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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7살? 미친 7살??

글쓴이 수경샘

등록일 2014-10-08 08:26

조회수 6,409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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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7살’, 아이가 7살이 되면 천지분간 못하고 장난은 최고조요, 고집은 불통이니 미운 짓만 골라 한다고 어른들이 붙인 별명입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주변에 미운 7살을 빗겨가는 아이는 없었던 듯합니다. 장난꾸러기 남동생은 한옥의 미닫이문 한 가운데를 뚫고 넘나들었으니 창호지가 성할 날이 없었고 문창호지를 보수할 때면 친정어머니께서는 ‘미운 7살이라더니 미친 7살'이라고 푸념하시곤 했습니다. 그래도 회초리 한 번 드신 적이 없으셨지요. 작은 집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 한옥은 아니어서 창호지를 덧바를 일은 없었지만 집안의 벽이란 벽은 예외없이 사촌동생들의 낙서로 몸살을 앓아야 했습니다. 작은 어머니께서는 급기야 빈방 하나를 아이들의 낙서장으로 내어주셨고 방안에는 나지막한 사다리까지 마련해 주셨습니다. 손닿는 벽이 형체를 알 수없는 기하학적 낙서로 채워지면 다음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그림도 그리고 창작활동(?)을 했지요. 가끔씩은 언니와 나, 동생까지 합세하여 낙서방의 벽을 온갖 색의 크레파스로 맘껏 물들이곤 했습니다. 우리들에겐 작은 천국과도 같은 자유로운 공간. 지금 생각해도 작은 어머니의 통 큰 스케일은 그저 경이롭고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고만고만한 또래들이 몰려 살던 동네에는 집집마다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 다치고 깨지고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장독대에서 뛰어내리는가 하면 심지어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아이까지... 숨바꼭질을 한다며 골목에 놓인 쓰레기통에서 기어 나오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장독대에 숨다가 간장독을 안고 넘어지는 아이도 있었으니, 그야말로 미운이 아닌 미친 7살들이 동네 구석구석을 휩쓸고 다녔지요. 말이 7살이지 꼭 7살은 아닌 미친(?) 아이들을 해질녘이면 목청껏 부르며 찾아다니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저녁하늘에 메아리쳤습니다.

 

세월은 흘렀어도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에 고비는 있게 마련입니다.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했던 아이가, 부모에게 순종하며 행복만을 안겨줄 것 같았던 아이가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어찌보면 7살 즈음이 그런 나이인 것 같습니다. 부모나 형제의 보살핌 없이도 이제는 세상을 알겠노라 혼자서도 밖에 나가 놀 수 있고 머리도 굵어졌으니 말대답에 고집도 부리며 나름 독립을 구가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매사에 미숙하니 부딪히는 건건마다 사건사고는 당연하지요ㅎㅎ 미운 7살이 4살로 당겨졌다고 불평하는 엄마들이 있는가 하면 아이의 평생효도는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이미 끝이 났다고 한숨짓는 엄마도 있습니다. 4살이던 7살이던 이 고비를 잘 넘기는 데에는 엄마들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지요. 아이의 자아가 자리잡기 시작하는 시기가 된 것입니다. 당황스런 엄마로 아이와 맞서기 보다는 아이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방법으로 고비를 계기로 전환하는 방편을 모색하는 편이 좋을 듯싶습니다.

 

미운 아니, 미친 7살 아이들을 다스리던 친정 집안만의 비법은 다름 아닌 서예였습니다. 서예가였던 어머니 덕분에 우리에겐 어려서부터 붓이 친숙했고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연필보다 붓을 먼저 잡았습니다. 붓글씨를 쓰려면 우선 먹부터 갈아야 합니다. 무릎을 꿇고 정자세로 앉아 일체의 잡담도 없이 벼루에 먹을 곧추세우고 정성들여 먹을 갑니다.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윗물이 지지 않고 진한 국물 맛을 내기 위해 물을 서너 차례에 나누어 붓듯, 먹물도 이색이 지지 않도록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천천히 농도를 맞춥니다. 먹을 가는 동안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집중을 하며 글씨를 쓸 준비를 하는 거죠. 먹물이 완성되면 조심스레 한 획 한 획을 그으며 글씨를 써 내려갑니다. 미운 7살들에게는 극기훈련 시간이 따로 없지요.^^ 꾸준히 수련을 하게 되면 날뛰던 아이들도 차분해지고 진득한 자세로 변모하니 집안의 모든 사촌들까지 거쳐야 했던 통과의례이기도 합니다.

