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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커리큘럼의 무용성에 관하여..

글쓴이 바람불면

등록일 2013-03-04 10:08

조회수 2,981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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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바로 짜여진 틀입니다.
아이들의 생각은 어디로 튈지 전혀 모르지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니?라고 물으면.. 어른 생각에는 굉장히 황당한 이야기를 합니다.
갑자기 엄마가 죽으면 어떻게 되지를 생각했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요..

암튼.. 문제는 우리가.. 또는 사회에서 제공하는 교육은 모두 틀이 있다는 겁니다.
진도가 있고, 해야할 교재가 있고.. 

진정한 교육은 그런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가 오늘 힘들어 하면 그만 두면 됩니다. 꼭 오늘 해야 내일 친구들을 따라갈 수 있다고..
억지로 동기유발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제 실력발휘를 하면.. 하루 만에 한 달치 이상의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얼마 전에 있었던 경험입니다.
이제 고1 올라가는 아이를 가르칩니다. 제 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암튼 이 아이는 전교 꼴지입니다. 전 이아이에게 학교에서 가르치는 진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을 가르칩니다.

유클리드 기하학을 가르치고, 페르마 정수론을 가르치고, 코시 부등식을 가르치고,
푸리에의 파동의 법칙을 가르칩니다. 수학이 기원은 늘 일상 생활 속에서, 상거래를 통해서..
그리고 일반 수학의 특징들을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는 것도 아이들이 합니다. 저는 아이들 생각을 물어봅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대답을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일단 1, 2분 정도 생각할 시간을 줍니다. 황당한 이야기를 해도
괜찮습니다. 대부분은 그런 생각에서 해답이 나왔기 때문이죠. 
수학의 모든 공식과 기호들은 누군가의 평생 업적입니다. 로그는 수학 천재가 20년 연구한
업적입니다. 우리는 당연스럽게 익히지만서도요.. 

삼각함수를 가르치고, 시그마와 인터그럴, 적분, 미분, 속도 등에 대해서도 가르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인간의 인식체계에 대한 깨달음이 생겼습니다.
아는 것에도 단계가 있고, 질적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예 모르는 것에서 조금 아는 것.. 그리고 완벽하게 아는 것으로 발전한 다는 것이죠.

삼각함수를 설명해주면 그 자리에서는 알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다음날 물어보면 모르겠다고 합니다. 어제 한 것인데 말이죠.
아주 똑같은 문제를 낸 것인데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제 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럼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까먹었어요.. ㅜㅜ"

처음에는 까먹었다는 것을 핑계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처음에 이해했더라도 까먹는 것이고, 그걸 다시 접하면 기억을 되살려서 보다
완벽한 이해로 나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이 아이는 참 수학 머리가 없었습니다. 수학 공식으로 풀어내질 못하니까요.
이것이 이 아이의 타고난 영역이거나 지능 때문이 아니란 확신을 합니다.
설명하고, 또 설명하고.. 이해했다고 하는 수준까지 또 설명합니다.
그럼 1주일 지나고 물어보면 또 모릅니다. 저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수준 높은 수학 개념들을 배우기 때문이죠.

그러던 아이가 시그마를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 저는 아이의 눈동자, 태도, 목소리
등으로 이 아이가 정확히 이해하고 설명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시그마를 풀어 내는데 스스로 신이나서 웃는 얼굴로 목소리 톤은 올라갔습니다.
드디어 수학 머리가 생긴 것입니다. 수학이 재미있다고 늘 이야기하지요..

높은 수준의 수학을 하면서, 오히려 낮은 수준의 수학을 쉽게 생각합니다.
반복된 훈련 보다는 깨달음.. 그리고 성취감.. 

훈련은 스스로 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몇 시간씩 지루하지 않게 문제를 풉니다.
왜냐하면 맞추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고, 깨달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루한 진도, 남들이 하는 학습 설계.. 이런거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제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입학합니다. 오늘 입학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지난 주에 로그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제가 고민을 했습니다.
나누기를 겨우 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로그를 가르친단 말인가??
제가 로그 관련된 책을 보고 있으니까.. 자기도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알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로그를 알려면 지수를 알아야 하고,
지수를 알기 위해서는 곱하기만 알면 되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완벽하진 않겠지만 지수를 이해하고, 로그로 식을 풀어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가 로그를 할 줄 안다고 으스대는 것입니다. 그냥 보면 귀엽죠..
로그의 맛만 봤을 뿐인데, 자기가 로그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다니..

