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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분다

글쓴이 koneko

등록일 2015-05-29 09:54

조회수 2,877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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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바람이 부는 것은.....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무엇으로 알았는가...

 

아주 더워서 햇빛이 따갑게까지 느껴지는데 다행히 바람이 분다.

횡단보도에 서서 부는 바람을 느끼는데, 무심결에 다리로부터 바람이 느껴진걸 깨닫는다.

바람은...그래....며칠전에 깎다 만 무릎밑 12센치 부근의 종아리털에서 시작되었다.

거기엔...수많은 털이 있었지.

나는 사람인데...곤충같기도 하고 식물같기도 하구나...

바로 옆 피부과에 가면 겨드랑이도 종아리도 말끔히 제거해 준다는데...

내 털들은 과연 그런 소임도 감당하고 있었구나.

냄새도 보관해준다는데, 내 시점에 그런건 안 고맙고....

털은, 내 털들은 나에게 바람을 느끼게 해주는구나.

분명 밀어도 털은, 절대 두꺼워지지 않는다고 방송에서 어느 의사선생님이 그랬던것 같은데...

그 뒤로 마루타가 된 내 털들은....아빠턱에 난 수염마냥 두꺼워 졌었지...

수련회 갔던 여름날 친구가 내 다리에 자기 다리가 닿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랐지.

따가워서....난 그때 마냥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이었거든. 교회오빠가 내 털을 보고 놀라면 안되잖아...

사실, 얼마전에 쑥쑥오프모임에 갔을때도 밀지 않은 얘네들을 어떻게 감추지 하다가 비누칠도 못하고 밀다가 뒷다리에 상처가 났다지.

피까지 흘리며 나간 모임이었는데, 박사님은 안웃기다며 엄마들을 웃기셨지.

심지어 인중에 난 수염은 깎지 않으면 안된다지.

다행히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닌 나는, 제모기선전을 보며 위안을 삼는다지.

장가사 되니까, 수요가 있으니까 광고까지 하는거지.

작년엔 앳된 처자가 수영장에 들어가기전 발가락위의 그것을 미는 걸 보며 위안을 삼았다지.

그후론, 마흔이 다된 나도 면도기를 들고 다닌다지, 이제사 들고 다닌다지.

그래도 깍을땐 쑥스럽다지.

 

 

파리지옥엔 잎의 끝에 난 감옥같은 창살외에 한가운데에 어제 깎다 만 것 같은 털이 몇개 나 있다지.

대체 이 허술한 모습은 뭘까 마냥 웃겼는데, 그것은 바로 먹이를 감지하는 장치라지.

아무때나 닫으면 에너지 손해가 크니까 영악하게도 몇군데 털이 두번이상 움직임을 감지하면 뚜껑을 닫아 곤충도, 개구리도, 심지어 들쥐까지도 녹여 먹는다지.

첫번째 사진속에는 왼쪽에 까만 콩같은 것이 들어있는데 그건 바로 바퀴벌레라지.

사올때 들어있던 거니까 우리집 것은 아닐테고, 소화를 못한걸 보면 너무 단단해서 인거 같기도 하지.

 

 

 

      

     얘는 끈끈이 주걱인데 하루살이만 잡아먹는 줄 알았더니 복수전공으로 모기도 잡아먹는다지. 며칠뒤 모기는 몸이 홀쭉해졌어. 단백질만 쏙 뽑아먹고 거죽은 거들떠도 안보기 때운이라지. 

 

얘네들은 수많은걸 감지하며 살아가는데, 나는 감지하기가 싫은건지 그것들을 올여름에 싹 정리하고 싶다지.

신은 나에게 털을 왜 주셨을까.

그것이 없는 삶은 분명 문제가 있지 않을까.

그것을 깎은 내 삶은 선인장. 고슴도치.

그것이 없는 내 삶은 ...

그것이 얇을 때 밀지 말 걸.

그것이 가늘 때 그냥 둘 걸.

 

 

사진출처 : 코네코네 집(왠일로 식물을 안죽이고 있음)

자료제공 : 서울대공원식물원내무인판매대 - 끈끈이주걱(시중 반값)

                양재꽃시장 - 파리지옥(시중 제값)

미처못제공 : 양재꽃시장 - 네펜더스(얘에게 줄 먹이가 우리집에 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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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공쥬 2015-05-29 22:15 

울 아들 저거 사달라고 난리인데 서울대공원무인판매대에 있군요.

맞아요, 거기서 본것 같기도 하네요.

ㅋㅋㅋㅋ 삶이 녹아 있는 글이예요.

