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수다 2007-01-3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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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주절주절 이야기를 한 번 풀어야겠습니다. 인내심을 먼저 챙기시고 읽어주세요. ^^


저와 절친한 미술 선생님 한 분이 오는 20일 결혼을 합니다. 학원가에서 잘 나가는 영어강사를 신랑으로 맞게 되었지요. 아직 새신랑 될 분을 정식으로 인사 받은 적이 없던 터라 친한 선생님들과 인사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친구들끼리의 상견례차 모인 구성원의 면면은 이렇습니다.


나: 본격적인 업이라고 말하기는 어정쩡하지만, 어쨌든 영어선생

미술선생님 1: 예비 신부. 영어에 관심 없음.

새신랑: 예비 신랑. 잘 나가는 학원 강사. 입시반 전문.

미술 선생님 2: 대학원 진학 준비 중. 진학을 위해 영어 필요. 언어 학습에 소질이 영 소질이 없다고 생각. 상당한 부담 느끼고 있음.

왕언니: 나보다 10년 연상인 왕언니. 올해 교육대학에 편입학. 가산점을 위해 영어 성적 필요함. 영어 학습은 부족한 편. 하지만, 영어 학습의 방법론에 관해 굉장한 호기심과 열정 소유.


구성원의 특징이 이러하고, 영어 선생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 둘이나 있다보니 자연스레 영어 학습에 관한 고민들이 툭툭 불거져 나왔습니다. 주로 논쟁을 이끈 사람은 왕성한 호기심의 소유자, 왕언니였죠. 대화는 한참이나 진행되었지만, 각자의 요점을 정리해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왕언니: 난요, 영어가 나한테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이었는지 작년에야 알았어요. 우리말과 영어의어순이 다르다는 것이 항상 납득이 되지 않았는데, 사고의 차이 때문에 어순이 달라진다는 걸 작년에야 알았어요. 우리는 전체를 보면서 점점 자신한테 시선을 돌리지만, 영어식의 사고로는 나에게서 시작해 점점 주변으로 시야가 넓어지더라는 거죠. 그런 점에 대해 듣고 났더니, 어순이 다르다는 것이 크게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았어요. 왜, 선생님들이 그런 원리를 먼저 알려주지 않았을까요? 학교다니면서 그런 설명을 들었더라면 내가 그렇게 영어를 거부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새신랑: 물론 사고의 차이는 있지만, 외국어를 배운다면 기본적인 어순이 다르다는 건 먼저 인정하고 들어가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그건 선생님과 제가 생각이 다른 것 같아요.


왕언니: 하지만, 그 전에 알고 보면 더 명확해지는 원리가 있잖아요. 그 점을 설명해주고 들어가면 훨씬 학습하는 입장에서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나: 그런 점은 사실 좀 더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제 경우에는 자유로운 편이에요. 아이들에게 영어식 사고의 원리는 이야기식으로 풀이할 수 있거든요. 근데, 선생님(새신랑)같은 경우는 입시반을 주로 맡고 있다는 점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새신랑: 맞아요. 저도 아이들한테 문법 공식을 주입하기보다 원리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시도하고 있긴 하지만, 입시반 아이들에게는 당장 필요한 지식을 주입해주는 것 이상 중요한 것은 없어요. 그래서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못할 때가 많아요. 학부모나 학생들이 바라는 바도 아니구요.


나: 우리나라에서 영문법에 있어서 대가로 꼽히는 교수님 강의를 한 학기 동안 들었는데, 토익이나 토플 수험서에서 문법 정리를 읽으면서 느꼈던 갈증이 상당히 해소되었어요. 선생님(왕언니)이 말씀하신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죠. 그 교수님도 ‘너희가 나가서 문법을 이렇게 설명할 여유는 없을 거다. 하지만, 너희는 가르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그렇게 직접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풀어내며 문법을 은근슬쩍 접근시킨다는 건 엄청난 내공이 필요한 일이죠. 그래도 힘이 닿는 대로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하지만, 제가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도 모든 아이들에게 영어를 원리적으로 접근하게 하기는 어려워요. 유치부나 초등 저학년 정도의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여유를 갖고 책을 만든다거나 여러 가지 쓰기 활동을 하면서 원리에 대한 이해를 끌어낼 수 있어요. 얼마 전부터 중3 아이를 한 명 가르치는데, 성적도 우수하고 똑똑해요. 그 친구에게는 문법을 설명하면서 학교문법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부분을 자주 설명해줘요. 원어민과 직접 부딪힌다거나 원서를 읽을 때 만날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들을 이야기하고, 왜 그렇게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지를 설명해주는 식으로요. 하지만, 시험에 이 문제가 나올 때는 어떤 답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일러줘요. 그 친구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그렇게 수업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제가 저의 부족한 점을 느끼는 부분도 바로 그런 점이구요.


