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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 말로 만드는 아름다운 보석

글쓴이 juice

등록일 2003-03-06 15:56

조회수 2,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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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치고는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눈이 온 곳도 있다고 하죠? 3월 5일에 정빈이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정빈이는 학교에 입학한 첫날에 저희를 아주 감격시켜주었습니다. 아직 저희 부부 침대에서 같이 자는 아이인데(그것도 제 배 위에 엎드려서) 갑자기 아이가 사라진 겁니다. 사실 전 그냥 아이가 저와 좀 떨어져서 저희 침대에서 자고 있는 줄 알았어요. 자면서도 '이게 웬일이야?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군. 정빈이가 밤새 나와 뚝 떨어져 자다니'하며 감격을 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침대에 아이가 없어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정빈이가 예슬이의 방에서 눈을 비비며 나오는 게 아닙니까. "왜 자다가 언니 방에 갔어?" "어머니 아버지 불편할까봐서요." "그래? 그래서 간 거야?" "네. 아버지랑 뽀뽀하고 싶은데 제가 닭살 부부라고 놀려서 부끄러워서 못하잖아요. 어제 뽀뽀 많이 했어요?" "응. 정말 고마워. 학생이 되니까 정말 너무 많이 달라지네." "이렇게 언니 방에서 자다가 좀 더 크면 저 혼자서도 잘 수 있어야지요." 오늘 아침의 정빈이와의 대화입니다. 남편도 늘 아기처럼만 생각하던 아이가 우리 곁을 떠나 큰아이와 함께 잔 것과 혼자서 일찍 일어난 것이 사뭇 대견한지 아이의 두 볼을 비벼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이렇게 아이들은 커 가는 가봅니다. 어제 입학식에서는 교장선생님의 긴 훈화에 지쳐 거의 쓰러질 듯 하며 학교 싫다고 해 걱정했었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격려와 자랑의 말 한마디가 아이들에게는 많은 용기를 주는 가봅니다. 작년에 썼던 글이 생각나 함께 올립니다.
한마디 말로 만드는 아름다운 보석
"어머니는 어떻게 써 드릴까요?" "묻지 말고 네가 쓰고 싶은 대로 써." "뭐라고 써 드리면 제일 기뻐요?" "상대방이 기뻐하도록 쓸 필요는 없어. 그냥 네 느낌 그대로를 쓰면 되는 거야." "그래도 어머니 기쁘게 해 드리고 싶어요. 뭐라고 쓰면 제일 기뻐요?" 요즈음 글쓰는 재미에 푹 빠진 작은아이가 즐겨 쓰는 주제는 '우리 가족'이다. '우리 어머니는, 우리 아버지는, 우리 언니는'으로 시작하는 정빈이의 글을 보면서 그 아이에게 비친 우리 가족의 모습을 조금씩 알게 된다. "우리 언니는 중학생입니다. 그리고 박사가 될 사람입니다." 어제 정빈이가 쓴 글에서 큰 아이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었다. '박사가 될'에서 '될'이 어려웠던지 몹시 고민하는 눈치더니 '박사가 댁 사람입니다.'로 쓰고는 한참을 또 고민, 틀린 것을 알아차린 모양인지 두리번거리며 지우개를 찾았다. 지우개를 찾지 못하자 손가락에 침을 묻혀 틀린 부분을 문질러대다가 공책에 구멍을 만들어 버렸다. 그런 아이에게 내가 한마디했다. "어쩜 이렇게 언니와 꼭 닮았냐? 언니도 지우개 없으면 그냥 손가락에 침 묻혀 가지고 쓱쓱 문질러 공책 구멍을 내더니, 참." 혀를 차는 내 소리에 큰아이가 왜 자기를 끌고 들어가느냐는 억울함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어머니는 이럴 때 어떻게 하셨는데요?" "지우개를 찾지." "찾아도 없으면요?" "그러면 지우개를 사 가지고 와서라도 깨끗하게 지우지." "글쓰는 것이 중요한 거예요? 아님 깨끗하게 지우는 것이 더 중요해요?" 아이의 이 질문에 아차 싶었다. "그야 물론 글쓰는 것이 더 중요하지." "그런데 지우개 찾느라 시간 보내고, 없으면 문방구까지 사러 가고. 그러는 거보다는 손가락에 침 묻혀 쓱쓱 지우고 글쓰는 것이 더 좋지 않아요? 좀 지저분하고 공책에 구멍이 좀 나면 어때요?" "맞아, 맞아. 언니 말이 맞아. 우리 언니 역시 박사야." 내 옆에서 정빈이는 언니를 '박사'라 불러대며 칭찬을 계속 해대고, 동생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예슬이는 '어흠'하는 헛기침까지 하며 목에 힘을 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한 마디 했다. "난 역시 똑똑해! 박사라 불릴 자격이 있어." 얼마 전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물의 결정을 찍은 사진들에게서 받은 충격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결정 모양을 달리하는 물.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물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너 정말 예뻐." "망할 놈."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말을 건 물입니다.

