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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1년생 엄마의 위안 찾기

글쓴이 juice

등록일 2003-06-09 01:12

조회수 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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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연휴 잘 보내셨어요?
저희는 연휴 첫날 정빈이가 가벼운 "화상"을 입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짜잔, 정빈이의 그 날 밤 모습입니다. 양쪽 허벅지 보이시죠?이 더운 날씨에 아직 내복을?

평소 잘 끓이지도 않는 라면인데(이유는 제가 국수 종류를 싫어하기 때문) 그 날은 저녁을 '만두라면'으로 준비를 했는데 정빈이가 라면을 자기 허벅지에 쏟았지 뭡니까?

그런데 아이는 자기가 잘못해서 라면을 쏟았다는 생각에서인지 처음의 엄청난 비명이후에 따갑다는 말도 않는 겁니다.
"괜찮아. 누구나 실수는 하는 거야. 엄마도 음식을 쏟고 심지어는 그릇까지 깰 때도 있는 걸. 엄마가 속이 상한 건 네가 많이 아플거라는 것 때문이야. 그게 너무 마음이 아픈 거야."
"그래도 그건 제 잘못이에요."
"그 정도 잘못은 누구나 하는 거라니까. 괜찮아."
그제서야 아이는 '너무 따가워'를 외치며 마음껏 울더군요. 아이의 성격이 엿보이죠?

그러면서 하는 말입니다.
"나는 엄마가 제일 좋아. 그렇게 말해주는 엄마가 제일 좋아."
이런 부분에서 정빈이가 큰 아이 예슬이와 참 많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끼지요.
다행히 상처 부위가 넓지 않아요. 이제는 붕대도 떼어내고 씩씩하게 잘 논답니다.

오늘은 정빈이의 초등학교 생활 3개월을 한 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며칠 전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거든요. 그 일을 계기로 엄마 입장에서 한 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정빈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친구들이 '바보'라고 놀려요.
둘째는 친구들이 '쟤, 예쁜 척 한다'며 놀리며 꼬집는단 말이에요.
셋째는 친구에게 풀 좀 빌려 달라고 하니까 안 빌려줘요. 내 지우개는 빌려가면서. 저는 친구들에게 잘 빌려준단 말이에요.

아이와 이야기를 해 본 결과,
바보라고 놀리는 것은 꼭 정빈이에게만 국한 된 것은 아니고 몇 몇 아이들이 대부분의 아이를 그렇게 놀린다고 합니다. 너만 보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놀리는 아이들에게 '왜 내가 바보냐'고 물어 보라고 했더니 그러면 되겠다며 해결되었다고 하더군요. 자기는 수학을 100점 받는 아이라서 절대 바보는 아니라면서요.

'예쁜 척 하는 것이 아니고 나는 진짜 예뻐.'라고 해보지 그랬냐니까 '아이참, 어머니는.'하면 아이가 깔깔 넘어가더군요.

선생님이 너무 바빠 자습을 시키셨나봐요. 그러면서 떠들지 말고 책을 읽고 있으라고 했대요. 정빈이는 선생님의 말씀대로 책을 읽고 있었고 많은 아이들이 떠들었대요. 선생님이 떠든 아이들을 벌을 새우셨는데 벌을 받은 아이들이 정빈이를 비롯한 벌을 받지 않는 아이들에게 선생님께 잘 보이려고 예쁜 척 한다고 하나봐요.

'너도 같이 좀 놀지?'했더니 정빈이 깜짝 놀라며
"안돼요. 독서 활동하라고 했단 말이에요. 그 아이들이 너도 책 읽지 말고 우리랑 놀자. 이리 온나 온나 해요. 저는 싫은데. 안 가고 책 읽고 있으니까 또 예쁜 척 한다고 놀리고 꼬집잖아요."

아, 이런 문제는 정말 어렵죠? 계속 그렇게 행동을 하라고 하기에는 아이가 너무 힘들 것 같고 그렇다고 함께 떠들고 놀라고 할 수도 없고.