어찌보면 참 슬픈 글인데 말이죠.^^;

koneko 2015-05-30 20:31:48
서울대공원 식.물.원.내 무인판매대입니다. 입구에 있는 무인판매대에는 다육식물이 주로 있어요.
저도 신기해서 샀는데, 그날 하루종일 들고 다니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화훼공판장에서도 두배의 가격으로 팝니다.
감사미샘 2015-05-29 15:35 

글재밌게 쓰기 가르쳐주는 학원다니시나요? 아님 자기주도적으로 재밌으신거에요! ㅋㅋ 여름이 다가오니 털얘기가 더 다가오네요 민소매입을날이 멀잖은데...무서워요
koneko 2015-05-30 20:30:31
엄마들의 사랑을 먹고 이렇게 한 몸을 바치게 되었으니, 사랑주도 학습인가봐요. ㅋㅋ
가끔 카톡에서 재미나다는 말을 들어봤어도, 글로 재미나다고 해준 엄마들 덕에 괜히 더 신나서...^^
감사미 샘의 초등수학사전의 글도 참 맛갈스럽던데요. 사전이라 머릿말을 더 깊이 읽었지만 말이에요....^^머릿말씀이 좋아서 쪽지 쓰다가..부끄러버서 접었습니다. 지난번 쑥오프때 인사드리려 했는데...일찍 가셔서...아쉬웠어요. 저...이제 털도 털린 여자에요...제 바닥을 다 보셔서리...ㅠㅠ
팁토 2015-05-29 12:56 
ㅋㅋㅋㅋㅋ재밌게 잘 읽었습니다~역시 쑥쑥은 재미난 곳이여~~~^m^
koneko 2015-05-29 14:10:46
팁토님....재미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닥을 드러내면, 이제 어데를 가야할지 고민입니다. ㅋ
빨강머리앤 2015-05-29 12:46 

다음에 만나면 내 그대의 인중에 나 있는 거뭇한 그것과

종아리를 감싸고 있는 바람에도 강인한 그것들을 살펴볼 터이니...

밀지 말고 나오시오....

곤충같기도 하고 식물같기도 한 그 기괴한 것을 내 꼭 보고 말겠소!!!

 

내 몸에 있는 것은 다 필요해서 있는 것이거늘

많으면 뽑으면 되지만 적으면 그게 더 문제라오.

koneko 2015-05-29 14:09:04
이런 것을 살신성인이라 하지요.
제 한몸 부끄러버 감추길 여러해.
제 한몸 태워서 쑥쑥에 불이 붙는다면, 겨드랑이인들 어떠하리, 뒷다리이면 어떠하리.
많은 것도 정도지요, 적은 것도 정도지요.
신은 우리에게 과하게 주십니다.
신은 우리에게 넘적게 주십니다.
산시 2015-05-29 12:44 

모든 사건의 발단은 교회 오빠~~ ㅋㅋ 제다리도 제모 시작한지 3년.. 아가씨때도 안깎았던 털인데 다들깎고 다닌다길래 깎았더니.. 신랑다리보다 더 털이 많아지고... 한번시작하니 계속깎아야하고.구찮아서 냅두고 버티다 작년에 시동생에게 들켰는데 어찌나 부끄럽던지 ㅋㅋ 제모는 시댁가기전에만 하는걸로 ~~ 식충식물 집에서 키울수도 있군요 집에서 키우면 큰일나는줄 알았어요 .ㅋㅋ 벌레드글드글한 저희집에 들여봐야겠어요 부산에도 팔라나.. 구해봐야겠어요
koneko 2015-05-29 14:06:06
수많은, 준수한 교회오빠들과 드럼치는 교회오빠들, 그리고 그저 기타만 쳤을 뿐인데 멋져보이는 교회오빠들에게 우선, 사과말씀 드립니다. 여기서의 교회오빠는 불특정다수임을, 명백히 밝힙니다.
글죠....그것이 쌓이면 파르스름한...ㅋㅋ이상하게 파르스름하다죠.
개미는 줘도 안먹어요, 걔네들이. 치!
산시님도 잘 키워보세요. 앧르이 너무 좋아해요.
초록사과 2015-05-29 12:06 

오신다 해놓구 안오셔서 섭섭했다는... 저는 별로 없어서 바람을 못느끼나봐요 ㅎㅎ 봄이되어도 그래서 봄바람도 안나고 잠만 왔는지도. 인체조직은 각각이 존재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네요..^^
koneko 2015-05-29 14:03:49
엇갈렸군요. 저는 쑥쑥오프 모임에 못나오신다해서 섭섭했었는데....^^
다음 모임때는 꼭 뵙고 싶어요.
그땐, 누군가 절 알아봤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어요.
그것이 별로 없어서 부럽습니다.
저는 전국에 많습니다.ㅋㅋㅋ
관심과여유 2015-05-29 11:53 

ㅋㅋㅋㅋㅋ 털 이야기...