'너 정말 예뻐.'는 말 그대로 예쁜 결정을, '망할 놈.'은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중에서

물이 말 한 마디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 내는 결정 모양이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정말 입이 딱 벌어졌다. 그러면서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모양의 결정을 만들어 주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내가 하는 말 한 마디, 내가 주는 눈길 하나가 타인에게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지만 물이 만들어 내는 결정들을 눈을 통해 확인하니 그 무게가 더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 서로가 어떤 말을 주고받아야 하며 어떻게 부르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저자는 물로부터 해답을 얻었다고 했다. 그것은 '사랑과 감사'였다.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새삼 아이들을 부르는 별명 하나에도 깊은 애정과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 집에서 큰아이 예슬이는 '1등 박사'로 불린다. 예슬이를 '1등 박사'라 부르기 시작한 것은 아이가 여름 방학 때 받아 온 성적표를 내 놓으며 학교 공부에서 1등을 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낸 후부터다. 이제까지 공부보다는 다른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가지던 아이가 스스로 학교 성적에 신경을 쓰면서 1등이라는 것을 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 때부터 나는 예슬이를 '우리 1등 박사'라 부른다. "꼭 1등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네가 그런 계획을 세웠으니 열심히 해 보는 거야. 어머니가 너를 1등 박사로 부르는 것은 네 마음속에 그런 너의 모습을 그리면서 동기유발을 시키라는 의미에서야. 여기서 1등은 지금 당장은 네가 목표로 한 학교 성적에서의 1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더 크게는 앞으로 네가 목표로 하는 그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기도 해. 그리고 숫자 1이 꼭 등수 1등을 뜻하는 것은 아니야. 어머니가 말하는 1등은 최선을 의미하는 거야. 그리고 박사는 학위 취득이 아니라 네가 원하는 분야에서 많은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의미야. 어머니가 말하는 1등 박사는 좁은 의미로는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해서 네가 원하는 1등을 한 번 해 보기를 바라는 것에서이고 더 큰 의미로는 삶에서 네가 원하는 분야에서 네가 원하는 위치에 도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야. 어머니가 불러 주는 우리 1등 박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열심히 노력하는 네 모습, 그래서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멋진 너의 모습을 떠올려 주기를 바래. 알았지 우리 1등 박사?" 예슬이는 겨울 방학 때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한 성적표를 들고 오겠다며 열심이다. 그 덕분에 동생의 글 쓰기에서 예슬이는 이렇게 표현되곤 한다. '우리 언니는 공부를 아주 잘 합니다', '우리 언니는 박사가 될 사람입니다', '우리 언니는 책을 많이 읽습니다.' 등으로. 1등이 아니어도 박사가 아니어도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 말에 담겨있는 내 사랑이 아이에게 전해진다는 것만으로, 아이가 그 말에서 따뜻한 사랑과 자신에 대한 내 믿음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아이는 정말 세상에다 너무나 아름다움 결정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리라. 그 아이도 알 것이다. 내가 1등을 원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그러기에 나의 '우리 1등 박사'라는 말에 '어머니 뽀뽀'하며 내게 다가오는 것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뭐라 불러 줄까 물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작은아이 정빈이는 '발레리나 화가'로 불러 달란다. 나비가 되고 싶다는 정빈이는 나비춤을 즐겨 춘다. 화가가 꿈인 아이지만 춤추기를 좋아해 '발레리나 화가'라 불리고 싶단다. 시골집 넓은 마당에서 달빛을 받으며 춤을 추는 정빈이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춤추기를 무척 좋아하는 정빈이는 그렇게 자연을 무대 삼아 내게만 멋진 춤을 보여 주곤 한다. 아이에게 엄마보다 더 푸근한 존재가 어디 있을까? 수줍음 많은 정빈이는 식구들이 잠든 밤에 나를 홀로 관객으로 앉혀 두고 자신이 좋아하는 춤을 열심히 추곤 한다. 건강이 좋지 않는 아이다 보니 마음만큼 춤을 출 수도 없지만 아이는 춤을 추며 행복해한다. 정빈이는 '인어 공주'라고 불러 달라고도 한다. 수영을 좋아하지만 35℃가 넘는 대구의 한여름에도 따뜻한 온천에서만 수영을 할 수 있는 아이는 '제 모습이 수영하는 사람 같아요? 인어공주 같아요?' 하고 물었었다. 인어 공주 같다는 내 말에 아이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기쁨의 전율들. 아이는 지금도 '인어 공주'라는 한 마디에 그 때의 기쁨을 떠올리며 좋아한다. 아이 몸 속의 물이 지금 어떤 결정을 만들까를 상상해 보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결정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그 아이의 마음에도 아름다운 결정들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있으리라. 아이들 가슴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한가득 만들어 주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다. 사랑이 담긴 따뜻한 한 마디, "널 사랑해."로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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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니어 플라톤 하시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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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o 2003/03/04 2,11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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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의 답변(혜진맘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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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임 제안 게시판으로 옮겼습니다.-쑥쑥-

성혁맘 2003/03/03 2,24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