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창이가 한달 넘게 병원을 다녔다
처음 3주 정도는 집근처의 할아버지 소아과를 다녔다
근데 별 차도가 없어 좀 거리가 있는 대학병원에 2주전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은창이는 기관지가 약하다
어릴 때부터 감기가 오면 영락없이 기관지부터 이상이 생기고
기관지가 심해지고 오래 가기도 했다
어제부터 보니 기침이 잦아들고 해서 오늘 가면 그만 가도 될성 싶었다
지난 주 토요일 진료 후 예약을 했는데
수요일인 오늘 아주 유치원을 결석할 생각으로 오전 예약을 했다
오전 10시20분...넉넉잡고 한 예약시간인데도
늦잠을 자서는 또 부랴부랴 뛰었다
진료는 순조롭게 이루어졌고 예상대로 이번약 먹고 괜찮으면 안와도 좋다는
진단을 받았다^^ 감사~~
병원에서 나와 약국에 들려 짱짱한 것으로다 두 아이 마스크를
각각 두개씩 샀다
태양은 빛났지만 바람은 꽤 불었다
가져온 여벌옷들을 더 껴입히고 마스크도 바로 착용시켰다
약국에서 버스정류장까지는 한참이다
병원에 갈 때는 늘 택시를 타고
올 때는 은송이에게 무리가 없는 한
걸어서 버스정류장엘 간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구나 오늘은 유치원도 쉬고 간 병원이라
시간적으로 여유로왔고
결과도 좋아 마음은 하늘을 나는 듯 싶었다
평촌의 중앙공원을 지나면서
어느새 많이 떨어진 낙엽을 주웠다
얼마전 게시판에 올라온 낙엽으로 꾸미는 작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줍다보니 그 떨어진 낙엽들의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냥 지나가면서 어,,,벌써 낙엽이 지네 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놀라움이었다
노랗고 빨갛고 갈색이고 아직은 초록도 남은 그 자연의 아름다운 빛깔이
바람과 함께 어울어져 너무나 아름다왔다
한없이 줍다보니 그제서야 딱히 담을 주머니가 없음을 알고
세 사람의 손에서 구겨지기 일보직전의 낙엽들이 애처로왔다
메고 간 가방을 훌러덩 집뒤집어서는
약을 담아준 작은 비닐 봉투를 꺼냈다
큰 것들은 은창이 손에 차곡히 안겨주고
약하고 작은 것들만 그 작은 봉투에 들여 보냈다
낙엽을 줍는 손이 시려울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정말 기분은 상쾌하고 행복했다
때마침 공원으로 나온 한무리의 유치원생들도
완연한 가을 속에서 즐거운 표정이다
집에 왔더니 엉망인 방에서는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을 듯 싶어
아이들을 완전무장시켜 밖으로 내보냈다
자전거와 씽씽카를 안겨준채로,,,
대강 방을 치우고 아이들을 불러들였다
스케치북/색연필/딱풀/주워온 낙엽들/투명시트지를 준비했다
우리가 처음 도전한 것은 나비였다
은창이는 커다란 포플라 잎 두장과 은행잎 한장으로
후딱 한마리의 거대한 나비를 완성했다
나는 빨간 잎사귀 둘과 소방서 앞에서 주운 무슨 빨간 꽃잎으로
시도를 했는데 별로였다
그래서 게시판의 자료를 다시 참고했지만
역시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이 나무였다^^;;
대강의 나무를 그리고 그 곳에 덕지덕지 낙엽을 붙이는 거였다
그건 그런대로 괜찮았다
나무 두 그루를 완성했고 은창이는
<큰 나무 작은 나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마지막으로 투명시트지로 떡하니 덮어버리니
음...보기에 따라서는 꽤 괜찮은 작품이 되었다^^
나는 따로 <공작>에도 도전을 했는데
음..날개는 대강 되었는데 몸통이 영 떠오르질 않아
아직도 날개만 있는(그것이 날개인 것은 또 나만 아는 사항임^^;;) 정체불명의
무엇이 상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우리가 이런 작업을 하는 동안에
찜통의 고구마는 익어가고 있었고
은창이는 이제 좀 지쳤는지 고구마 타령을 해댔다
그러고 있는데 그 낙엽 위에 종이를 대고 연필로 그어대서
낙엽 무늬를 띄우는 일이 생각났다(그걸 뭐라 하나요?)
"은창아..우리 또 멋진 거 하나 해 보자..."
그런 일이 처음인 은창이는 내가 멋지게 종이에 띄운 낙엽의 무늬를 보고
한없이 신기해 했다
그 일을 하면서 낙엽은 그 무늬가 좀더 울퉁불퉁한 것이,
종이는 좀더 얇은 것이 작업에 유리함을 은창이는 알게 되었다
색연필로 하니 그야말로 다양한 나뭇잎을
띄울 수 있었다
정말 예뻤다..
은창이에게 열심을 부추기는 주문이 있으니
"이따 아빠 오면 보여주자.."
은창이는 눈이 반짝반짝 빛나서는
풀 만져 꼬질꼬질한 손으로 정말 열심히 했다^^
몇장의 낙엽 찍어내는 일을 마쳤을 때는
고구마가 적당히 식어 있었다.....
문뜩 계획을 잘 짜서 시행할 수만 있다면
행복한 홈스쿨이라는 것도 가능하겠다 싶은
겁없는 생각도 잠시 했다
친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왈...
"물론 가능하다면야 유치원 등의 기관에 보내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감정이 기복이 심한 사람은 좀 힘들지 않을까?..."
날 두고 한 말이 아닌데도 그 말을 들으니...
정말 행복한 홈스쿨이라는 것이 내게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첫째는 그 친구 말마따나 무척이나 감정적 기질이 다분한 내가
일정량의 스케쥴에 맞추어 생활해 나간다는 게 불가능하다
둘째는 매일의 그것을 감당할 정도로 육체적 건강도
과히 좋다고는 보지 않는다..
세째는 과연 그 스케쥴이라는 것조차 내가 짤 수 있는 정도로
전문적이냐면...가당치도 않다...
어쩌다 한번 아이 데리고 알콩달콩 지낸 하루에 너무 많은 것을
꿈꾸었나 보다^^
하지만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가끔씩은 이런 하루를 계획하고 즐겨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꼬랑지...
점심 시간이 다 되었기에 오는 길에
단골인 김밥집에 갔다
뜨끈한 떡국을 시켜먹는데
주인 내외가 은송이를 부른다...
은송이가 따라갔는데
세상에 예쁜 가방을 둘러메고 오는 것이다
내가 가면 아이들 데리고 왔다고 듬뿍듬뿍 많이도 주는 그 집이 고마워
몇번의 커피와 또 며칠 전에는 이천원하는 화분을 하나 디밀었는데...
이웃은 이런건가 보다...작은 고마움이 오고가는 동안
기쁨과 행복이 더해지는 관계...
가을입니다..
더욱 풍성하고 멋진 쑥쑥의 가족이길 빕니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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