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했어요^^...2003/10/31 2003-12-20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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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아 드디어 올해도 시월의 마지막 날이 돌아왔군요..
(라디오에서는 오늘 하루종일 이 노래만 들리겠지요..)

이사를 하고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집안 곳곳이
이제는 또 익숙해져서 정리하는 게 더욱더 멀게만 느껴지니..
아 그래서 한달은 정리한다는구나 싶습니다...

아침에 벼르고 별러 은송이랑 병원엘 갔습니다
저는 짐작하시는대로 이사로 인한 감기몸살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고
이래저래 무심했던 어미 탓에 은송이의 아토피가 극에 달아
그 이쁜^^ 머리속이 온통 하얗게 무엇인가가 내려앉아
도저히 오늘까지 넘길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평소 다니는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했는데
증세가 심하니 한 며칠 다녀야 한다지만
오랜 병에 반의사 된다고...
입으로는 예 예...를 남발했지만
한결 수월해진 몸으로 룰루랄라...노래가 절로 나오더군요^^
(알러지비염은 약 한방에 바로 효과 나오거든요..)
은송이도 증세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먹는 약과 바르는 약 두가지를 처방 받고 나와 보니
그제사 가을의 중심에 서있음을 알겠더라구요...

이사온 집은...
늘 그랬지만...정말 좋습니다
이사는 두번, 집은 세 집을 살았는데
그때마다 늘 좋았고 신이 났으니
저는 제 집보다는 전세만 살 기구한 운명은 아닐 지 내심 걱정입니다^^;;

일찌감치 다녀가신 친정아버지는
남편에게만 수고했다고 힘들었다고 내내 말씀하시더군요^^
비록 여전히 전세고 낡기도 한참한 집이건만
언덕을 내려온 평지의 좀더 넓은 집이
그리도 대견했던가 봅니다...
당사자인 남편이나 저나 참 별일도 아닌데
왜 민망하게 저러시냐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버지왈...
"세상 사는 게 다 내마음같지 않다
잘되기도 하지만 못되기도 하는 게 세상일인데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게 얼마나 다행이냐..."

그렇습니다
위를 봐도 끝이 없지만 아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위치한 현재를 즐기고 감사할 수 없다면
더 높은 곳의 멋진 궁궐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창 밖에 잠수교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놀이터가 보이는 집이라 아이들 특히 은창이가
이사오기 전부터 껌뻑 넘어갔건만
이사와서 놀이터에 나가기는 오늘이 두번째네요^^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참으로 정겹고 힘찹니다..

도서관도 십분거리입니다
아직 가지는 못했습니다
마음은 벌써 가있지만 말이죠...
다음주부터는 도서관 옆에 있는 여성회관에서
두 아이 모두 구연동화를 듣게 됩니다
(한달에 만원꼴이고 멀리서 택시타고 온다는 강좌랍니다^^)

놀이터보다 더 좋은 것은...
길건너에 위치한 문예회관입니다
이사오기 전에도 저녁마실 장소로 곧잘 가던 곳이
이제 짧은 횡단보도 하나를 두고 곁에 있습니다
놀이터보다 다채롭지 않아 어른인 저는 오히려 더 즐기던 장소지요^^
친구랑 자판기 커피 한잔을 두고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노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행복합니다..
(그 친구가 지금은 일을 하고 있어 많이 아쉽고 쓸쓸합니다...)

어제사 인터넷이 연결되었습니다
자판의 찰찰거리는 움직임이 너무 좋은 걸 보니
동생 말마따나 중독증세가 있기는 한가 봅니다...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넘어진 아이의 손을 붙잡아 일으켰는데
아이 손이 너무 거칩니다...
별 소용이 없는 줄 알면서도 호호 불어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저 멀리로 달아나면서
제 쪽을 한번 힐끔 쳐다봅니다...
오늘 만난 그 아이가 따뜻하게 겨울을 맞이했으면 하고 기도합니다...


쪽지로 안부전해주신 쑥쑥 친구들...
저 무사합니다^^
조만간 떡 돌릴터이니 오셔서 잡수시면 더없는 영광이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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