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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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우리 아이들의 한 학년을 마감하는 마지막날이었습니다. 작년까지는 그래도 매년, 도서관선생님, 음악선생님까지 챙겨서 선생님들께 선물과 카드를 드렸었는데, 올해는 무슨 일로 그렇게 정신이 없었는지 아무것도 못 해 드렸네요.
기쁨이에게 어제 물었습니다.
"기쁨아, 선생님한테 드릴 선물을 준비 못했네."
"저 돈이 없어요."
그리고는 밤에,
"엄마, Thank you 카드 있으면 하나만 주세요," 하더군요.
언젠가 한 팩을 사 놓았던 카드를 하나 빼 주었습니다.
Dear Mrs. Hope,
I know a lot of people love summer break and hate school, but I, hate summer break and love school. I learn, I see my friends, and (although I hate SOME subjects) I like to work. I dread having homework.
I had a good school year because of you! You are a great teacher! I wish I had you in Grade 6, but I hear you're are teaching Grade 7 next year.
I know I'm going to have a great summer break. Hope you have a good one , too!
See you next year! (캐나다에서는 학교시작이 9월부터인거 아시지요?)
정말 기쁨이는 늘 'School is my life!'를 외치며 학교를 좋아했는데, 방학을 하게 되어서 좀 섭섭해 하더군요. 하지만, 두 달간의 방학동안 신나고 재미있는 일들이 계획되어 있고, 학교 생활 못지않게 좋은 시간들을 보내며 평생 기억하며 즐거워 할 수 있는 추억들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자랑이는 그 어떤 해보다도 좋은 선생님을 만나 학업이든, 학습태도든, 친구관계든..그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좋은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선생님께 드릴 선물을 준비 안 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올 한 해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에 나가서 선생님을 도와드렸던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조금 덜고, 가끔씩 찍어두었던 사진들을 프린트 해서 봉투에 넣어 드렸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그것을 고맙게 받으시리라는 것도 알았구요.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온 후입니다. 오늘 바쁜 일이 있어서 아이들을 직접 픽업 하지 못했는데, 이웃집 엄마가 전화를 하셨더군요.
"기쁨이 엄마, Mrs. Shaw (자랑이네 선생님)께서 뭘 좀 전해주라고 부탁을 하셨네요. 지금 갈께요."
그리고 가져다 준 것이 너무나 이쁜 그림이 붙어있는, 이름도 이쁜..화이트 와인 한 병과 손수 만든 것으로 보이는 카드였습니다.
자랑이 왈, "엄마, Mrs. Shaw께서 저한테 안 주시고 효정이 엄마께 부탁을 하셨어요. 아마도 선생님께서 제가 와인을 마셔버릴까봐, 아니면 병을 깨뜨릴까봐 염려가 되어서 부탁하신 것 같아요. ^^*"
미안한 마음 이전에, 가슴 한켠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너무나 따뜻하고 편하게 대해 주셨던 분인데...나에게까지 이런 선물을 주시다니..(물론 저만 받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른 자원봉사를 하신 분들도 받으셨겠지요.) 자랑이는 Hatchet이라는 제목의 책을 선물로 받았고, The Cat in the Hat.에 나오는 고양이 인형을 상으로 받아 왔습니다. 지난번에 수학 교육의 일환으로 했던 Castle Project(앞으로 시간이 나는 대로 다이어리에 올릴것입니다만..별 것은 아닙니다.^^*)를 잘 했다고 받은 것이더군요(사진도 곧 올릴 예정입니다.)
이제는 선생님들을 챙기는 일도 느슨해 지고, 그러고도 마음이 크게 불편하지 않은 것을 보니, 이곳 사람이 다 되어가나 봅니다. 제가 아이스와인 다음으로 화이트와인을 참 좋아하는데, 마시고 싶어도 저거 어디 아까와서 뚜껑을 열기나 할 수 있으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