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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글쓴이 지나world

등록일 2014-12-08 09:23

조회수 2,537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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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에 살 때의 일이다. 현지인 중에 삑이라는 이름의 청년이 있었다. 늘 조용했지만 눈치가 있어서 말하지 않아도 미리 알아서 일을 하는 친구였다. 가정 형편상 학교를 하지 못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던 많은 세네갈 젊은이 중 하나였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아니 가족을 먹여 살리는 처지에 있는 청년이었다.

 

그가 어느 날 남편에게 3만 쎄파를 가불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20년 전인 1994년, 그는 2500쎄파 즉 우리 돈으로 일당 5천 원 정도를 받고 일하고 있었다. 이슬람 교인이 많은 세네갈에서는 금식 기도기간인 라마단이 끝나면 보통 양을 잡아 잔치를 하는데 양을 살 돈이 없다는 것이 가불의 이유였고 돈을 다 갚을 때까지 일당을 안 받겠다는 조건이었다. 어느 날이던가, 바퀴가 망가진 카트를 어느 틈에 자기 집에 가져다가 본인이 직접 철사로 총총 동여매어 수리를 해다 놓은 일이 있은 다음부터 남편은 그 청년의 성의를 기억하고 있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이었고 고마워하는 남편에게 그저 씩 웃으며 별 것 아니라는 듯 멋쩍어 할 뿐, 전혀 공치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루하루 일당 받고 일하는 형편이라 연락처도 제대로 몰랐지만 남편은 기꺼이 가불을 해주었다.

 

그런데 다음번에 만나 하루 일을 마치고 남편이 그 날부터 돈을 갚는 것이려니, 일당을 주지 않고 헤어지려던 순간이었다. 삑은 하루 품삯 2500쎄파 중 1500쎄파만 까나가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을 했다. 집에 빵을 사갈 돈이 없노라고... 바게뜨가 120쎄파 정도였으니 1000쎄파면 식구 여러 명이 먹을 빵 값은 되는데 식구 중 일하는 사람이 자기 혼자라서 자기가 벌지 못하면 모두 굶는다는 것이었다. 언제까지 남편이 그 돈을 까나가며 그 청년에게 일을 주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이후에도 한결같은 그 청년의 성실함은 우리가 세네갈을 떠나면서 그를 한국인 지사장이 관리하던 공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추천하게끔 했고 운전면허가 있어야 취직이 된다는 말에 운전학원에 다니도록 도와주게 만들었다. 그 청년은 어지간해서는 남에게 부탁을 잘 안하는 사람이었던 남편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던 것이다.

 

일자리가 없어 한창 나이의 젊은이들이 하릴없이 놀고 있는 세네갈에서 한국 공장에 취직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어서 지사장 말에 의하면 여기저기서 부탁이 수없이 들어온다고 했다. 그 곳에서 고정 월급을 받으며 일하게 되었으니 삑에게는 바로 행운의 기회가 온 것이었다. 세네갈 떠난 후 제법 세월이 지나 오랜만에 만난 한국 지사장에게 삑의 안부를 물으니 매니저로 승진하여 일을 열심히 잘하고 있노라는 반가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 친구를 소개해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기회란 그런 게 아닐까 한다. 평소의 성실함과 진심으로 살다보면 어느 순간 찾아오는 것. 이미 다 커서 더 이상 엄마의 잔소리가 통하지 않는 나이에 이른 딸아이에게 나는 가끔 이 이야기를 꺼내며 항상 진심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기를, 매사에 성실함으로 임하기를 당부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님이 “운도 실력이 있어야 따른다”고 하셨던가. 그 실력이란 요즘 말하는 ‘스펙’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엇, 난 그 진심이 갖는 힘을 믿는다. 삑이 어쩌다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닌 것이다.

 

서로 말도 잘 안 통했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가 귀국 이삿짐을 싸던 날 나타나 온갖 허드렛일을 해주며 말없이 고마움을 표시하던 청년, 삑을 기억한다. 여전히 그 성실함으로 잘 살고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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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2014-12-10 09:34 

성실함은 살아가는데 커다란 무기이지요~^^

조금 손해인것 같아도 결국 그것만한 무기가 없는듯해요.

어릴때는 잘 몰랐지만, 나이가 한살한살 들어갈수록 더 하네요.

꾸준히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이 원한는걸 얻게 되는 그런 세상이기를.

그리고 꾸준히 열심히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이기를...엄마도 아이도요...

꽁이 2014-12-09 16:13 

사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늘 성실하게 살아왔던 청년이기에 가능했던 일인가보네요..

요즘은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보다는 사람 마음을 가지고 놀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네요...

성실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되는 그런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지나world 2014-12-09 16:56:16
저도 동감입니다. 우리 다음세대가 더 좋은 삶을 누리는 그런 나라가 되기를 바래요!!!★★
그리미 2014-12-09 05:47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참 대단한 능력인 것 같아요.

삑이란 청년이 이제는 중년이 되어 잘 살고 있을 것 같아요. 보는 데서나 안 보는 데서나 한결같은 사람이 결국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나world 2014-12-09 17:03:49
그렇겠지요? 선량한 그 청년의 얼굴이 아직 생각나요. 처음 세네갈에가니 현지인 얼굴이 다 비슷해 보여 누가누군지 얼른 기억을 못하겠더라구요. 좀 지나서야 적응을 했습니다.ㅎㅎ
서양인들 눈에 비친 우리도 다 비슷해 보였던게 아닐까 그제야 좀 이해가 됐습니다.
현실이 안그렇다지만 진심은 통하는거라고 굳게 믿을랍니다.
준준맘 2014-12-08 16:30 

이런 청년에게는 불황이 있을 수가 없지요.

삑이 운이 좋기는 하네요. 선생님 내외분을 만났으니까요~!

우리 아이들 이렇게 키우고 싶습니다.

지나world 2014-12-08 17:49:56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진심을 가진 청년이었던 거지요. 저도 그렇게 아이를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되겠지요?
강이 성이 맘 2014-12-08 12:45 

삑이라는 청년의 성실함을 알아보시고 또 부탁을 나몰라라 하지않고

배려해주신 지나선생님 내외분이 더 대단하신데요.

요즘은 성실하면 그걸 또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약삭빠르게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래도 성실하게 묵묵히 자신의 맡은 바를 수행하다보면 기회가 올때 그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꽉! 잡을 수 있죠.

약삭빠른 사람보다 이런 성실한 사람들이 빛을 발하는 세상이어야죠.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날씨가 많이 추운데 건강조심하시고 따뜻하게 지내세요^^

지나world 2014-12-08 17:51:55
맞아요. 약삭빠른 사람이 결국에는 성실한 사람을 이기지 못하는 세상이어야지요.
저녁이 되니 날이 도로 추워졌어요. 건강한 겨울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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