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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을 하고 싶은데 잘 안 돼요...'

글쓴이 강미선

등록일 2014-08-19 11:10

조회수 5,074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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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상담한 중2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니?"라고 했더니 아이가 꺼낸 말입니다.

앳된 소년의 얼굴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로 "잘 모르겠어요."를 반복하던 아이였기에, 마지막 말로도 별로 할 말이 없다고 할 줄 알았는데...
아이가 이 말을 하려고 그 순간 얼마나 용기를 냈을까 싶어 잠시 울컥...

아이는 자신이 꿈이 없대요.

자기는 의지력이 약하고 게을러서 번번히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잘 하지 못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아이가, 어떻게해야 자기가 의지를 실천할 수 있겠냐고 물은 거예요.

 

아이가 소리내서 SOS를 청할 때, 그 신호를 잘 받아야겠지요.

"그래? 그럼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자. 먼저, 엄마가 어떻게 해 주면 좋겠니?"
"제가 그 날 하겠다고 한 것을 했는지를 확인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것만 하면 돼? 확인했는데 못 했으면? 벌이 있으면 좋겠니?"
"아니요. 벌을 안 주셔도 제가 반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꼬박꼬박 확인만 해 주시면 돼요."
아이는 엄마가 늘 바쁘신 것이 아쉬워 보였어요.

"좋아. 엄마는 그렇고 아빠나 형은?"
"바라는 거 없어요."
"(학원)선생님께는?"
"숙제를 조금만 내 주셔서 제가 스스로 할 엄두가 나게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숙제가 적으면 못 했을 때 제가 이것도 못 했나? 하면서 반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숙제가 너무 많아서 못 해 가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만 들거든요."
"또 다른 것은?"
"그거면 돼요."
"그럼, 너는? 주변에서 그렇게 도와주면 너는 어떻게할래?"
"제가 계획한대로 못 했을 때 그것을 반성하고 깨달을 것 같아요. 그리고 양도 조금씩 늘려가며 공부할 것 같아요."


한 마디로 자신이 자각하고 각성할 기회를 갖도록 도와주기만하면 끈기를 가지고 실천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어요.

이 아이는 자기가 성공하면 운 덕이고 자기가 실패하면 자책하는 성향을 지녔는데, 이런 아이들에겐 야단보다는 격려가 효과적입니다.


아이 어머니께 아이가 제게 한 이야기를 전해 주었더니 어머니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어요.

"뭔가 가슴이 좀 뚫린 것 같아요. 얘를 어떻게 해야하나 답답했었거든요."

 

어머니는 3개월쯤 후에 그동안의 지낸 이야기를 들려주러 다시 오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강력한 말로 갑자기 각성하고 딴 사람이 되길 바라는 건 욕심이니까, 한 걸음 한 걸음 점진적으로 바뀌는 것을 목표로 장기적인 계획으로 나아가는 게 효과적일 것입니다.
4년을 목표로 해도 인생 전체로 보면 결코 긴 시간도, 결코 늦은 것도 아니니까요...

....

 

또 한 가지 이야기.

이 아이에게 수학을 왜 배워야하냐고 물었더니 생각해 본 적이 없다더군요.
어른들이 뭐라고 하면서 수학 공부를 해야한다고 하더냐고 했더니, 아무도 그런 얘기를 자기에게 한 적이 없대요.
자기 생각에 그냥 대학 갈 때 필요할 것 같긴한데, 그 이유도 모르겠고 자기에겐 와 닿지 않는다고요.

그래서 마치 역할극하듯이 입장 바꾸어가며 왜 필요할지에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아이와의 면담에서 제가 포커스를 맞춘 것은, '앞으로 꿈이 생긴다'는 가정이었어요.
지금 정해둔 꿈이 없다는 건 앞으로 생길 그 꿈이 뭐든지 가능하다는 것...

따라서 지금 미리 무엇을 하고 말고를 정해서 골라낼 수는 없죠.

 

아이가 자신의 바람대로 자신의 나태함을 극복하고 하나씩 하나씩 실천하고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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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celyn72 2014-08-21 13:04 
선생님 글이 올라온 날 부터... 몇번을 클릭하면서도...

곁에 있는...도움이 절실한 아이를 바라보며...
선생님께 도움을 받고 있는 그 아이와 아이 엄마에 대한 부러움(?)...
나는 왜... 가까이 있는 이 녀석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까 하는 미안함...등등..
마음이 복잡해 댓글이 망설여 졌습니다...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 상의를 드려볼까도 생각했지만...
너무 뜬금없는 죄송함인것 같아... 실행하지 못했지요...ㅜ

결국 오늘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말았네요...
강미선 2014-08-21 13:07:26
너무 멀어서....

메일 주세요~^^

* 앗, 글 올리신 걸 이제 보았어요.^^;;
커피한잔콜 2014-08-21 09:20 

아마도 많은 아이들의 마음이 저렇겠죠.

엄마가 확인만 해줬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말이 참 가슴을 울리네요.

전 확인후에 항상 아이를 다그치곤 했는데 이젠 그러지 말아야겠어요.

오늘 비오는 아침 참 좋은 얘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미선 2014-08-21 09:53:23
단지 지적만 받아도 이미 스스로 자책을 하는 아이들은 굳이 덧붙여 야단치지 않아도 벌을 받은 셈이죠.

아이를 강하게 키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 험한 세상에 기댈 수 있는 단 하나의 언덕이 되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야단치고 채근하고 닦달하는 것은 이미 우리 사회 모든 시스템이 그렇게 하고 있잖아요.

품어주고 어루만져주는 엄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미선 2014-08-21 10:14:43
그러고 보니 제가 아직 모닝 커피를 안 했네요.

다른 공간이지만 같은 마음으로, 저도 커피한잔 콜~^^
오니네 2014-08-19 16:29 

저도 그 아이 응원하고 싶네요~~ 흔히들 그나이쯤 아이들이 별생각이 없이 지내는줄아는데 사실 아니잖아요~~ 스스로 반성하고 계획할수 있다고 말하는걸보면 이 친구도 이미 상당한 사고의 깊이가 더해져가고있는것같구요.. 옆에서있는 어른된 제가 부모된 제가 울 아이에게도 이렇게 한걸음 물러나 볼수있는 여유가 얼른 생겨야 할텐대요... 내 아이에겐 눈먼 장님이 자꾸되니... 귀한 글 감사해요
강미선 2014-08-19 22:19:59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아해요. 하지만 역부족인 자신을 보며 실망하고...그러다 오히려 반항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이 아이는 엄마와의 유대관계가 좋은 편이었어요. 성격도 순하고 밝은 편이었구요. 그러면서도 말 못할 고민이 있었겠죠. 어디서부터 어떻게해야하나 싶고...

다른 아이를 보고 다시 내 아이를 보면 좀 더 객관적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우리 엄마들도 조금씩 성숙해지고...
정복수학 2014-08-19 12:30 

평소 강미선님의 글을 좋아했고 책도 좋아합니다.

저에게도 많이 와닿는 글입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미선 2014-08-19 14:07:26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행복한 오늘을 위해, 어른들이 여러가지로 많이 고민하고 모색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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