결국 아이 스스로 이겨내야 할 문제라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면 되는 거야. 친구들에게 정빈이가 읽어보고 재미있는 책을 같이 읽어보자고 해보는 건 어때? 그 친구 입장에서 보면 자기는 벌을 받는데 벌을 안 받는 아이가 있으면 얄밉게 보일 수도 있거든. 그 아이가 책을 좋아할 수 있도록 네가 도와 줄 수도 있잖아.
그리고 어머니는 학교 다닐 때 가끔 떠들지 마라고 해도 떠들고 싶더라. 그래서 떠들다가 벌을 받기도 했는데 그게 내가 나쁜 아이라서 그랬다기 보다는 너무 이야기가 하고 싶으니까, 장난이 치고 싶으니까 참을 수가 없어서 말이지. 왜냐하면 그 때 어머니에게는 친구들과 속닥거리고 장난치는 것이 제일 재미있게 생각되었거든.
정빈이도 가끔 어머니가 하지 말라는 일을 할 때가 있잖아. 너무 하고 싶어서 말이야. 그 친구들도 그럴 거야. 너도 가끔은 책만 읽지 말고 친구들과 속닥속닥하고 싶을 때는 해보는 게 어때?"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절 쳐다보더군요. 아마 좀 혼란스러웠지 않을까 합니다. 쩝쩝쩝. 저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었어요.

정빈이에게 지우개를 빌려가면서 자기의 풀은 빌려주지 않는다는 친구는 지난번에 정빈이의 그림을 둘로 쫘악 찢은 적이 있는 아이였어요.
그림을 그리다가 정빈이의 그림이 자기 책상으로 넘어 왔다면서 그림을 찢어버렸다는 겁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서 집에 와서는 투명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이고는 뒷장에 그림 제목과 느낌을 적는데 그림 자체에 대한 느낌은 없고 '친구가 그림을 찢어서 너무 너무 속이 상했다'라고 적더군요.

마침 할머니가 와 계셨는데 그냥 '친구'라고 하지말고 이름을 적지 그랬냐니까 그러면 선생님이 그 아이를 혼낼지도 모르니까 그러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그 그림을 보며 또 한 참을 울었던 적이 있었어요.
정빈이가 유독 그 아이와는 잘 안되나 봐요.

제가 뭐라고 말을 하려는데 정빈이가 갑자기 학교에 가겠다며 일어서더군요.
속 시원히 해결된 것도 없지만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 진 모양이었어요.
며칠 동안 칭얼거린 이유가 거기 있었던 모양입니다.

"힘이 들면 엄마나 선생님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제일 좋아. 지금처럼 이야기하고 나니까 훨씬 낫잖아, 그렇지? 앞으로도 이런 일이나 다른 일이라도 힘든 일이 있으면 이야기를 해 줘. 그래야 함께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으니까, 알았지? 오늘 어머니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해 줘서 정말 고마워."

이 일이 있고 정빈이의 학교 생활을 한 번 되짚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엄마로서 아이가 잘 해 갈 거라는 위안거리를 찾고 싶다고 해야할까요?

무거운 책가방

아이들의 가방 참 무겁죠?
책을 사물함에 두고 다닌다는 학교도 있다는데 정빈이네 학교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빈이가 학교 가서 제일 힘들어 한 것이 무거운 가방이었어요.
워낙 몸이 약한 아이라 가방을 메니 뒤로 휘청.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하는 말이
"어머니 오늘 숙제 없어요. 아니, 없는 건 아닌데 다 했어요."
"벌써 숙제를 다 했어? 언제?"
"학교에서요."
"학교에서 무슨 숙제를 해? 숙제는 학교 마칠 때 내주는 거 아냐?"
"선생님이 알림장에 쓰라고 텔레비전 틀어줬을 때 안 쓰고 책보면서 다 했단 말이에요."
"왜 그랬어? 집에 와서 하면 될 것을."
"그게 저…."
"왜? 무슨 일 있었어."
"책을 학교에 다 놔두고 왔어요."
"그럼 뭘 가지고 왔는데?"

자기 이야기를 들어 준다 싶어서인지 아이는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띄면서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책은 다 사물함에 넣어두고 필통이라 알림장만 넣어왔는데 진짜 가벼웠어요. 하나도 힘 안 들고 진짜 좋았어요. 이제 매일 매일 그렇게만 넣어 다닐 거예요."

가방이 너무 무거워 책을 다 놔두고 거의 필통과 알림장만 가져 왔다는 아이를 보면서 그 맹랑한 생각에 우습기도 하고 얼마나 힘들었으면 하는 안쓰럽기도 하더군요.
"숙제는 알림장 쓸 때 하거나 아침에 일찍 가서 하면 되니까 괜찮아요."
허걱!!

