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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모순

글쓴이 수경샘

등록일 2014-10-15 13:49

조회수 4,159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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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하늘이 맑은 가을날입니다. 날씨도 제법 쌀쌀해 지고 가을이 코끝에,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엊그제 막내가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에 입소했습니다.

작년엔 형이, 올해엔 동생이 나란히 나라를 지키는 군복무를 하게 된 것이지요.

형제 둘을 뭉쳐서 군에 보내는 게 아니라고 주변에선 얘기하기도 하지만 연년생이고 저희들이 계획을 세워 간다니 말릴 수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군 입대는 엄마라도 함부로 개입하기 어려운 예민한 사안이니까요.

 

작년에 큰아이가 입소하던 날은 날씨도 을씨년스러웠고 진눈깨비까지 흩뿌려 더욱 안쓰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엔 날씨가 맑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것도 경험이라고 작년보다는 담담한 마음으로 아이를 들여보낼 수 있었고 본인도 ‘다들 하는 거니 괜찮다’고 애써 엄마를 안심시킵니다. 잘 다녀오겠노라 다짐하고 들어갔습니다. 작년엔 엄마를 위로하느라 눈치를 보며 집으로 가지 말고 전시회에 가자고 부추겼던 막내입니다. 북촌에 있는 한옥에서 전통자수 전시회를 관람하고 자수가 곱게 수놓아진 파란 골무 하나를 선물이라며 사 주었습니다. 근처 찻집에서 따끈한 유자차도 마시며 조촐한 데이트를 했지요. 따뜻하고 정이 많은 아들입니다.

 

올 해에는 옆에서 위로해 주는 이 없이 혼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황금빛 가을들판과 울긋불긋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주변을 바라보며 차안에 음악도 볼륨을 높여 놓았습니다. 애써 마음을 달래보지만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가슴 속 한 켠이 꾹~ 눌리는 느낌입니다.

 

생후 16개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엄마’라고 입은 뗀 말 늦둥이입니다. 그간 하고픈 얘기들을 모아두기라도 했었는지 말문이 트이면서 말도 많고 질문도 많아 엄마 아빠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지요. 아이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부지런히 책도 사서 읽어가며 분주한 날들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궁금한 것도, 생각도 많은 아이입니다.

누나와 형을 졸졸 쫓아다니며 놀기도 잘 하고 때로는 자기주장도 강해서 누나를 종종 힘들게 하기도 했지요. 형과는 뗄 수 없는 단짝이고 어딜 가도 동생을 달고 다니니 동네에서는 소문난 ‘형님표 동생’입니다.

동생이 군생활을 잘 할 지 걱정이 되었는지 입소하는 날 GOP에서 근무하고 있는 큰아이가 동생에게 전화를 했더군요. 잠이 많은 게 제일 걱정이랍니다. 통화하는 모습을 보니 형제의 우애가 대견하고 기특합니다.

 

두 아들이 중학생이던 시절, 아마도 아이들에겐 그 때가 사춘기였던 것 같습니다. 철이 없어 힘들게 할 때면, 받아주기만 한다면 당장 해병대에 넣고 싶다고 푸념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ㅎㅎ 일찌감치 군대를 다녀오면 철도 들고 부모 고마운지도 알 테고 공부를 왜 해야 하는 지도 깨달을 거라는 바람에서였지요. 답답한 엄마의 마음에 군대는 굳건한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간사한 것이 엄마의 마음입니다. 모순이기도 하고요. 막상 아이가 군대에 갈 때가 되니 가능하면 힘들지 않은 곳으로 갔으면 하고 바라게 됩니다. 정신과 육체가 건강한 대한의 아들이라면 당연히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고, 그래야 온전한 사나이가 된다고 입으로는 말하면서도 5주간의 훈련이 견딜 만큼만 힘들면 좋겠습니다. 자대 배치도 편안한 곳으로 이왕이면 친절하고 인정 많은 선임들을 만나면 좋겠습니다. 고생도 한 때라고, 배우는 게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남편의 말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큰 아이에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말했던 남편입니다.

 

아들의 입영 날짜를 받고 당신이 대신 갈 수 없냐며 남편에게 울면서 애원한 엄마도 있다하니, 아들의 군입대는 엄마에겐 말로는 부족한 불안과 공포임이 분명합니다. 내 아들이 군대에 가기 전에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사촌 동생도 있습니다. 이제 유치원생인데 걱정이 앞섭니다.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들은 ‘두 번은 아니어도 한 번은 갈만한 곳이 군대’라고 말합니다.

