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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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맘의 글을 읽고 나니 저의 몇년 전 일이 생각나네요.
저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저는 결혼전부터 대학원(교직에
몸 담고 있어 야간에 다니는 교육대학원이었죠)을 시작했지만
두 학기 마치고 결혼 ~ 허니문 베이비 ~ 이때부터 한마디로
전 지옥훈련에 들어갔어요. 결혼 전 손수건 한장 안 빨아
봤고 된장찌게 한 번 안 끓여 봤으니 살림 실력이야 더
닐러 무삼하리요...정신없이 겨우 5학기 수료를 하고 나서
논문 준비를 본격적으로 해야 할 즈음 큰 아이는 4살,
둘째 임신(가족계획을 현명하게 못한 제 탓도 있지만
사실 이게 사람 마음대로 안되잖아요. 다 아시죠...)
어쩌겠어요. 그대로 강행군했지요. 낮에는 학교에서
야상마같은 섬머슴애들과 진을 다 빼고 퇴근은 대학교
도서관으로 해서 논문 준비하다가 집에 오면 거의
10시를 넘기죠. 큰 아이 얼굴도 자주 못 보고 입덫때문에
몸은 죽어나고, 집 꼴도 엉망이고, 그때 심정은 '내가 왜
이 고생이야. 그동안 와 버린 길이 너무 많아 해 놓은게
아까워 돌아 갈수도 없고 정말 미치겠네. 지금이라도
그만 둘까 '
그러다가 눈물을 머금고 마음을 다잡았지요.
'빨리 열심히 해서 멋지게 끝내자. 고생하시는 친정엄마와
내 안쓰러운 딸을 위하여' 결국 방학까지도 고스란히 논문에
바쳐서 임신 8개월째 배불뚝이로 논문발표하고, 만삭때까지
끊임없이 수정과 보완작업을 하고는 출산 예정일 이틀전에
교수님 싸인 받았어요.
그 동안 집 청소는 거의 1주일에 한두번, 다 마른 빨래는
제자리에 넣을 시간이 없어 늘 빨랫대에 그대로 있고 아침에
빨랫대에서 바로 양말이며 옷가지를 집어 입었죠. 신랑 밥은
해 줘야 하니까 밤 11시에 국 끓여 놓고...남편도 저만큼 바쁘고
더 늦게 오니 도움은 거의 못 받았았어요.
힘내세요. 윤형맘님보다 제가 더 불쌍했죠?
사람은 처해지는 형편에 따라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아요.한마디로 그 한계가 무한정이라고 해야겠죠.
지금부터 무얼 포기할 건지 목록을 잡아 보세요.
상대적이 아닌 '절대시간 부족'일때는 포기목록이
당연히 나와야죠. 예를 들면 공부하는 며느리를 둔
시부모님들께도 과감하게 양해와 이해를 구해야죠.
공부마치기 전까지는 격주로 시댁에 간다거나
집안 청소 횟수 줄이기, 다림질은 가끔씩 모아서
세탁소로,등등.. 여러가지 역할과 일을 수행해야
할때는 다 잘 하려고 하지말고 포기할 건 포기하면서
적당히 꾸려 나갈수 있는 것이 진짜 능력이랍니다.
어짜피 우리나라 여성과 엄마는 울트라 슈퍼우먼이잖아요.
힘든 고비를 넘기고 다 끝내고 나시면 큰 자신감이
생기실 꺼예요. 힘들었던 만큼 성숙된 내 모습을 보실수
있구요.
여자 혼자 짊어지고 책임져야 할 일들이 많아 힘들고
억울한게 참 많죠.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갈수 없는 중요한 정신문화요인 중
한가지가 바로 이러한 남녀 성역할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라고 저는 늘 생각하고 있어요.그렇지만 지금
우리의 처지를 비관하며 여성 인권 운운하는 건 넋두리밖에
안될 것같아요. 대신 우리의 아이들 세대는 그렇지 않도록
엄마인 우리가 잘 교육시키고 키웁시다. 딸 가진 부모,
아들 가진 부모 각자 그에 맞는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우리가 길러줍시다. 진정한 인간의 평등은 남녀평등에서
시작되는거라는 걸말예요.
| [일반][RE] 전 더 불쌍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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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은주 등록일 2000-11-09 02:14 조회수 1,3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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