제가 아이에게서 보는 것은 수학의 즐거움, 그리고 깨닫는 기쁨.. 배움의 즐거움..
수학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생각들..

우리 아이와의 수학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 저도 모릅니다.
제가 늘 고민하는 것은.. 수학 개념을 어떻게 설명하면 아이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을까입니다.
해보고 안되면, 다른 설명 방법을 찾아 봅니다. 그러니 부모인 내가 공부를 안할 수가 없는 노릇이고요.

비단 수학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어, 국어, 역사, 과학.. 모든 학문이 다 똑같습니다.
진도 보다는 아이의 관심과 흥미를 맘껏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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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울 2013-03-06 12:24 

 

아는것과 배워서 익히는 것과는 다르지요..

바람불면인은 선생님이신가봐요..좋은글입니다..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입장이신분들이 그과정에서 느끼는바를 쓰시면 그게 참 좋더라구요..^^

바람불면 2013-03-06 15:44:26
선생님이 아니에요.. 그냥 시간내서 아이들 학습습관을 봐주는 것뿐이에요.
직업은 딴거랍니다.
엄마는영어쌤 2013-03-06 00:17 

아드님이 입학하셨군요.

 

 

이제 정말 학교라는 시스템안으로 들어가는 첫날이었네요.

 

학교... 시스템... 진도... 틀...

게다가 유치원 때와는 다르게 아이들이 이제 비교평가당하고 스스로 하기도 하고

성인인 우리 입장에선 별거 아닌 일도

아이 입장에선 거친 파도와 해일 수준의 상처가 되기도 하고...

저희 아이는 이제 2학년이 되는데 뭐랄까... 너무 경쟁적인 분위기가 예상 외였답니다.

 

위의 사례처럼, 조금씩 느끼는 성취감이 결국 자신감이라는 자기 긍정을 형성하고

그러한 연휴에 조금씩 더 집중해야 풀리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과제집중력도 생기는 것 같아요...제가 아이에게 관심있게 관찰하고 있는 부분인데...

이 과정에서 사례에 적어주신대로 이끄는 분의 

확고한 목적의식과 인내심(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까요?)도 필요한 거 같구요....

요부분이 제 약점이랍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수학하면서 저리 즐거운 귀염둥이 아드님의 입학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감기는 얼른 낫길!!!

홍박샘 2013-03-05 09:14 

아드님이 이쁘게 생긴데다가 영특하기까지 하군요.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프시겠네요.

저는 제 자식 조만할 때 사진을 온사방에 도배해놓고 산답니다.

이제는 어정쩡한 총각이니 이거 원 재미가 없네요.

마운틴블루 2013-03-04 23:17 

   몇일전부터 바람불면님 글을 찾아서 읽고 있습니다. 추천해 주신 책들도 도서목록에

고이 적어뒀지요. 아이의 뇌를.. 책은 꼭 한 번 읽고 싶더군요. 엄마들 독서모임에 같이

읽어봐야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학교를 갔다온 큰 딸에게 새로운 담임선생님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잘 모르겠

다고 하더군요. 짝은 누구냐, 아는 친구는 있느냐 물어도 모른다 합니다. 큰 딸은 늘..

이런 식입니다.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가 아니면 어느 것에도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녁을 먹다 갑자기 그러더군요. "엄마, 집에서 공부하는 방법은 없어?" 라구요.

홈스쿨링을 말하나보다 했습니다. 학교가 싫으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더군요.

4학년 첫날, 학교를 갔다온 딸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어떤말도 해 줄 수 없는 제가 엄마라는 게 참... 슬펐습니다.

 

  오늘 바람불면님의 글 제목이 이런 제 마음과 같네요.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가 아니면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는 제 큰딸에게, 정해진 책과

정해진 시간, 숙제와 시험이 반복되는 학교 생활이 갑갑하겠지요. 하루종일 책만 읽는

학교는 없냐고 잊을말하면 물어오는 딸이라 더 그럴겁니다. 언젠가, 신애라가 자신의 아이를

홈스쿨로 1년을 가르쳤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주위에 홈스쿨링을 하는 엄마들도

몇몇 있구요. 참으로 존경스럽더군요. 로그를 배우고 싶다는 아들에게 아들의 눈높이에 맞춰

로그를 가르치시는 바람불면님도 정말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첫째에게 사랑을, 둘째에게 새 옷을.. 이라던데 늘.. 큰 딸에겐 마음만큼 여유롭지 못한

조급한 엄마가 됩니다.