 

내일부터는 큰 아이에게 그랬듯, 매일 편지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일생에 처음 겪는 혹독한 훈련에 힘이 되는 것은 저녁에 받아보는 편지라니까요.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들과 겪는 모든 상황에 엄마는 언제나 초보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좀 다를 것 같습니다.

느낌 아니까~

 

그래도 한동안은 막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건 아닐까 귀 기울이고, 아직 안 일어났나? 아이의 방문을 열어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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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2014-10-17 06:10 

아이고...엄마마음은 다들 똑같습니다...

엄마품을 떠나있을땐 다 걱정되고 또 걱정이 되지요.

하지만 수경샘이 든든하게 키워준 아드님들은 엄마 없는 곳에서도 아주 잘 제몫을 하면서 지내고 있을겁니다.

날씨가 추워져서 더 걱정이 되는 겨울이 지나가고나면...엄마의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 지겠지요.

아이 떼어보낸 엄마의 마음이 흔들리는건 당연한일이자나요..선생님만 그런것은 아니랍니다...

함께 걱정하고 함께 화이팅 해보아요!!! 

수경샘 2014-10-17 22:34:30
고맙습니다
따뜻한 댓글에 많은 위안이 되네요
사실 어딜 가든 뭘 하든 저 하기 나름이지요
그저 무던하게 잘 지내주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아이를 응원합니다 화이팅!
RInBIn 2014-10-16 08:39 
우리집 아들은 마음이 여리고 여린 막내라 제 마음 속에는 늘 걱정이 함께하네요...
험난한 중고등학교의 남자애들 세계를 어찌 보낼까...
군대에는 잘 다녀올수 있을까...
오지도 않은 내일을 늘 생각하곤 하지요^^;
그러다 결국은 내가 해줄수 있는건 집에서 항상 자신을 믿고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라는 든든한 빽(?)이 있다는 믿음을 주는거라고 마음으로 힘을 내네요^^
수경쌤 두아들 거뜬하게 군생활 잘하고 돌아올꺼예요~~!
집에 든든한 가족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수경샘 2014-10-16 10:17:38
RinBin님 댓글을 읽으니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감사합니다.
큰아이도 군대에 가더니 가족이 부쩍 그리웠던 것 같아요.
막내도 그러겠지요. 살갑던 아이라 더 그럴 거에요. 남아있는 우리도 막내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 같아요.
벨벳 2014-10-15 20:10 

저는 남자형제도 없고 아이도 딸아이 하나라서 수경샘님 마음을 짐작조차 못하겠는데도 코끝이 찡~~~해집니다. 곁에 계신다몃 그냥 꼬옥~~~안아드리고파요.
수경샘 2014-10-16 10:23:40
벨벳님의 따뜻한 마음 감사합니다.
많은 위로가 됩니다~^^
빨강머리앤 2014-10-15 19:40 

형제의 우애에 맘이 따스해집니다.

같은 학교를 다니며 언니가. 동생이 체육을 하거나 하면 둘레 둘레 찾아보고 인사하고

급식실에서 마주치면 꼭 아는 체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울 딸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제가 제일 잘 한 일인거 같아요.

 

형님이 군대 생활 잘 하는 거 보고 가는 거니 동생도 씩씩하게 견디겠지요. 형아가 했던 거니까.. 하면서.

또한 큰 아드님은 후임병을 내 동생이구나.. 생각하며 아끼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고보면 군 생활이 아름다워지려면 형제가 많은 게 좋겠구나...하는 생각도 드네요. ^^

수경샘 2014-10-16 10:22:32
자매나 형제가 서로에겐 든든한 버팀목이자 친구입니다.
저도 언니가 그랬었거든요.
나이든 지금도 언니가 있어 좋답니다.
선율새나맘 2014-10-15 18:50 

