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일반] 영어와 우리말 2000-09-26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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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사고를 만들어 내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결론이 없지만 언어가 사고를 형성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언어이기에 아이들에게 올바른 언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소중합니다.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영어를 익힌다는 핑계 하에 소홀해 질 수도 있는 우리말에도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저는 영어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기 위해 무척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일에 적극적입니다.

하지만 영어를 가르치는 것 만큼 아니 더 많이 정확한 우리말을 가르치는 것 또한 중요하게 여깁니다.



1. Nursery Rhymes 와 자장자장 엄마 품에



한 언어를 배운다는 사실은 하나의 의사소통수단을 배우기 이전에 하나의 정신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영어를 익히기 위해 How are you? Fine, thank you. 를 외우는 것 이상으로 오랜 정신이 담겨있는 전래동요를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제가 아이에게 가장 먼저 사준 영어 그림책이 (Humpty Dumpty and other nursery rhymes)(Cambell Books) 입니다.

몇 개의 nursery rhyme 들이 수록되 있는 그림책인데, Hard cover 에 선명한 그림이 있어 3개월 무렵부터 아이가 즐겨보던 책입니다.

이 책을 그저 리듬감있게 읽어주다가, Wee sing의 nursery rhymes & lullabies 를 함께 구입해서 테이프도 들려주고, 제가 외워서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제가 구입한 우리말 책이 <자장자장 엄마품에> (한림출판사) 입니다.

류재수씨가 그림을 그린 이 책에는 한국전래자장요가 수록되어있습니다.

어린시절에 할머니나 엄마 품에 안겨 듣던 자장가의 선율은 아련한 기억으로 우리 모두의 정신적인 바탕이 되었을 겁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만, 정확히는 몰랐던 노랫말들을 외우면서 저도 함께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이 책의 노랫말들을 외워서 아이를 재울 때 nursery rhymes와 함께 불러 주었습니다.

지금도 우리 아이는 lullaby, please하면서 두가지 노래를 함께 청합니다.




2. 국어사전과 영영사전



정확한 영어를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이 들수록 정확한 우리말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구입한 것이 국어 사전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 중에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 지,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됩니다.

우리가 아이에게 쓰는 말 중에 ‘땡깡’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일본어에서 온 말이데, 본래 뜻은 ‘간질발작을 하다.’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우리 아이에게 말을 할 때는 ‘땡깡을 부리다’ 가 아니라 ‘떼쓰다’라는 표현을 써야 합니다.

멀쩡한 아이에게 간질발작을 한다라는 표현을 모르고 한다고 생각하니 섬뜩했습니다.

국어 사전과 함께 영영사전 찾을 일도 많아져, 대학시절 보던 영영사전을 다시 꺼내놓고, 아이를 위한 유아용 영영사전도 구입을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 날 때 마다 열심히 사전을 뒤적입니다.




3. Bus 와 뻐스



아이에게 정확한 영어 발음을 들려주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정확한 우리말 발음을 들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미 표준말로 굳어진 것이더라도 저는 되도록 발음할 때 경음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뻐스가 아니라 버스로 효꽈가 아니라 효과로 발음합니다.

그리고, 본래 영어였는데, 우리말화하면서 변형된 말은 영어 단어만 가르쳐 줍니다.

예를 들어 포크레인 같은 단어는 digger 또는 excavator, 오토바이는 motorcycle 만을 가르쳐 줍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살려면 포크레인과 오토바이라는 단어도 알아야 겠지만, 이런 단어는 커서 스스로 알면 모를까, 제가 잘못된 표현을 가르치는 것 같아 안 알려 줍니다.





4. 장미와 rose



저는 아이에게 말을 걸 때 제가 편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우리말 한번, 영어 한번 말해 주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정확한 표현은 주로 영어를 사용하되 제가 영어로 말해주었던 내용을 기억했다가 같은 상황이 오면 우리말로 이야기해 줍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산책을 나갔을 때 우리말로 이야기를 해주었다면 오후에 산책을 나갈 때는 같은 길을 가면서 영어로 이야기해 줍니다.

하루는 산책을 나갔더니 아이가 장미를 가리키며, rose, 장미라고 말하는 걸 보면서 꼭 우리말과 영어를 한번에 이야기 해주지 않아도 아이는 자연스럽게 두 언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5. 영어 그림책과 아주 조그만 집



저는 주로 책은 영어책을 사는 편입니다. 아이에게 읽어 주려는 이유도 있지만 영어 그림책을 통해 제가 영어 공부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말이야 특별히 공부를 안해도 술술 나오지만, 영어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영어로 해 줄 수 있는 말이 매일 같은 생활영어에 한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돌 무렵부터 지금까지도 책장이 너덜너덜 할 정도로 잘 보는 우리말 책이 있는데 바로 <아주 조그만 집>(보림) 입니다.

아이를 위한 이야기와 노래, 시를 한 권에 엮은 책인데 요즘은 이와 비슷한 책들이 몇 권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영어 동화책을 많이 읽어 주다보니, 우리말 책을 읽을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데 나름대로 이런 책들을 찾아 아름다운 우리말을 들려주고자 애씁니다.





5. 도토리 그림책과 사이언스 스토리 북



저는 자연에 관한 책도 영어로 된 책을 먼저 사는 편입니다.

저는 주로 첫발견 시리즈와 사이언스 스토리 북을 보여주는 데 이 책들은 나름대로 장점도 있지만 외국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보니 우리나라의 토종 식물이나 동물 들은 수록하지 않고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사이언스 스토리 북에 나오는 물고기들은 우리 밥상에 오르는 물고기라기보다는 수족관에서나 볼 수 있는 것 들이고 또한 경치들도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시골 풍경과는 차이가 많이 납니다.

요즘처럼 자연을 접할 기회가 적은 우리나라 아이들이 우리의 자연을 알기 전에 미리 먼 외국의 동물과 식물, 경치를 미리 알게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제가 계절별로 구입하는 책이 <도토리 계절 그림책>(보리) 입니다.

이 태수씨의 세밀화로 정겹게 그려진 우리의 시골 풍경이 너무나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여름 내내 여름 그림책 <심심해서 그랬어>를 읽고 텃밭에 놀러 다녔는데, 이제 가을 그림책 <바빠요 바빠>를 읽으면서 며칠 전에는 빨갛게 익은 고추들을 따왔습니다.



아이가 영어는 영어대로, 우리말은 우리말 대로 모두다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제 맘만은 아닐 것입니다.

아이에게 열심히 영어로 말해주다가 문득 이러다 우리말을 잘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우리말 책을 읽어 주다 보면 영어 책은 언제 읽어 주어야 하나 하고 마음만 바빠집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중요하기에 저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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