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터진 은송이...2003/10/08 2003-10-1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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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말이 늦되 어미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던 은송이가
31개월을 접어들면서 봇물처럼 터진 말의 홍수에
요즘은 기절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사실 은송이가 내뱉는 말이라는 게
너무 어설프고 아직도 많은 경우 지 어미와 오라버니만이
소통가능한 언어를 구사할 때가 많지만서도
그토록 오랫동안 말문이 터지지 않아
어미를 심심의 경지에 머물게 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가히 환상적인 언어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은 말이 늦된 아이를 두어본 분들이면 맞장구를 치실 겝니다..ㅎㅎ)

1.은송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엄마..예뻐!!>

어느날 택시를 타고 이동중이었습니다
은창이,은송이, 저 이렇게 셋이서 나란히 앉아서 가는 길이었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던 은창이가 이런저런 얘기 끝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엄마랑 은송이랑 가니까 너무 좋다
엄마...사랑해..."
이 말을 듣고 있던 은송이가 갑자기 손사래를 치며
"아니야 엄마 예뻐...엄마 예뻐..."
예쁘다는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소리라고 철썩같이 믿는
이 꼬마에게 지 오빠가 아무리 사랑해가 더 좋은 말이라고 설명한들 뭐하겠습니까...
괜히 성질 사나워져 울기라도 하면 수습이 힘들어지니...


2.엄마를 감동시킨 말...<똑같애...>

안방에 전신거울이 있습니다
곧잘 그 거울을 보며 춤도 추고 얼굴도 매만지기 시작한 우리 꼬마 아가씨...
어느 날엔가는 함께 거울을 보게 되었지요
제 무릎에 앉히고 뒤에서 꽉 껴안은 자세로
모녀가 거울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은송이가 헤다닥 웃다가 거울 속의 엄마와 자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엄마...똑같애..."

얼마전까지 은송이는 머리를 한갈래로 깡총 묶고 다녔습니다
천연파마머리를 믿지 못할 정도로 예쁜 곱슬머리입니다
끝이 도르르 말려 올라가서 보는 이들마다 감탄을 넘어 경악에 이르는
그런 멋진 곱슬머리입니다^^ 누군가는 컬리수 같다고 했는데..(리**님^^)
여하튼 그런 머리를 노상 뒤로 해서 묶고만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여름의 끝자락에서 모자를 씌울 가을을 핑계삼아
동네 마실 나갔다가 후다닥 미용실에 가서
은송이 정신없는 틈을 타 싹뚝! 잘랐습니다
미용실에서는 조금만 자르자고 했는데
이왕 자를 거 확 잘라달라 했습니다
우리 은송이...간난이 되었더랬습니다 ㅠㅠ
근데 그것도 잠시 며칠 시간이 지나니 머리가 자리를 잡았는데
모두들 더 예쁘다고 하더군요(위로차 그랬는지 어쨌는지...)
그러면서 뒤에 꼭 한마디가 붙는데...그것이 바로 엄마랑 더 똑같네..였습니다..
은송이가 그 말을 기억해 내서 그랬는지
자기가 보기에도 큰 은송이로 엄마를 보았는지
(혹은 작은 *옥으로 저를 보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말에 저는 찡하니 또 코가 시렸습니다..


3.은송이의 애교에 대한 아빠의 반응...<네가 더 무서워...>

은송이가 곧잘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또 그 <무서워...>입니다
비디오를 보다가도 자기 보기에 무서운 장면이나
길가다가 벌레를 보거나
심지어는 단순한 애교작전으로다^^
그 <무서워>를 연발합니다
어느 날엔가도 우리 가족이 졸졸졸 집에 들어가는 입구였습니다
(들어가는 입구가 좁아 늘 졸졸졸이 됩니다..)
은송이,은창이,저,남편 순으로 가는데
맨 앞에 가던 은송이가 뭔가를 보고
예의 그 새침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더니
"아빠,,,,저기...무서워.."했답니다
그랬더니 남편왈...
"난 네가 더 무서워..."

남편은 한참동안 은송이를 어쩌지를 못했습니다
은창이는 똥기저귀도 잘 갈아주었는데
은송이는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무지 난감해했습니다
남자애와 다른 신체구조를 신기해하며
동시에 어려워 했던 게지요^^
그러다가 두돌이 지나서는 좀 제대로 걷는다 싶어
본격적으로 데리고 나가고 놀아주고 했는데
이 꼬마 아가씨의 극성스러움이
지금의 오빠는 저리 가라 수준이니
노심초사 안전제일을 부르짖는 남편이 보기에
우리 모녀는 늘 불안 그 자체였던 거지요
그래도 큰 여자(저 말이지요..)는 말하면 알았다고 고개나 끄떡이는데
작은 여자는 맨날 아니야 싫어..미워 만 해대니
도대체 방법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기 일쑤인 요즘이었답니다
그런 그녀의 <무서워>라는 소리가 얼마나 가당치 않게 느껴졌으면
아니 평소의 그녀의 엽기행각이 얼마나 심상치 않았으면
지 애비가 그런 말을 했겠습니까...


4.영어를 즐기는 그녀의 output...<시 따운(sit down)!..>

비록 느리게 가자가 실력 모자란 엄마의 슬로건이긴 하지만
지 오빠의 어설픈 영어사용이나 자극받은 날 퍼붇는 엄마의
불규칙하고 당황스런 영어사용에 익숙해진 그녀...
말문이 터지더니 영어도 얼시구나 즐기기 시작했는데
영어노래에 맞추어 그 환상적인 엉덩이실룩춤은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입니다
그것이 또 멍석 깔아놓으면 접는 귀한 모션인지라
그냥 우리 가족 즐김용으로 애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하튼 오늘도 책을 읽어주마 하면서 제가 그랬죠..
EunSong, come here..let's read a book.
sit down, please~~
환한 웃음으로 제 곁에 온 은송이..
시 따운...(차렷자세로 꼿꼿이 서서는)엄마..일어섰어...시 따운~~~
잘못 알아들으면 어떻습니까...
와락 끌어안고 뽀뽀를 억수로 퍼부었지요...뭐...



느리면 어떻습니까...
즐겁게 가면 되지요...

다음달부터 은송이가 구연동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오빠에게 밀려 아무래도 어깨너머로 무엇이건 접근이 가능했는데
순전히 은송이만을 위한 특별수업인 셈이지요...
괜히 제가 다 설레이고 즐겁습니다..

길가다 다리 아파 신문지를 깔개 삼아
빌딩 턱에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삼십대 아줌마와 세살 됨직한 여자 아이를 보시걸랑
아...오누이맘과 은송이가 저렇다지...하며
즐겁게 웃는 일이 있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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