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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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경우는 모르겠고 배고픈 애벌레는 이렇게 읽어줬어요.
표지에서는 제목을 소근소근 얘기해주었어요. 애벌레가 배고픈 것처럼요.
한 장 넘기면 면지에 예쁜 색깔들의 작은 동그라미들이 가득하지요. 그 하얀 구멍에 검지 손가락을 대고 애벌레가 꿈틀거리며 파먹는 시늉과 사각사각 소리를 내주었어요.
In the lignt of the moon~ 하는 첫 대목은 느리고 조용히 말하면서 (동화읽기법으로 좋은 방법은 아니랬지만 우리 아이도 이 첫장을 지루해 했기 때문에)moon을 읽을 때는 달의 동그라미를 따라서 손가락으로 동그랗게 지었고 a little egg에서는 그 사물을 짚었고 ...
다음장에서는 손가락으로 애벌레가 페이지 끝에서부터 그림에 있는 자리까지 꿈틀거리며 갔어요.
먹을 것을 찾을 땐 제 배를 손바닥으로 슥슥 문대고 입으로는 신맛나는 음식 봤을 때처럼 스읍~ 소리도 내주었고요.
월요일엔 사과하나에 구멍이 하나라서 손가락도 한번만 긁었죠. 그 사과의 뒷장엔 애벌레가 기어나오고 있어요. 손가락으로 같이 따라가지요.
(제 책은 보드북이 아니라서 가능한데 여기서부터 저는 책을 반으로 접어요. 그러니까 펼친 책이 아니고 펼친 상태의 반으로 접으면 월요일엔 사과페이지만 펼친 형태이고 화요일엔 배페이지만 .. 이렇게 보여줄 수 있게되요.)
토요일엔 케이크부터 나와서인지 제 스스로 구멍자리를 긁어가더라구요. 처음에 읽을 땐 사물을 하나씩 가리키고 어휘를 대주기를 천천히 해주었는데 그후로는 제가 들릴 때마다 긁더군요. 토요일의 사물을 다 아는 건 아니에요. 피클이나 롤리팝 같은 건 몰라요. 아는 것 사이에 끼어 있어서 아는 것 같아요.
a nice green leaf도 긁어서 쫒아왔구요,
다음장은 검지손가락으로 아니라고 휘젓고 목소리도 조금 부정적으로 냈어요. 뚱뚱해진 애벌레는 손바닥을 마주 보게 놓고 옆으로 벌리고 big 위로 벌리고 fat했지요.
번데기를 지을 땐 손가락으로 실패감듯 뱅글뱅글 돌렸어요. 두주 걸린건 그냥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고, 아까 긁듯 아무데나 구멍이 있듯 긁다가 pushed에서는 침이 튀게 p를 발음했어요.
마지막장을 펼치기 전에 저는 두 손으로 양 페이지를 잡고 아이 시선이 위로 가게 들어올려 나비가 날갯짓하듯 접었다폈다를 반복하면서 읽어주었어요. sat on 지환's head 하면서 나비페이지를 지환의 머리에 얹고 혹은 sat on mommy's knee 하며 제 무릎에 앉혔죠.
한장 넘기면 예쁜 구멍들이 많지요? 꼭 보여주세요. 아이가 뭔가를 생각하는 예쁜 얼굴이 보여요.
제 방식이 다 좋은 건 아녜요. 중간에 말씀드렸다시피 손가락으로 짚는 건 정말로 나쁘기까지해요. 마쓰이 다다시라는 작가는 아이에게 그렇게 해주는 건 아이의 상상력에 간섭을 하는 거라고 했지요. 동감합니다. 다만 더 중한 건 아이가 책에 흥미를 갖게 해주는 것인것 같아요. 책을 일단 끝까지 보면 정말 재미있는 책인줄 알텐데 끝은커녕 엄마가 고르고 고른 책을 몸을 꼬아가며 안 보려고 할 때 그 깜깜함을 저도 압니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이가 흥미를 잃을 때 저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풍부하게 씁니다. 모션도 아끼지 않지요. 아마도 제가 책을 읽는걸 누가 보면 좀 이상한 사람 같아 보일겁니다. 아무도 안 보니까 그럴 수 있구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 테이프도 괜찮았어요. 거기서 묘한 음이 나오는데 음악은 음악인데 음악이라기보다는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소리가 나요. 그리고 어린이 목소리도 좋아하구요. 뒷부분은 성우가 읽다가 어휘나 음절을 빼고 읽어서 그 자리를 대신 아이가 넣는 학습부분이 있는데 우리아이는 아직 그 수준은 안 되서 제가 그냥 해요. 애는 듣든지 말든지 제가 신나서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유아생활영어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지는 마세요. 저는 그렇게까지는 못해요. 우리말로도 못하는 말이 너무 많아서 (아마도 제가 성질이 급한 탓인가봅니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 스트레스 아이에게도 주지 말자고 하고 안 하고 있어요.(이런 고약한 엄마가!)
| [12-24개월][RE] 배고픈 애벌레는 이렇게 읽어줬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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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따오기 등록일 2000-07-19 23:37 조회수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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