전 무슨 이야기인가~~?? 했네요. ^o^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가 생각이 났다죠. ㅎㅎ

 

식충식물~

저희집 아들도 느므 키우고싶은 놈인데..

어디서 사야하는지 몰라서 못 샀네요.

아니.. 사실은 사고 싶지 않아서 안 샀네요. ㅎㅎ

 

사진 출처, 사진 제공.. 시중 반값, 시중 제값... ㅋㅋㅋ

코네코님~ 정말 넘 우껴요~~

koneko 2015-05-29 14:01:47
어...어케 아셨어요?
정말 관심과여유님 촉 대단하세요.
악보를 그릴 수도 없고, 노래를 부를수도 없어서 글자에 간곡한 마음을 담아 적은것 뿐인데, 관심과여유님이 알아보시다니요....
사자성어놀이도 알아주시니, ㅋㅋ감사합니다.
희서맘 2015-05-29 11:26 

거참...생기신건 하늘하늘 코스모스같아 보이시면서...

오늘은 왠 털 타령이시래요..ㅎㅎㅎ

 

바람이 분다라는 제목에  완전 낚여서 들어왔네요..ㅎㅎㅎ

 

다음번 털을 미실때는 조심하시도록...ㅎㅎㅎㅎ상처나믄 안되니께..ㅎ

koneko 2015-05-29 13:59:34
자주해도, 상처는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거참....
낚여서 들어오시다니...감사합니다. ^^
원영사랑 2015-05-29 10:51 

제목과 첫 세줄만 읽고는 가을도 아닌데... 이소라의 노래가 떠오르면서... 감수성 포텐이 터지시나?하고 짐짓 놀랐습니다. 하지만 역시나...코.네.코.님~!!! ㅋㅋ 자신의 털들과 식충식물의 감지기관을 연결지으시는 남다른 표현법~^^ (식충식물 키우고 싶은데...자신이 없어요. 식물 키우는데는 소질이 없어서 말이죠.ㅜㅜ) 코네코님 오프 아침에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청순한 스탈의 롱스커트가 잘 어울리신다 생각했는데..남모를 아픔을 가지고 계셨다는...^^;;; 오늘도 재미있는 글 감사드려요~ 삼손처럼...코네코님 유머글의 원천은 그 아이들(?)이 아닐까...엉뚱한 생각도 해봅니다.ㅎㅎ
koneko 2015-05-29 11:09:52
식물을 다년간 죽여본 결과, 대부분 바람이 잘 통해야하고(문을 열어둘 수록 좋음), 다육식물의 경우 물을 소량으로 이틀에 한번 이상 줌(다른 분들과 방법이 좀 다름), 식충식물은 해가 잘 드는 곳에 두고물이 마르지 않게 매일 주고 수시로 붐무기로 잎에 물을 분사함. 제가 키우는 방법이에요.
글게요. 그걸 다 밀면 저...진지해질지도 몰라요. 잠깐만요, 오늘은 이마도 밀어야해요.ㅋ
홍박샘 2015-05-29 10:44 

나름 살림 고수인데 화초는 안돼요. 쯔기 개그작가 해보실라오? 나 방송국 빽 있스. 시험 안내문 알랴주는 빽
koneko 2015-05-29 11:07:10
3년이상 계속 죽이고나면...대략 5년쯤 뒤부터는 식물들이 살아주더라구요. 불쌍해서, 살아주는 것 같아요.ㅋㅋ개그 작가...좋은데요...라디오 작가는 더 좋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
박사님 글이 더 재미나던데요. 노인학교 버전이 짱이었습니다.
벨벳 2015-05-29 10:00 

어어머~~~저거 그 파리 먹는애 맞죠? 집에서 키우시는거여요? 전 화원에서 하라는대로 날짜맞춰 물도 주고 하는데 애들이 다 죽어 나가요. 선인장도 죽는걸 보면 식물은 저랑 안맞는걸로~~~;;; 죽은애들 버릴때마다 맘이 아파서 식물은 안데려옵니다.ㅠ 코네코님은 식물도 유머센스가 넘치네요~^^
koneko 2015-05-29 10:44:42
첫문장에서 벨벳님의 콧소리 제대로 느껴짐. 만화주인공 밍키같은 목소리...ㅋㅋ
너무너무 성의스러운 댓글 잘 읽고 있습니다.
잘 읽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바쁜 시간에 댓글도 감사합니다.^^
벨벳 2015-05-29 10:52:46

사진만 보고 댓글 달았다가 글보고 넘어가는중. 코네코님 손가란만 우낀뇨자 맞네요.ㅋㅋㅋ 근데 실제로도 소단위로 좀 오래보면 우껴요.
koneko 2015-05-29 11:05:40
벨벳님은 저를...정확히 보신거에요. 저 웃긴 여자에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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