?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오늘 친구에게 그동안 영어유치원에 들인 돈이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2년동안 약 1000만원(회비만)이더군요.
제가 그만큼 효과를 봤는가하고 물었더니 아주 허망해 하며, 차라리 그돈의 일부라도 영어동화책을 샀으면 나중에 폐품으로라도 쓰지 하고 씁쓸한 농담을 하더군요.
제 생각은 영어유치원 보내지 마시고, 정규 유치원에 보내시구요, 엄마가 조금만 노력하셔서 영어동화책 같이 읽고 하셨으면 합니다.
제가 가르쳐보니(물론 제 경험이 모두 옳은 건 결코 아닙니다.) 이곳 저곳 좋다는데서 배웠던 아이들 보다 엄마랑 영어동화 꾸준히 읽은 아이들이 훨씬 초등학교 들어가서 학습의욕도 높고, 이해력도 빠르고 어휘수준 및 표현력이 높았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긴 글을 두서 없이 적어 보았습니다.
헹여 제 글 속에 무례함이 있었거나 기분 상하게 하는 점이 있었다면 미리 사과 드립니다.
저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그리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진심어린 마음으로 쓴 글입니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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