새신랑: 사실,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런 원리를 설명할 필요도 없어요. 그냥 많이 보고, 듣고, 읽으면 아이들은 스스로 정리를 할 수 있어요. 감각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잖아요. 훨씬 유연하구요.


나: 그렇죠. 원리에 대한 접근이라는 것도 그래서 최대한 학습의 형태를 비켜가려고 노력해요. 초등학교 단계까지는 진짜 영어 실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영어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지요. 우리는 전혀 그런 단계 없이 영어를 시작한 세대잖아요.


새신랑: 문제는 중학교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회화 학원 하나라도 다닐 시간이 없다는 거예요. 그 전에 다양한 방법으로 영어를 익히고,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어려워하는 원리를 익힌 아이들도 중학교에만 들어가면 학교문법과 입시에 갇히게 되요.


나: 그게 문제죠. 하지만, 요즘처럼 어려서부터 영어를 시작한 아이들은 감각적으로 뛰어난 것만큼은 사실이에요. 원어민이 아닌 입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좀 더 오래 영어공부를 한 탓에 이 아이들을 가르치고는 있지만, 영어에 대한 감각에 있어서는 내가 이 아이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을 곧잘 해요.


새신랑: 저도 그래요. 초등학생들을 가끔 가르치다보면 그 감각에 놀랄 때가 많아요. 학교 교육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건 안타깝지만, 그래도 문법 교재만 봐도 예전과는 양상이 많이 달라지고 있어요. 최대한 불필요한 설명은 줄이고 요점을 이야기하려 하는 건 아주 발전적이죠. 어차피 공교육은 어느 정도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고, 그 점을 인정하고 본다면 너무 조바심내고 있을 것도 없어요. 특히 어려서부터 영어를 시작한 아이들은 이미 앞서가고 있는 거예요. 다만, 중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마주치게 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초장부터 너무 진을 빼고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는 거죠. 아까도 나온 얘기지만, 많이 보고 많이 읽으면 돼요.



주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우리가 나눴던 대화 내용의 요지는 이 정도입니다. 결론이랄 것도 없는 조금 진지한 수다 정도였죠. 요는, 점점 더 세련되어 가는 영어 학습에 대한 욕구와 방법들, 하지만, 여전히 입시용 영어에 결국 갇히게 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 틈바구니에서 진짜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인지, 아마 쑥쑥맘님들 각자 품고 있는 생각과 지향점이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당연합니다. 아이들마다 성향과 학습 성취도가 다양하기 때문이죠.

 

간추린 내용이 이 정도이지만, 역시 중언부언이고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느껴지는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내용을 주절 주절 읊은 것은 그 내용의 가치 여부를 떠나서 오랜만에 다른 사람과 영어교육에 대해 잠시나마 진지한 대화를 나눈 것이어서, 그 경험자체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두서없는 글이지만, 초등영어를 넘어선 이후의 우리 아이들이 걸어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할 기회가 될 것 같아서이기도 하구요. 어쩌면 맨 처음 우리나라 영어교육과정을 실었던 글과 일맥상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이지 두서없는 오늘의 글은 여기에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행여나 여러분들을 더 심란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됩니다만... 이 대화내용과 관련한 초등영어의 요점(엄밀히 말하자면, 제 생각의 정리이겠지요)은 다음 글에서 다루려고 합니다. 초등영어의 목표와 관련있다 보니, 중학교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언급될테구요. 물론, 중학교 과정에 연연할 필요는 없습니다. 목표의 상한선이란 것도 있을 수 없구요. 대신 평균치, 내지는 하한선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 있겠지요. 그 목표를 향한 전략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을테구요. 저도 이 참에 제 생각을 한 번 정리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려는 욕심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도 이제 초등생을 둔 학부모가 곧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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