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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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도 되기 전에 크리스마스가 언제 되느냐고 물어 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 선물을 주기 위해 그 날을 기다리거든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수시로, 또는 원하는 만큼 사줄 수 없는 저희 집 형편에서는 그래도 일년에 한 번밖에 없는 무슨 날-어린이날, 생일, 크리스마스-이니까, 그 날만큼은 선물을 줄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이 날을 이용해 제가 아이들이 사주고 싶었던 것을 사는 것입니다. 무슨 날을 기념하고 기뻐하려고 선물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선물을 하려고 그 날을 기나리니 이것이야 말로 선물의 의미가 주객전도된 것이지요.. 아이들은 선물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날, 엄마는 선물을 주기 위해 기다리는 날…
그런데 유아 영어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된 후로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해주려는 선물은 미리 정해 놓고 형식적으로나마 아이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물어 보면서 은근히 제가 해 주려는 선물쪽으로 아이를 유도한다는 것이었지요. 제가 사려고 마음 먹은 영어책이나 CD를 아이에게 강권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군요. 이왕이면 선물할 때 영어책이나 CD, 비디오 테이프 등을 해서, 체면도 명분도 세우자는 얄팍한 엄마의 심리가 작용하였기 때문입니다. 실은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영어와 관련된 것을 고를까 하다가 문득 지난 일이 떠올라 마음을 고쳐먹으면서 이 글을 씁니다.
그러니까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아영이가 5살 때의 일입니다. 연말에 있는 발표회에 산타 할아버지가 와서 선물을 주는 행사가 포함되어 있어 미리 어린이집에 포장된 선물을 보내게 되어 있었답니다. 그 전에 어린이집에서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적은 카드를 만들었었는데, 엄마에게 부탁해서 산타 할아버지에게 붙이라는 식으로 집에 가져 왔습니다. 그런데 장난감을 받고 싶다는 아이의 카드를 보고 제가 아이에게 영어책으로 카드를 고쳐 쓰도록 유도하고 말았답니다. 어떤 감언이설로 아이를 꼬드겼는지 한번 상상해 보시기를.. (저 참 나쁜 엄마지요?)
그래서 행사 날에 산타 할아버지가 와서 선물을 나누어 주는데, 그 때 참 마음 아팠습니다. 아영이가 받는 선물꾸러미가 가장 작고 초라하더군요. 달랑 작은 책 두 권 들어 있는 선물이었으니 얼마나 작았겠어요. 다른 아이들은 커다란 선물(장난감들이었겠죠)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아영이만 가장 작은 선물꾸러미를 들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스스로를 많이 나무랐습니다.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영인들 다른 친구들의 커다란 선물을 보고 부러운 마음이 들지 않았겠습니까! 특히 그 날 차를 얻어 타고 왔던, 같은 건물 내에 사는 아이의 선물은 아이 혼자 들지 못할 정도로 큰 것이라 더욱 비교가 되었답니다. 포장 안에 든 선물의 질이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이나 아영이가 겉포장만 보았을 때 그것은 너무나도 작고 초라한 것이었습니다. 지나치게 실리만을 따지는, 속 좁은 엄마의 생각 때문에 크리스마스라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온 아이의 마음이 기쁨과 흥분으로 채워지지 못한 것이 지금도 미안하게 여겨집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도 I SPY CD 한 개만 선물하긴 했지만 그 때는 유치원 방학 때라 집에서 받았습니다.(혜영이는 3,000원짜리 소꿉놀이..^^*) 그래서 다른 친구들의 선물과 비교할 일이 없었기에 그다지 마음에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올 해에도 비교할 대상이 없는, 집에서 받는 것이긴 하지만 아이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는 날이 머지않아 오리라는 생각이 들어 크리스마스 선물만큼은 아이가 원하는 선물-물론 제가 사줄 수 있는 금액 내의 것이어야 하겠지만..^^;-을 해 줄까 합니다. 또 아이의 소망마저 제의 소망에 맞춰 바꾸어 버린 제 자신을 반성하는 의미에서라도…
아영이에게 산타 할아버지로부터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얼 받고 싶냐고 물어보니 ‘합체 로봇’을 받고 싶다고 합니다. 조금 황당하긴 하지만 여자 아이라고 해서 인형, 소꿉 같은 것만 선물 받으라는 법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아니 오히려 여자 아이니까 그런 것도 갖고 놀아라 싶어서 지금 여러 사이트에서 가격을 알아 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한 번도 관심 가져 본 적도, 사본 적도 없는지라 어떤 것이 아이들에게 좋은 것인지를 잘 모르겠네요.(‘합체 로봇’에 관해, 살 수 있는 곳에 대해 조언해 주실 분~[email protected]입니다. ^^*)
이왕이면 제 마음처럼 영어랑 관련된 것을 사달라고 하면 참 좋겠지만 역시 아이의 마음은 제 마음 같지 않은가 봅니다.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고, 쑥쑥을 알게 되면서, 영어라는 것이 얼마나 내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서 이 글 씁니다. 여러분의 아이들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무슨 선물을 받고 싶어하세요?
| 영어가 내게 선물의 의미를 주객전도 시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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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아영엄마 등록일 2002-12-09 10:10 조회수 2,3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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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내게 선물의 의미를 주객전도 시키다
상품 구성이 다르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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