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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수요일, 조개가 있었다.

글쓴이 koneko

등록일 2015-06-03 09:24

조회수 2,891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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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읽는감정 : 눈꼽은 떼고, 서정적이고 구슬프게.

 

 

6시35분.

오전.

정확한 시간은 모른다.

기대로, 기대에 가득찬 대로 아침 눈을 뜬다.

바닷가에 가면 조개가 있다고 했다.

몇걸음 찾아봐도 나오지 않자, 모두의 마음은 저마다의 곳으로 사라졌다.

다음날 새벽, 대충 신발을 챙겨신고, 바닷가로 나온다.

5월의 바다는 사람도 자연도 적당하다.

더구나, 내가 머문 바다에는 인적이 없다.

파도자리는 있는데, 사람자국은 없다.

아직 7시가 안되었는데, 햇살이 따갑다.

하얀것. 하얗고 반짝이는 그것을 찾아 해안을 따른다.

 

찾았다, 껍데기.

 

백걸음.

 

찾았다, 껍데기.

 

이백구십사걸음.

 

찾았다. 드디어.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사실, 감정에 북받쳐, 이 대목엔 눈물을 흘리는거야라고 주문을 넣었다.

진짜, 나온다. 눈물이.

 

파도가 드나든다.

바다앞에서 보면 파도가 내게 하나로 보이는데,

해안선을 따라보면 겹겹이 파도가 수십, 수백개다.

 

왜그랬을까, 그때 난 이런 생각을 하게된다.

엄마가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된다고들 하지만, 이내 잠깐의 관심을 받고, 사라진다.

엄마가 아이를 1년 이상 가르쳐 보게 되면, 조개 하나와 같은 반짝이는 기쁨이 가끔 위로가 되어준다. 감동이 되어 준다.

 

하나의 조개를 찾고, 더 많은 조개를 찾아야겠다며 허리를 일으켜 바다를 보는데, 여태 한두개의 고비인줄 알았던 파도가 수십, 수만개가 되어 내 앞에 펼쳐진다.

저 많은 파도를 건너야 나는, 이를 수 있다.

 

배가 고파진다.

나는 엄마니, 아침밥을 차리러 가야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해안 끝까지 가면 분명 하얀, 백합 조개를 정말 많이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걷는다.

조개는 나오지 않는다.

철책도 지났다.

이 아름다운 바다에 아직도 남아있는 흉물스러운 그것.

새도, 나무도,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되어버린 나는 그냥 더 걷는다.

동해의 해안선은 길어서 어느덧 나는 다른 해변의 이름에까지 건너와버렸다.

그렇게 걸었더니 예닐곱개의 조개를 건졌다.

요령이 생겼다.

파도가 쓸고 나갔을 때 통통하게 위로 솟은 것은 살아있는 조개.

파도가 쓸고 나갈 때 조개의 무게로 그 주변이 패이기 때문에 자그마한 그림자가 생겨

입체감이 느껴진다. 반면, 속살이 털려 껍질만 남은 조개는 납작하다.

그리고..풍경을 보다 불안을 느끼다 가다 서다 보니, 정말!

조개들이 있었다.

다같이 손잡고 일광욕 나온마냥 누워있었다.

하얀 등짝 드러내고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손가락 네개 모은 크기의 조개들이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자신의 상체를 당당하게 드러내고 누워있었다. 하늘도 멀쩡하고, 모래도 여전한데 내 가슴은 터질 것 같았다.

 

왜 그랬을까, 나는.

 

 

조개무지에 그간의 고민과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나는, 상으로 받았다, 그것을.

하늘에서 내려온 만나다, 그것은.

엄마표 영어는 특별한 아이들이 하는 거라고들 말하곤 한다.

다들 알면서도 지나친다.

1년을 해보면 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를.

3년을 해봐도 안다. 얼마나 더 처절하게 고통스러운 지를.

그러나 3년이 지날 무렵부터 안다. 되는구나를.

 

되는 구나를.

 

아직도 모르겠다면, 그냥 해보기를 바란다.

단, 3년은 해놓고 해봐도 안된다고 말하길 바란다.

