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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엄마의 시행착오

글쓴이 수경샘

등록일 2014-07-30 09:49

조회수 2,98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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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와~ㅇ, 잉~잉’

아파트 통로가 떠나갑니다. 아래층집 네 살배기 아들내미가 뭘 잘못했는지 또 쫓겨났나보네요.

‘할머니한테 다 이를 거야~!’

울면서도 든든한 ‘빽’이 있다는 걸 잊지 않고 엄마를 협박합니다. 후훗^^

 

오래 전 기억이 문득 떠오르네요^^

둘째 아이가 다섯 살 때였어요.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 1년간 집근처 체육센터에 보냈지요. 마지막 시간은 수영강습이었습니다. 하루는 시간이 나서 아이가 잘 하고 있는지 보려고 체육센터로 갔습니다. 많은 엄마들이 수영장에 마련된 참관실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더군요.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선생님의 지도를 따라 팔도 내젓고 물장구도 치는데 아무리 봐도 우리 아이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참관실 유리창에 코를 바짝 갖다 대고 한참을 찾았는데, 이런! 아이가 물속이 아닌 수영장 한켠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게 아니겠어요? 어디가 아픈가? 운동하다 다쳤나? 온갖 걱정이 되더군요.

배가 아파서 수영을 못했다네요.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수영은 하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물이 무서워서 들어가질 못한 거였어요. 내일은 꼭 수영을 하겠노라고 약속을 했지만 결과는 번번이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가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더군요.

 

‘수영하는 게 그렇게 무섭고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차라리 엄마와 약속을 하지 마.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건데... ’

아이도 자신에게 화가 나는 듯,

‘아니요. 내일은 꼭 할 거예요!’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아이에게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아들은 키우고 싶지 않으니, 이 집에서 나가!’

엄포 아닌 엄포를 놓았지요.

아이가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며, 내일은 반드시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요. 그런데 방으로 들어간 아이는 자기가 늘 들고 다니던 작은 배낭에 자신의 옷가지와 장난감을 주섬주섬 챙겨 넣었습니다. 아주 담담하게!

 

‘이런! 이게 아닌데??!!’

배낭을 메고 캡까지 눌러쓴 후, 아이는 조용히 집을 나갔습니다.

‘......’

잠시 후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왜?’ 라고 물었죠.

.

‘밖에 비가 와요.’

.

아이는 우산을 챙기더니 다시 나갔습니다.

@@@@@@

 

비는 후둑후둑 내리고, 어스름한 저녁 무렵. 비가 와서인지 밖은 더 일찍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제 가슴 속에도 후둑후둑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심장도 함께 떨어졌구요. 엄마의 위신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도 시간 문제였습니다. 게다가 잠시 후면 퇴근해서 들어 올 남편을 떠올리니 앞이 깜깜했습니다. ‘멘붕’이란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엌 뒤 베란다 창으로 내다보니 보도를 따라 걷던 아이는 놀이터에 다다르자, 우산을 받쳐 쓴 채 벤치에 얌전히 앉더군요. 그나마 다행이었죠! 30분은 족히 흘렀을 겁니다. 아이는 꿈쩍도 않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자리에 여전히 앉아 있었습니다. 들어올 낌새는 전혀 없었고요ㅠㅠ

 

‘휴우~!’ 한숨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 난감한 상황을 어찌 수습해야 할 지…….

바로 그 때,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이라고나 할까요. 나의 구세주. 바로 옆 동의 청소부 아주머니가 나타났습니다. 평소 인사를 잘 하는 우리아이를 예뻐해 주시던 아주머니였는데, 퇴근길에 아이를 보게 된 것이죠. 아이는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마도 자신의 가출(?) 스토리였겠지요. 아주머니는 아이를 잘 타일러 집으로 데려오셨고, 초보엄마의 아이 가출기는 이렇게 가까스로 막을 내렸습니다. 덕분에 엄마의 위신과 체면은 유지되었고요ㅜㅜ

 

그 후로 다시는 아이들에게 ‘집에서 나가’라는 말은 꺼내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 바로, 수습하지 못할 상황으로 아이를 몰고 가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도를 닦는 심정으로 참아야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요. 아이들 마다 색깔도 다르고, 레퍼토리도 다양하고, 같은 일에도 반응이 제각각이니, 간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아이들과 겪는 새로운 경험은 때때로 초보엄마를 시행착오라는 시험대에 오르게 합니다. 그야말로 ‘대략난감’이죠.

 

아이들에게 엄마의 위신을 지킨다는 건 정말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더더욱 조심스러우니, 이 무슨 시집살이인지요?!!

 

우리 아이가 그 때 무슨 생각으로 짐을 쌌는지는 지금도 궁금합니다.

‘엄마에 대한 배신감?’ 아니면,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니 이집에서 살 자격이 없다?’

 

어찌 되었든, 지금은 수영을 곧잘 하는 아들을 보면서 그 때는 그게 뭐 그리 큰일이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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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새맘 2014-08-01 14:19 

  읽으면서 제 가슴도 콩닥콩닥하고 머리가 하애지네요.