아들가진 엄마맘은 다 비슷할것 같아요 더욱이 요즘시기에는 걱정두 많이되구요~~ 날 추워지는데 군입대시키시느라 걱정이 더하실 것 같아요 저도 울 아들 태어났을 때는 통일은 아니어도 모병제 되면 좋겠다 했는데...아직 초등2학년이지만...벌써부터 걱정입니당ㅠㅠ 그래도 갔다오면 철~~들어오는 아들들 많으니 기대도 되겠지요? 요즘은 무사히 다녀오기만하면 참~~감사한일입니다.
수경샘 2014-10-16 10:29:50
요즘 군대는 군대도 아니다라는 말들을 합니다.
옛날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고요. 열악한 환경이나 고된 훈련보다도 자유로왔던 아이들을 엄격한 규율 속에서 통제하는 상황이 어쩌면 아이들에겐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이 아닐까 싶어요.
아마도 5년, 10년 후 쯤엔 군대문화도 많이 변해있겠지요?
제이제이마미 2014-10-15 17:25 

여기 빨리 통일되기 기다리는 1인 추가요~~~

아들만 둘 있다보니 겨우 초등생을 키우면서도 나도 나도!! 하면서 읽고 있네요

아들 둘을 다 보내셔서  허전 하시겠어요  

그래도 올때 또 한꺼번에 올테니 힘내세요^^

토닥토닥~~

수경샘 2014-10-15 18:19:21
따뜻한 토닥임에 위로가 많이 됩니다^^
시간 금방 가겠죠?
씩씩한 군인의 엄마로 기다리겠습니다.
호호하하 2014-10-15 16:06 

아직 아이가 초등이라 군입대가 까마득하게 멀게만 느껴지는데

수경쌤글을 읽다보니 저도 그 시간이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집니다.

두 아드님 군 생활 잘 하고 포상휴가 듬뿍 듬뿍 받아

형제가 같은 날 휴가나와 온 가족 오손도손 이야기하는 날이

오길 기도합니다.~

건강하게 잘 군생활하기를 빌어요~

 

수경샘 2014-10-15 18:21:41
호호하하님, 감사합니다.
형제가 휴가 맞춰 나오는 거, 그거 괜찮을 것 같아요^^
누가 더 힘들게 근무하고 있는지 얘기 하느라 밤샐 것 같군요 ㅎㅎ
아혜맘 2014-10-15 15:37 

평소 말없이 지내던 남동생이 군에 가니까..

아버지하고 굉장히 돈독해지더라구요..

표현 안 하시던 아버지도 애틋하게 위문편지 꼬박꼬박 쓰시고..

남동생도 열심히 답장하면서요..

동생이 군에 안 갔었다면..

그런 애틋함을 서로 표현이라도 해봤을까 싶어요

아드님도 군생활 잘~하고 돌아오길 빌어드릴께요!!

수경샘 2014-10-15 18:23:44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군복무 잘 하고 오길 저도 기도합니다.
우리 아들들이 연병장으로 그득 하더군요.
모든 아들들의 건투를 빕니다!!
아들들, 힘내시게!
홍박샘 2014-10-15 14:10 

수경샘, 둘째가 입대했군요. 위로라는 말이 맞나 모르겠습니다.

제 코가 시큰합니다. 내년에 저도 달랑 하나 있는 거 보내야 합니다.

좋은 편지로 큰 아이 훈련소에서 상 받으셔서 아이에게 특별 휴가 상 받게 하신 경력 살려,

둘째네 훈련소에도 부지런히 좋은 편지 마구마구 써주세요. 둘째라고 힘 덜 들이실라나?

수경샘 2014-10-15 18:28:59
달랑 하나뿐인 외동을 군에 보낸다는 건 더 힘들 것 같아요.

큰 아이는 처음이라 둘째는 막내라 마음이 짠~합니다.
아들 가진 엄마들은 딸 가진 엄마들보다 극기훈련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아들들을 응원합니다!
반갑다영어야 2014-10-15 14:07 

어휴... 남의 일 같지가 않아요....

저는 아들만 둘이라... 아직 갈려면 한참 멀었지만서도... 그래도 군대 얘기만 나오면 걱정부터 앞서고 그래요..

매일 정성스런 편지 써주는 어머니가 계셔서 아드님은 그래도 덜 힘들거에요.

마음 한구석 많이 허전하시겠지만... 힘내세요 수경샘님~~

 

수경샘 2014-10-15 18:31:16
반갑다영어야님, 감사합니다.
씩씩한 군인엄마로 잘 버틸게요~
아들을 가진 엄마들도 모두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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