 

 

 

* 이 글은 지난 5월 4일 강원도 동해시 용화해수욕장, 맹방해수욕장, 망상해수욕장과 그 다음해수욕장 일대를 거쳐온 한 아주머니가 맨다리로 쓴 이야기이다. 당시 잡은 조개의 종류는 '백합'이었으며, 이 조개는 본디, 해변에서 바다로 들어가면 더욱 많이 잡힌다고 한다. 당시의 조개들은 이른 아침과 전날 밤 파도에 쓸려 해변에 뿌려진 것들로 추정되며, 물이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조개들은 해가 뜨면 더위에 죽게되고, 입을 벌린 조개를 새들이 쪼아먹거나, 파리 등등의 생물들이 분해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보는 바닷가의 조개들은 대부분 이렇게 껍질을 드러내게 된다고 이 아주머니는 추정한다. 이 아주머니 가족은 대파를 숭숭썰어넣고, 빨간고추, 초록고추 잔뜩넣어 아주 맛나게 끓여먹었다지만, 사실 5월은 조개를 먹지 말라는 권고가 있는 달이다. 30분 이내에 심각한 마비 증세와 호흡곤란으로 명을 달리할수도 있었으나, 무지에 기초하여 먹은 결과 다행히 아직도 살아서 이 글을 남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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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공주 2015-06-03 19:59 

가끔씩 조개 껍데기 줍고는 넘 기빠하며 ....

계속 맨다리로 걷고 있어요.

햇살이 넘 따갑네요!!

언젠가는...

다같이 손잡고 일광욕 나와 누워있는

속살 통통오른 백합조개 무더기를 만날수 있겠지요?

koneko 2015-06-04 09:38:09
어머..오페라공주님도 제모를~
역시 제모를~
저는 제모 공주님을 사랑한답니다~
ㅋㅋㅋㅋ
이른 새벽 추천합니다.
갯바위 근처, 해변의 끝자락 추천합니다.
오페라공주 2015-06-04 19:37:42
맨다리가 그런 뜻이었군요...ㅋㅋㅋㅋ
저는 엄마표 영어에 대한 제가 처한 현실을 ... 입장을 ...
코네코님 멋진 표현을 빌어...ㅎㅎㅎㅎ
근디...저는 제모 안해도 다리에 털이 없어유...ㅋㅋㅋㅋ
갯바위 해변 끝자락 가고싶어요...^^
koneko 2015-06-04 20:06:06
ㅋㅋ아닌줄 알고 썼어요.
그런데 그런 멋진 의미가 있었군요, 오페라공주님에게는...^^
꼭 가보세요.
있어요, 있어.
그렇게 가도 안보였던 조개가 있더라구요.
남편도, 아이도, 남편 친구도 포기한 조개가 저에게 떡하니 모습을 드러냈어요.
아혜맘 2015-06-03 18:57 

코네코님은 조만간 본격적으로 글을 쓰셔야 할듯해요^^

간결하면서도 부담없이 즐겁게 읽게하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주변 돌아보지 않고..아이랑 열심히 달렸더니..

요즘은 되는구나..조금씩 결실을 맛보고 있네요^^

koneko 2015-06-04 09:36:26
아혜맘님 그렇죠?
저도 3년이 지나니 뭐 커다란 결실은 없어도 되는구나 싶은 거에요.
연수로 치면 4년차구요.
성인인 저도 되는걸 보면, 아이들은 반드시 됩니다.
감사미샘 2015-06-03 13:50 
조개잡이와 엄마표영어를 연관지으시다니. .정말 생활의 시인같으세요
이제 코네코님글은 기대하며읽게되어요
조개드시고 아무탈없어 글로 남기시니 정말 정말 다행입니다^^
koneko 2015-06-04 09:34:55
쑥쑥이 있어서, 감사미샘이 있어서 신나게 자판 두드리지 싶습니다.
기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감사미 샘의 다음책도 기다릴께요.^^
희서맘 2015-06-03 12:40 

조개를 줍고 다니는 코네코님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ㅎㅎㅎㅎㅎㅎ

 

결국은 엄마표 영어도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한다는

결론이 나는군요...^^

koneko 2015-06-04 09:32:50
희서맘님의 얼굴이 떠올릅니다.
그날 너무너무 열정적으로 말씀해주셔서, 그 말씀 잘 새겨서 꺼내보고 있습니다.
영어공부에 관해 말슴해주신 내용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너무 깊이 가지 않아도, 좀 천천히 가도 된다는 말씀....^^
잘 따르겠습니다.
준혁재정맘 2015-06-03 11:51 