 

요즘에도 나 어린 시절과 같은 미운 7살, 미친 7살이 있는 지 주변에서 본 바가 없으니 모르겠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 아이들도 미친(?) 7살은 건너 뛴 듯합니다. 장난이 심하다 해도 예전 우리 자랄 때만큼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드네요. 아파트의 놀이터가 빈 공간이 된 지는 이미 오래고, 아이들끼리 뭉쳐서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노는 모습도 언제 보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어스름한 저녁 무렵, 아파트 후문 앞에 무표정한 얼굴로, 때로는 무엇을 외우는지 혼자 웅얼거리며 학원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 또한 낯설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보며 가끔씩은 왠지 가슴이 짠~합니다.

 

엄마의 빨래 방망이를 피해 도망 다니며 정신없이 놀던 미운 7살, 미친 7살 사고뭉치 아이들이 그리운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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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이혀니맘 2014-10-10 01:38 

지금 7살난 아들, 동네 골목골목 쏘다니고 있습니다. 헉. 서예라니.. 감히 꿈도 못 꾸겠어요!^^
수경샘 2014-10-10 08:18:20
ㅎㅎ 먹갈아 글씨 쓰라면 아이들 반응이 어떨런지...^^
몇 년전까지만 해도 '서예'라고 써있는 학원 간판을 봤었는데 요즘엔 볼 수가 없어요.
세월에 안맞는다는 이유겠죠. 서예를 단순히 붓글씨쓰기로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가끔 바둑을 하는 아이들을 보긴 했는데 어느 정도는 서예와 같은 맥락이겠죠? 두뇌 발달도 꾀하고.
RInBIn 2014-10-09 17:47 
저희집은 다행인지(?) 미친 7살을 경험하진 못하고 지나갔네요~~
그래서인지 마음한편으로 불안해지기도 한답니다~
아이들이 혹시 꾹꾹 쌓아두었다가 화산폭발하듯 빵~~~터질까봐요 ㅎㅎㅎ
아이는 아이답게 크는게 정답인듯 싶은데
요즘아이들은 참 어른같은 삶을 살고 있지요~
둘째는 그나마 3학년이라 친구들과 휘젓고 다닐수 있지만
큰아이는 시간이 있어도 함께 할 친구가 없어 심심해하는 모습이 참 씁쓸하더라구요~
우리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수경샘 2014-10-10 08:30:31
미친 7살을 만나긴 어려울 것 같아요. 함께 동조해 줄 동지도, 시간도 없으니 말이에요.
그래도 중간중간 짧게라도 뛰어 놀 기회와 친구들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 듯 싶네요.
아이들이 잠깐 미치는 시기가 있긴 한 것 같아요. 바로 대학에 입학한 이후입니다.
신입생들을 보면 거의 첫학기는 미친 듯 보내더군요. 어찌 보면 고3보다 어린 듯 행동하기도 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기회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철도 들었으니 그런대로 봐 줄만 합니다^^
원영사랑 2014-10-08 17:09 
미운7살, 미친7살이라고 하지만...
이유없이 밤새도록 울던 제 딸아이 신생아 시절과...
천방지축 뛰어다니던 3-4세 시절...
그리고 유아 사춘기로 저를 힘들게 한 5-6세 시절...

위의 시절들에 비하면 지금 7세는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ㅎㅎㅎ
날이 갈수록 사람이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앞날의 여측할 수 없는 것이 아이의 심적 변화이니..늘 마음의 각오는 하고 있네요.ㅋㅋ
하지만 이제 아이의 마음에 도데체 뭐가 들었을까...이제는 대충 짐작이 되니 이 또한 감사하구요.
늘 예민하고 감정기복이 큰 아이라서...제가 촉각을 곤두세운 결과인듯 해요.

앞으로도 쭉....아이마음을 읽을 수 있기를...기도하네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수경샘 2014-10-09 00:55:14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원영사랑님의 글을 읽자니 저희 아이도 돌이 채안되었을 때 밤마다 울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이유도 모르겠고 소통도 안되니 난감할 수밖에요 아빠가 무등을 태워야 조용해지니 새벽 2시까지는 매일 남편도 못자고 고생했지요
그나마 입이라도 떼고나면 아이속을 들여다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커가면서 자리잡는 아이를 지켜보는 행복도 엄마에겐 선물입니다
행복하세요~
꽃향유 2014-10-08 11:12 

저희 둘째도 7살이라서 그런지 요즘 고집과 장난이 심해졌어요.