  어릴 때 말 안되는 요구하면 '그런 거 받아주는 부모 데려오면 입양시켜 줄께'하면, 찍 소리도 못하더니,

머리가 커지니까 말 한마디 안지고 받아치는데, 

'어, 너 얘기 잘 한다. 머리가 점점 좋아지고 있네.'하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며 위신을  가까스로 지킬 때가 한 두번이 아니거든요.

   아이 키우기는 끝이 없네요.

그래도 나중에 홍박샘 얘기처럼 재밌는 추억거리가 되겠지요.   

 

수경샘 2014-08-01 15:08:43
커가는 아이들과의 사건들은 당장은 당혹스러워도 지나고 나면 역시 추억이 됩니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겠지요^^
우성마뮈 2014-07-31 18:43 
오늘 아이와 한바탕 싸움 했는데 맘 한켠이 좋지 않았어요..10살 아들녀석은 이제 제법 컸다고 말대답에 눈을 치켜뜨기까지..
시간이 지나면 후회가 남는데 그 때는 내 화를 누르지 못해 아이에게 상처주는 말들과 맘속에 상처를 남기네요..진지한 화해를 해야할 것 같아요..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점들을 얘기하고 또 들어주고...어렸을때 아이에 대한 배려가 컸었는데 커갈수록 배려심이 작아지는걸 느끼며 반성합니다
수경샘 2014-08-01 15:21:04
참 희안하죠
야단치고도 뒤돌아서면 바로 안스러운 것이 엄마의 마음이니
아들도 아마 엄마처럼 온종일 맘이 편치 않았을거에요
아이들과의 화해도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SunnyKim 2014-07-30 14:22 

헐....저도 몇달전에 화가나서 7살 딸에게 "그럴거면 나가" 했더니 진짜 아파트 복도로 걸어다더라는....

남편이 놀래서 달래서 데리고 왔었죠...

요즘도 좀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짐싸서 엄마 없는 섬으로 떠나고싶어~"라는 말입니다...ㅜ.ㅜ

이룬....화내지 말고 키워야지 다짐을 하지만.......어렵네요...

수경샘 2014-08-01 15:24:47
아빠 덕분에 위기를 잘 넘기셨네요^^
하여간 지지고 볶아도 내 눈앞에서 해결해야 해요ㅜㅜ
pushkar 2014-07-30 12:42 

맞아요.. 뭐라고 아이를 혼내두고, 아이가 계속 고집을 꺽지 않으면 어떻게해야할 지 몰라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순간이 오더라구요.

내가 뱉은 말이니 다시 하지말라 취소도 못하겠고.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가고..

 

아이를 키우며 제안의 문제점도 많이 보이기도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정말 힘든일이네요.

지나가면 수경샘처럼 웃으며 이야기 할 날들도 오겠지요?^^

모두들 무더위 조심하세요~~

수경샘 2014-08-01 15:35:12
고집이 아이의 저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어떤 사안인가가 문제죠
저는 대세에 지장이 없다면 일단 고집대로 하게 해서 본인 스스로 왜 안된다고 했는지를 느끼게 했는데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어쨋든 엄마하기 어려운 건 사실인 듯!^^
홍박샘 2014-07-30 10:19 

제가 너덧살 쯤 가출을 했다네요. 최연소 자발가출녀가 아니었을까?

제가 앞 뒤 이마가 튀어나온 머리통을 타고 났는데 그 때문에 별명이 '앞박뒷박'이었읍니다.

그날도 식구들이 같은 놀리면서 자기들을 안 닮고 어떤 아주머니를 닮았다는 겁니다.

당시 머리에 물건을 이고 집집마다 방문하며 물건을 파는 사람이 있었는데

(기억의 왜곡인지는 몰라도 빠다, 구리므 등 미제 물건 파는 아줌마였던 듯...)

아무튼 제가 그니 딸일 거라는 거죠. 그 분 머리통이 저 같았는지 모르갔어요.

늘 듣는 레파토리인데 그 날은 정말 화가 나서 내 스스로 나간다고 했어요.

그러라고 했더니 제가 새로 산 오바는 입혀달라고 하더래요. "아유 저거 입혀줘!"

입혀줬더니 길로 나서더랍니다. 엄마가 뒤를 졸졸 따라왔는데 정말 그 아줌마가 나타난 겁니다.

기겁을 해서 뒤로 돌아 뛰어오다가 엄마를 보고 품에 안겼다는 전설이 ㅋㅋ

 

엄마가 두고 두고 한 소리라 그런지 희한하게 그 장면이 기억납니다.

무턱대고 나가 펼쳐졌던 집 앞의 풍경, 엄마가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

내가 속이 상했는데 엄마가 자꾸 웃으며 말 붙이던 상황. 기억이 나요.

자발 가출이었대서 조샘 주제와 다르지만 요즘은 자꾸 옛날 얘기하는 게 일이라 떠들었습니다.

 

수경샘 2014-07-30 10:26:45
홍샘 어머니께서도 가슴을 쓸어내리셨을 거에요^^
하여간 기가 센 아이들은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니까요ㅎㅎ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이 기가 세니 엄마들 정말 힘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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