코네코님, 드뎌 조개 글... 필 받으셨군요~ 기다리고 있었다지요~ 역시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크하하...재미도 있고... 캬~ 감동도 있고... 저도 우리 둘째를 위해 다시 시작해 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koneko 2015-06-04 09:31:29
어떻게 꺼낼지 몰라 썼다 지웠다 마음먹었다 바꿨다 하다가 어제 첫문장이 생각나서...ㅋㅋ원래 전날 비하인드가 더 있는데, 그것까지 연결이 안되더라구요. 전날도 똑같이 조개를 한무더기 다른 바다에서 건졌거든요.
준혁재정맘님도 둘째 시작이군요.
저도 둘째 시작했어요.
책읽는 량도 누나의 20분의 1도 안되지만, 다행히 책을 좋아하구요.
영어도 누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해야할 것 같아요.
둘째지만, 처음하는 것 같아요.
준혁재정맘님도 화이팅입니다. ^^
나나맘 2015-06-03 10:33 

일단 한번 크게 웃고 ㅋㅋㅋ 삼년이 아니라 그 갑절를 해 온 나는 어쩌지.. 하고 우네요 ㅠ. ㅠ 해변을 끝까지 파보는 그 열심이 없었기 때문이겠죠? 난 묻히기 싫으니 너만 갔다 와 하고 등떠밀기만 해서이겠죠? 오늘은 다시 초심으로.. 하면서 어릴때 아이가 좋아하던 작가의 그림책을 빌려왔어요 지금부터 다시 3년을 카운트 들어갑니다!!
koneko 2015-06-04 09:27:31
아이가 5학년이니 아직 늦지 않았고, 초등시절 좀 힘들었어도 유년시절에 탄탄하게 쌓아주셨으니 잘 할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작년 초? 에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엄마표영어하다가 우울증와서 울고 다녔었거든요....ㅠㅠ 그러고나니 일어서게 되더라구요. 고비가 와요. 고비가. 애들이 한글버전으로 보여달라는 말안한지가 얼마 안되요. 근데, 그 말 안하기 시작하더니, 무슨 프로 보여달라 무슨 프로보여달라 난리에요. 이 상황만 봐서는 행복합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결과도 없어요..다만, 되겠구나 싶은 거에요. 나나맘님도 힘내세요. 되더라구요.
혜정 2015-06-03 09:57 

ㅋㅋ 파도 파도 나오지않는 조개는 엄마를 지치게하는대신, 아이에겐 즐거운 놀이였습니다~ 뻘에서 뻘짓하기 좋아하는 애를데리고 주말마다 무의도 바닷가에서 살았던 적이있는데, 나오는거라고는 무섭게? 생긴 생물들뿐이어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거든요ㅎㅎ 캐내겠다는 끈기는없이 돗자리에서 책이나 보던엄마는 여직 이모냥이고 다리 쥐날때까지 뻘을파고 그 딸의 머리꼭지를 말없이 커다란 골프우산으로 받쳐주던 아빠와 딸은 다정한 사이가 되었다는 슬픈전설이 전해 내려오고있습니다ㅎ 아이가 삼학년이되니 조금 흐트러지던 엄마의 정신 다시 챙겨서 진격, 앞으로?ㅎㅎ
koneko 2015-06-04 09:13:56
무의도 저희 가족도 아주 좋아했어요. 5분이지만, 배에타서 갈매기 먹이도 주고 무의도에 가서 조개도 캤죠. 거기 조개는 동죽이라 맛이 없어요. 물이 막 빠지기 시작할 때 물과 함께 따라 들어가면서 캐면 많은데.... 처음엔 가져오다가 나중엔 풀어줬죠, 맛이 읎어서...ㅋㅋ
우리..만났을 수도 있었겠어요...ㅋㅋ
저희는 한적한 무의도를 선호합니다.
겨울에도 가서 모래파고 놀고 와요...ㅋㅋ
동해로 진출해보세요,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답니다. ^^
혜정 2015-06-04 15:40:11
ㅋㅋ 무의도 진짜 좋아했었지요, 주말이면 늘상가서 살다보니 거기서 만나게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어느날 스쳐지나갔을 듯도 하네요~
뭘 파는건 지나가 전문이지요. 끝도 없이 파대니까요~ 엄마는 늘 돗자리를 지킵니다~
훠이훠이 파리 쫓는 손짓으로 아빠와 딸을 쫓아내지요^^
동해도 좋습니다.^^ 한적하고 한가한 바닷가가 좋으시다면 속초에 캔싱텅 리조트앞바다를 추천해요.
잠은 늘 다른데서자고 바다구경은 거기서 하는데, 조용~~해서 좋아요 ㅎㅎ
koneko 2015-06-04 20:07:33
캔싱턴 리조트 앞 적어 놨습니다. 감사해요.
저도, 보통때는 돗자리에 붙어 있습니다.
돗자리를 안가져가야 할 것 같다고 돗자리에 누워서 다짐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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