그런데 수경샘의 글을 읽자니 우리 아들은 아주 점잖은 7세인 것 같아요 ㅎㅎ

저런 상황극을 펼친다면 아마도 저는 화를 참지 못하고 제가 먼저 폭발했을 거예요.

벽의 한쪽을 그림판으로 내주셨다는 작은어머님의 그 마음 한모퉁이라도 닮고싶습니다.

 

가끔 말썽을 피운 아이를 혼내놓고 마음이 상하여 저의 어릴적 모습을 생각하면 참으로 기가차는데..ㅡ.ㅡ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아이의 성장과정을 잘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것도 지금 제가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글 잘 읽었어요 ^^*

수경샘 2014-10-08 14:22:29
그렇죠. 지나고 보면 그렇게 혈압올릴 일도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사건 대부분이 그런 거 같아요.
아이 눈높이에서 말하고 이해해야 한다는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내 아이이니 한 번 해 봅니다.
자꾸 맘먹으면 어쩌다 한 번쯤은 되겠죠?^^
대세에 지장 없으면 패~쓰~!!
dkcarrot 2014-10-08 11:02 

정말 미친 7살이란 표현이 딱인거 같아요~

울 아들이 7살인데.. 어휴~ 장난이 날로 심해지고 어디갈라치면 길거리를 똑바로 가지 않네요~

뛰어넘어다니고 올라가고~ 땀에 흠벅젖어 갑니다...

그나마 학원이나 태권도를 가야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지금의 현실이 안탑갑네요~

서예가 마음수련에 좋다고 하니 그것도 좋은 방법을 듯 합니다~^^

수경샘 2014-10-08 14:17:01
dkcarrot님, 정말 미친 7살인가요?
저는 축하드리고 싶네요.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어른들 말씀이 천천히 걸어가는 아이는 병난 아이라고, 아이는 뛰어다녀야 아이라고 하셨는데...
땀에 흠뻑 젖을 정도라면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고 호기심도 많은 아이일 것 같아요.
장난도 한 때입니다^^
반갑다영어야 2014-10-08 10:33 

꼭 7살이 아니더라도 요즘 아이들... 미친 듯이 놀수가 없지요..

예전엔 집밖만 나가면 전부 놀 곳이 천지였는데..

지금은 그냥 골목에서 놀라고 내어놓기엔... 세상이 너무 험하고 무섭지요.. 차도 무섭고 사람도 무섭고..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들은 아무것도 없이 노는 것을 잘 못하는 듯합니다. 안타깝지 그지 없지요.

우리 큰 아들도 미친 7살은 없었던 듯해요 감사하게 생각함과 동시에 안타깝기도 하고...

정말 예전이 그립습니다.

수경샘 2014-10-08 14:09:17
그러게요. 세상이 무섭기도 하고 놀 시간도 친구들도 없네요.
학원에 친구 만나러 간다는 아이도 있다니 안쓰럽지요.
과연 이게 최선인 세상인지 답이 안나옵니다 ㅜ.ㅜ
준준맘 2014-10-08 09:15 

선생님 글 속의 주인공들은 액션 무비 스타네요!


빨래 방망이와 달군 연탄집게 (과장 많이 보태서 ㅋㅋㅋ) 로 무장한 부모들이 뒤쫒는,

쓰레기통과 장독 사이를 빠져나가는 그 녀석들~!


미닫이문을 부수며 화려한 스포트라잇 속에 슬로우 모션으로 등장하는

액션 스타들~! ㅋㅋㅋ

뛰어내리고 소리지르고 정신없는 광경이 그려져

혼자 즐겁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어려서 그걸 못 하고 커서

다들 뒤늦게 미치는 건가..

정말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수경샘 2014-10-08 14:03:54
와우~, 준준맘님 댓글은 영화네요 ㅎㅎ

그러고 보니 준준맘님 말씀대로 연탄집게 들고 쫓아다니던 엄마들도 있었어요.
쓰레기통옆에 쌓아놓은 다탄 연탄재로 장난하던 아이들도 있었고요.
그냥 떠올리기만 해도 흐뭇하게 미소지어지는군요. 행복했던 시절이었죠?^^
미친 듯 뛰어노는 아이들이 보고싶군요. 다 때가 있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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