바람불면 2013-03-05 01:51:01
직장맘이 아니라면 홈스쿨 1년 정도는 도전해 봐도 괜찮을거 같은데요.
엄마가 엄청나게 뭔가를 하기 보다는..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수준있는 양서를 1년간 꾸준히 읽는다면 학교 다니는 것보다는 즐겁게
많은 것을 배울 것입니다.

이런 말을 쉽게 하는 것 같아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선택은 신중히 하세요.
윤진표맘 2013-03-04 19:00 

마음에 너무 와닿는 글입니다. 저도 그렇게 제 아이를 이해하며 키우고 싶네요^^

좋은글 감사~

빨강머리앤 2013-03-04 11:10 

아이의 입학을 축하합니다.

아이가 영특하고 부모님의 존중해주는 방식의 자유로운 공부를 하다가 틀에 박히고 진도가 있고 커리큘럼이 정해진 학교 생활을 하려면 아무래도 힘이 들지도 모르겠네요. 수학시간 같은 경우는 심심할 수도 있겠구요.

3월이 지나면 아이들이 많이 아프더라구요. 특히 일학년들은... 감기 걸리지 않게 따뜻하게 입혀서 학교 보내시고 많이 많이 안아주세요. ^^

이상적인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온전히 홈스쿨을 할 수 없는 관계로 타협점을 찾으며 길을 가고 있습니다. 먹고 살기 바빠 미리 공부해서 아이를 이끌어 줄 수 없는 분들도 계시구요.

미리 찾아보고 아이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주려고 노력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허락된 바람불면님과 저 같은 사람은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죠.

그러니 그럴 수 없는 분들이 그렇게 할 수 없을 때에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봐주었으면 .. ^^

이 글에서는 딱히 뭐라 하지 않으셨지만 이전 글들과 통합해서 보면 자꾸만 엄마들을 비난하시는 느낌이 들어서요.. 비난받아야 한다고도 하셨고..

제가 쑥 초기에는 좀 딱딱하게 말해서 오해도 사곤 했었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니까 알겠더라구요. 제 자신의 가치관은 변한 게 없는데 표현법에 있어서 서툴렀구나.. 표정도 억양도 보이지 않는 곳이니 오해를 살 만도 했었구나..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요새는 체질에도 안 맞는 이모티콘도 붙이고 뭐 그런답니다. ㅎㅎㅎ

아무튼.. ㅎㅎ

바람불면님 아이도. 그리고 가르치시는 아이들도 모두 행복하게 공부하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바람불면 2013-03-04 11:38:17
벌써 감기에 걸려서 입학식도 못갔지 뭡니까..

제가 쓴 글은 비난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닌데, 그리 느끼실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주변에서 보는 잘못된 사고방식에 관한 문제들이고요..
이걸 현실에서는 어찌할 수 없으니, 사이버 공간에서만큼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저의 고민은 세상을 바꾸고 싶은데,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입니다.
그럼에도 해야 할 한가지.. 가치있는 것을 간과하지 않고,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제대로된 교육을 통해서 다음 세대에서 변화된 세상을 맛보게 하는 것..

이상은 높은데 능력은 부족하니.. 답이 없네요.
빨강머리앤 2013-03-04 11:47:10
아이구.. 어쩐대요.. 입학식도 못가서...
빠른 쾌유를 바랄께요..

변화시키고픈 열정과 마음이 강하여 급하신 것 같아요.. 변화는 서서히 오겠죠.. 알게 모르게..
그리고 변할거라고 믿고 행해야겠죠..
마음 같아선 교육계를 . 이 나라를 싸그리 잡아 흔들어 놓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나..
일단은 내 아이들부터 올곧은 생각을 가진 건강하고 건전한 이성과 감성을 갖춘 인간으로 잘 키워서 세상을 천천히나마 점차 변화시켜야겠습니다. 저는 능력이 없어서..
쑥쑥도 마찬가지로 서로 소통하면서 서로의 변화된 모습을 축하해주고 격려해주고 바른 어른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보는 마당삼아 마실 나오는 거구요.
사실 비난은... 상위... 뭐 그런 카페 가서 해주고 싶던데요. 저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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