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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눈, 코, 입 유감

글쓴이 윤형맘

등록일 2000-11-19 18:14

조회수 1,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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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시댁 가서 하루 자고 오늘 낮에 왔습니다.

좀 속상한 일이 있었어요.

시골 가면 꼭 우리 어머님은 윤형이에게 코 어딨어, 귀 어딨어, 발 어딨어... 물어보십니다.

윤형이는 이제 만 15개월을 채워가고 있는 아기인데, 아직 그런 주문에 척척 답하지는 못합니다. 제가 낱말 카드를 작정하고 보여주지도 않았고, 의식적으로 눈, 코, 입 외우게 하려고 달려들지도 않아서 그런가봅니다.

그래도, 낱말 카드를 통한 인지교육은 따로 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아기에게 이야기는 두런 두런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눈, 코, 입의 경우도 아기가 뭐 먹다 흘리면 "입에 뭐 묻었네"하면서 입 만져주고... 뭐 이런 식이었죠.

전 유아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너무 단어를 빨리 익히게 하려고 엄마가 조급해 하는 것 보다는, 좀 늦더라도 이런 식으로 아이에게 천천히 인지시켜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느리게'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시어머님은 조급해 하시더군요. 윤형이 형이랑 누나는 이때쯤 다 알았는데, 어찌 된 일이냐... 알 때 지났다...

어머님도 마음은 비단결이시라(진짜루) 저에게 대놓고는 뭐라 하지 못하셨지만, 윤형이에게 계속 그런식으로 다그치시더군요. 전 글로는 주저리 주저리 써도 말주변은 없는 편이라 그냥 속 푹푹 썩으며 가만 있었습니다. 저 들으라는 말씀인 줄 알면서도...

마지막 어머님의 한 말씀이 결국 저의 가슴을 쳤죠...

이런 걸 안 가르치고 매냥 텔레비전만 보는 감만...

평소 고부간의 갈등이라고는 전혀 없는 편이었지만, 정말 이 때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 말씀 아니죠. 또 한달에 두세번 보는 손자라, 옆에서 직접 거두지 못하는 손자라 더 저보다 조급하실 수 있구요. 어머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지만, 솔직히 정말 서운했습니다.

꼭 눈, 코, 입을 먼저 알아야 하나요?

그리고, 또 윤형이가 직접 물음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개념을 모르고 있다고 단정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다른 인지 능력이 다 떨어지면서 모르는 거라면 좀 문제겠지만, 윤형이는 눈, 코, 입은 몰라도 비행기(부~~), 차(붕~), 꽃(꺼), 물(무), 토끼(끼뚜) 등은 압니다.

윤형이에게 영어를 일찍 접하게 해주는 것도, 윤형이 입에서 무슨 무슨 단어가 일찍 튀어나와 주기를 바라기 때무이 아닙니다. 또 그런식으로 가르치지도 않습니다.

전, 동화책 재미있게 오버해가며 읽어주고, 신나게 춤추며 비디오 같이 봐주고, 제 입에서 쉽게 튀어나올 수 있는 정도의 말은 대화할 때 영어로 해주고... 이럽니다.

물론, 이제 윤형이와 제대로 대화가 되기 시작할 때는 대비해 저도 열심히 공부해서 회화실력도 키우고 해야겠지만요...

최소한 제가 스트레스 받는 선은 넘지 않으려고 합니다.

눈, 코, 입이든 one, two, three든 윤형이가 자연스럽게 내뱉을 수 있을 때를 기다립니다.

게으른 엄마의 넋두리같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좀 속상하더군요.

선배 엄마들의 의견도 듣고 싶네요...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서 몇 자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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