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독일친구가 오는데 우리집에서 며칠만 있어도 돼요?’
딸아이가 독일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친하게 지낸 친구가 이달 말에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온다는군요. 기숙사 일정이 맞지 않아 며칠 간 묶을 곳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그래, 네 방에서 있으라 하고. 넌 공부방을 쓰면 되겠네.’
며칠 후, 외출했다 들어오는데 현관에 들어서자 콤콤한 냄새가 느껴졌습니다.
‘아! 황석어젓!’
올 봄에 담근 황석어젓이 뒷베란다에서 삭기 시작한 것입니다. 당분간은 집안에서 냄새가 날 텐데, 딸의 독일 친구가 온다니 걱정입니다. 더군다나 딸아이방 창 너머 베란다에 황석어젓 항아리가 떡하니 놓여있으니 말입니다.
오래전 한 외국영사가 했던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한국 공항에 들어서면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요. 코까지 찡긋거리며 참기 어렵다는 듯 말했지요. 당시엔 인천공항이 생기기 전이라 김포공항으로 모든 국제선이 들어왔었고, 좁은 공항은 한국인들로 북적였습니다.
‘쳇! 지들은 냄새 안 나는 줄 아나? 치즈냄새에 담배냄새에 꼬리꼬리 하고만...’
몇 년 후, 일이 있어서 외국에 머물다가가 김포공항으로 들어오게 되었을 때, 바로 그 냄새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젓갈냄새와 마늘 냄새가 코를 찌르더군요. 발효음식의 대표주자인 ‘김치’의 바로 그 냄새입니다. 우리는 익숙해서 못 맡지만, 한 동안 안 맡다가 접하게 되면 그 냄새가 유독 강하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향기롭지만은 않습니다. 더군다나 김치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은 오죽하겠어요?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던 그 외국영사가 그제야 이해되었으니. 직접 겪어 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음입니다!
딸아이의 독일친구를 위해 황석어젓을 이동시켜야 합니다. 우리 집에 오는 손님인데 성의를 다해야겠지요. 어디가 좋을까요? 우리 집 김장의 골수멤버인데 함부로 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황석어는 봄에만 잠깐 만날 수 있기에 아파트에 들어오는 생선장수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구한 것이거든요. 앞베란다는 해가 들어서 안 되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젓갈이 삭는 냄새가 날 테고... 항아리를 비닐봉지로 덮고 고무줄로 챙챙 동여맨 후, 뚜껑까지 덮었지만 냄새가 새어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잘 삭은 황석어젓은 항아리 뚜껑을 열면 참기름 냄새가 납니다.
고소~하죠. 그렇게 되기까진 꽤 오랜 기간이 걸립니다. 묵은 된장이 구수하듯 황석어젓도 묵어야 제 맛이 나거든요. 고민 끝에 경비아저씨한테 부탁해서 며칠간만 아파트 지하실에 보관하기로 하고 겨우 옮겨놓았으니 이제 안심입니다.
오늘은 황석어젓이 나간 뒷베란다를 대청소했습니다. 혹시나 냄새가 남아있을까 해서요.
요즘은 연수다 교환학생이다 해서 학생들이 외국에 나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워킹홀리데이라고 해서 잠시 해외취업도 하고 인턴으로 현지에서 경험을 쌓기도 합니다. 자유롭게 세계 곳곳을 옆집인양 드나드는 학생들을 보면 그 용기가 가상하고 그들의 능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좋은 세상 만나서 호기롭게 세계를 누비며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들이 대견스럽기도 하지요. 적응력도 뛰어나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그 에너지가 우리와는 다른 세대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어쩌면 조기 영어교육의 효과가 아이들의 어깨에 힘을 불어 넣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영어를 접한 아이들은 우리처럼 눈으로만 보던 ‘기브스 영어’와는 차원이 다른 ‘살아있는 영어’를 구사하는 세대이니까요.
멋지죠? 부럽기도 합니다. 세상 잘 만난 아이들의 복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아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는 부모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열성은 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아이가 그리고 내 아이의 영어가 잘 숙성되어가기를 바라는 엄마들의 염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염원과 노력은 곧, 아이들의 저력으로 탄탄하게 다져지겠지요. 명품으로 잘 자라길...
올해 담근 우리 집 ‘황석어젓’도 참기름향이 솔솔 나는 ‘명품 젓갈’로 천~천히 곰삭아가길 기대해 봅니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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