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일산은 다른 곳에 비해서는 넓은 공원도 있고 산도 있어서 자주 아이를 데리고 갑니다.
하지만 도시에서 아이에게 자연을 접하게 해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느낍니다.
그래서 간접 경험의 기회라도 주고 싶어 자연에 대한 책을 많이 사주었습니다. 그 중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첫발견 시리즈와 사이언스 스토리 북 입니다.
이 중 사이언스 스토리 북은 전집으로 구성되어 있어 많이 망설이다가 구입을 했는데, 아이와 제가 모두 좋아하는 책이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이언스 스토리 북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직접경험과 간접경험의 조화와 연계입니다.
아이에게 되도록 직접 경험의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직접 경험이 간접 경험보다 우선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을 때의 직접 경험이어야지 그렇지 않은 직접 경험은 하지 않는 것 보다 못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아이가 말을 보러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윤재가 워낙 동물을 좋아해서, 저는 좀 더 가까이서 말을 보게 해주려고, 승마장에 데리고 갔습니다.
가까이서 본 말이 콧김을 내뿜고 앞발을 들어 올리자, 아이가 겁을 먹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말이 그렇게 큰 지 처음 알았답니다. )
그 다음부터는 말을 보러 가자고 하면 싫다고 하는 겁니다.
아이는 말이 우리 속에 갇혀 있기 때문에 자신을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가까이서 커다란 말을 직접 보는 경험을 할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좋아했던 말을 직접 보고 나서는 겁을 내면서 다시는 보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혹자는 사이언스 스토리 북이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곳에 실린 자연은 아무도 모르는 즉,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도 모르는 거대 자본주의의 카메라 앵글에 잡힌 자연이라고 비평합니다.
하지만, 거대 자본주의의 카메라 앵글을 빌려서라도 이런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행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이언스 스토리 북에 실린 사진들을 보노라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런 책을 통하지 않고서 어떻게 알을 깨고 막 나오려는 새끼 새들을 볼 수가 있으며, 열대 우림의 화려한 몸 색깔을 지닌 동물들을 볼 수 있겠습니까?
또한 모래뿐인 줄 알았던 사막이 계절마다 아름답게 옷을 갈아는 모습이나, 얼음 덩이만 있을 것 같은 남극의 여름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저는 아이에게 직접 자연을 만지고 느끼는 경험을 많이 하도록 하지만, 사이언스 스토리 북 같은 책을 통해 우리가 보는 자연 외에도 숨어 있는 자연을 알게 해주는 간접 경험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둘째, 많은 말을 하지 않기 입니다.
많은 육아책에서 또는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많은 말을 해주라고 합니다. 아이가 설령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더라도 많이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인지 발달이나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아이에게 많은 말을 해주려고 했습니다.
제 짧은 영어 실력으로 아이에게 해 줄 말이 많지 않을 때에는 시험 공부하듯이 책의 내용을 줄줄 외워서 밖에 나가서 말을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문득 아이가 알아듣지도 못할 과학적 현상이며, 자연현상에 대해 말을 해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내가 계속 떠들어 댄다면 아이는 과연 언제 자신의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연을 느끼고 알아가기 이전에 내가 미리 만들어진 통조림과 같은 지식을 아이 머리에 넣어주는 것이 아닌 가 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기 이전에 내가 먼저 큰 소리로, Look at the flowers. They are so beautiful. 이라고 말해주는 것이 과연 옳은 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사이언스 스토리 북의 설명은 간단해서 좋습니다.
그리고, 견해가 담겨있지 않아 좋습니다.
그저 자연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서, 가장 아낀 표현을 한 마디씩 담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 사이언스 북을 샀을 때, 문장이 너무 짧은 점이 맘에 걸렸습니다.
영어학습을 위한다면, 좀 긴 글이 실려있는 것이 좋을 듯 싶은데, 본문의 내용은 너무 짧고, 책 맨 마지막 장에 담긴 긴 글은 내용도 어려울 뿐더러 (저도 모르는 내용이 많습니다. ), 책을 읽어주다가, 아이에게 좀 기다리라고 하고 뒷장을 보면서 말해주기도 간단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사이언스 북의 설명이 간단한 것이 더 마음에 듭니다.
제가 외워서 아이에게 말해 주기도 좋고, 군더더기 설명이 없어 아이에게 느낌의 여백을 남겨 준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A dolphin is not a fish 를 보면,
A dolphin and a fish are not the same.
They do not look the same.
They do not feel the same.
They do not breathe the same.
They do not swim the same.
They do not have babies the same way.
But they live in the same ocean.
라는 내용으로 되어있습니다.
돌고래가 물고기가 아니라 포유동물이라는 것을 너무나 짧은 문장으로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가 우리말로 하더라도 윤재에게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작가 이 상은 소설에서 초록이 가장 권태로운 색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자연이 흐드러지게 있는 시골에서 자라더라도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이가 비록 아파트 숲에서 자라더라도,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자라난 풀 한포기 속에, 자연의 질서에 맞춰서 피어나는 꽃 한 송이에서라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자연을 경외하는 마음을 갖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