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창이의 아침 유치원버스타기는 아직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오늘도 바로 코앞에서 버스를 놓쳐서 버스가 돌아가는 시간을 계산해서
7~8분은 됨직한 거리를 아침 바람 속에 뛰었다
둘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 빨리 뛰라고 코치까지 해주면서..
다행히 우리가 도착한 정거장 바로 윗쪽에 버스가 서있는 걸 보고
우리 둘은 씨익~ 웃었다
은창이를 태우고 나는 또다시 뛰어야 했다
은송이를 혼자 두고 나왔기 때문이다
좀더 속력을 내서 뛰었다
머릿속은 가스에 뭐 올려놓지는 않았지...
과일 깍은 칼은 치웠던가...
방문 갖고 장난치다 손을 찧는건 아닌지.....
딸깍...문여는 소리에 은송이의 첫마디는...
"엄마...나 안 울었어..."
(스스로 굉장히 대견한 표정이다^^)
오늘부터 은창이는 눈 아래로 대일밴드를 두개 붙이고 갔다
얼마 전에 은송이가 꼬집는 바람에 오른쪽 눈 아래에서 코 밑까지
대각선으로 상처가 났는데 워낙 까만 얼굴이다 보니
흉터가 더욱 선명해서 큰 맘 먹고 흉터에 좋다는
삼만얼마짜리 바르는 약을 사서 바르고 있다
그 약을 바르고 햇볕에 노출이 되면 안좋다 하여
대일밴드를 붙이기 시작한 것인데
몇년 전 유모차에서 내리다 난 왼쪽 눈 밑 상처에도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바르고 두 개를 붙이니
꼭 한 여름날 야구선수들이 눈 밑에 그리는 그 시꺼먼 먹물자국같기도 하고
아파치족 같기도 하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놀리는 사태와
그 사태를 의연히 처리하지 못할 소심한 녀석이 걱정되어
집에 와서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상당기간 그런 꼴로 가야할 듯 싶으니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잘 좀 말해 주십사...하고^^
유치원에서 돌아온 은창이와 은송이를 데리고
방금 찐 고구마에 바나나를 주섬주섬 챙겨서
놀이터에 나갔다
쪄서 바로 가져간 고구마는 찬 기운 속에 더욱 김을 올리며
우리의 배를 자극했고 우리는 호호 불며 고구마 껍질를 까서 먹었다
뜨거운 고구마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먹는 은창이의 손이
많이 거칠어 보였다
에미가 되어서 가을이 깊숙한데 로션도 제대로 발라 주지 않았구나.....
할아버지랑 나온 녀석이 쳐다보길래 종이에 싸서 주었더니
녀석...넙죽 받기도 잘한다^^
할아버지가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 하랬더니
우리가 아닌 엉뚱한 곳을 향해 고개를 푹 숙여 인사를 한다^^
옆구리에 책을 한권 끼고 갔지만 하도 자기 좀 보라고 채근하는
은송이때문에 한장을 겨우 읽었다
놀이터 어귀에서 천원에 세개인 호떡을 사들고 들어왔다
집에 와서도 호떡을 먹느랴 우리는 한번 더 호호거렸다.....
저녁 내내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집을 짓다가 부수다가 하면서 놀았다
온갖 블럭과 인형들...여름에 휴가지에서 가져온 자갈들까지 굴러다니는 방을
정리하고 보면 또 다른 방에서 책으로 구역을 만들어 놓고
내 집이니 니 집이니 하면서 히히덕거리고 있다....
나중에는 보니 빨래를 걷어 뼈가 앙상한 빨래대에 둘이 들어가 앉아서 책을 본다
은창이는 무슨 영어동화고 은송이는 오빠의 유치원 교재다...
그 모습이 하도 우스워 카메라를 들이대니 책을 보면서도
한 녀석은 V자를 그리고
한 녀석은 집게손가락 하나를 펼친 모습(크리스천들이 샬롬~~하면서 하는 인사법)으로
한번더 나를 웃겼다....
뜨윙끌뜨윙끌 니뜰스따.....
(twinkle twinkle little star...)
은송이의 자장가다...
잘 때는 공주인양 한껏 자리를 매만지고 이불을 얌전히 덮고
눈을 새초롬히 감고는 입술을 오므락오므락하는데
잠들고 십분 후엔...
덮었던 이불 차내고 배는 훌러덩 들어내 놓고
베개에 다리를 척 걸치고는 코까지 곤다....
은송이가 괴롭히고 엄마에게 야단맞기 일쑤인 은창이는
오늘도 여전히 잠자리에서 아빠는 언제 오냐고 하면서
눈가가 빨개진다...
로션을 발라주면서 곧 오실거야...
그 말을 듣고는 곧 잠이 들었다
이사를 하고 새로운 환경에 나도 아이들도 적응을 해나가고 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우리 집이 좀더 아늑하고 평안한 모습일 수 있기를 기도한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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