결국 서점에서 교과서를 한 권씩 더 샀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알림장을 적게 하지 않고 프린트해서 내어주시는 통에 숙제를 할 시간이 없어져 버렸거든요.
처음부터 그 방법을 생각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좀 두고 보자고 있던 차에 정빈이 스스로가 무거운 가방을 그런 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보게 되었지요.

학교 책과 집의 책이 번갈아 오가고 있는 중입니다. 숙제해서 붙여오라고 하면 집에 책에 숙제를 해서 붙여갔다가 집에 올 때는 학교에 있던 책을 가져오고.

많은 숙제

초등학교 1학년의 숙제가 왜 그렇게 많습니까?
정빈이는 많은 숙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숙제를 밤과 다음 날 아침에 나누어서 하고 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건만 아이 나름대로 많은 숙제를 그렇게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빈이의 하루는 무척 빠른 시간, 보통 오전 6시 30분에 시작이 됩니다.
그 때 일어나서 그 전날 다 못한 숙제를 하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하지요.
교과서 내용을 정리해서 붙여오라는 것이 많은데 옆에 붙어 앉아 숙제를 잘 도와주지 않다보니 정빈이는 아주 독창적(?)인 숙제를 해갈 때가 많습니다.

아직 말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 탓에 알림장의 내용을 자기 식으로 해석을 하거나 제대로 해석을 하더라도 숙제의 형식을 선생님이 원하는 것이 아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며칠 전 도시와 농촌, 어촌의 가족들이 하는 일을 정리하여 책에 붙여오기라는 숙제가 있었는데 정빈이는 그것을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A4 두 장의 가운데를 풀로 붙인 후 반으로 접으면 4장 짜리 책과 같은 모양이 되는 맨 앞장은 표지를 만들고 갈 페이지마다 제목을 붙이고 그 내용을 적어 책의 형태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만들고 나니 책에 붙이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걸 책에 붙이는 방법을 생각하느라 지각할 뻔 했구요.

그럴 때 어쩌냐구요? 도와주지 않고 그냥 둡니다.
저희 집은 남편이 아이들의 공부에 더 관심이 많은데 남편은 가끔 도와주고 싶어하지만 저는 그냥 두자고 합니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스스로 알아가리라 믿으니까요.

이렇게 일찍 아침을 시작한 정빈이는 저와 함께 집을 나서는데 그러다 보니 학급에서 가장 먼저 학교에 가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일찍 가서 뭘하느냐고요?

정빈이는 철봉에 매달려 노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매일 아침 철봉에 매달려 여러 가지 재주를 익힌답니다. 어떤 날은 어제 터득한 재주를 엄마가 꼭 봐야한다고 조르는 탓에 바쁜 출근길에 차를 운동장에 세워두고 정빈이의 철봉 솜씨를 보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앞으로 돌기, 뒤로 돌기, 매달리기 등등 못하는 게 없답니다. 손에 물집이 생기고 배가 당기도록 연습한 결과거든요.
"저희 반에서 제가 철봉을 제일 잘해요."
요즘 정빈이의 가장 큰 자랑입니다.

가끔 너무 힘들거나 정빈이의 힘으로 해결을 못하는 경우는 숙제를 못해 갈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쩌냐고 물으니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왜 못했는지를 사실대로 잘 설명하면 선생님이 괜찮다고 해요."

받아쓰기

요즘은 받아쓰기를 한다고 하는데 틀린 문제가 있으면 다음 급수로 넘어갈 수가 없다는, 그래서 열심히, 몇 번씩 써오라는 글이 알림장에 적혀 올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의 받아쓰기 급수라는 것을 저는 처음 알았는데 이게 언제 생긴 것인가요?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 아이들에게 받아쓰기보다는 읽기에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하기에 저희 집에서는 받아쓰기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 집 받아쓰기 연습을 하는 장면은 보통 이렇습니다.
정빈 : 잘 듣고 쓰세요.
엄마 : 천천히 또박또박 불러주세요.
정빈 : 1번은 우리는 친구, 쓸 수 있겠어요?
엄마 : 네. 쓸 수 있어요.
정빈 : 2번

누가 받아쓰기를 하느냐고요?
정빈이는 불러주고 매겨주는 역할을 하고 저나 남편이 받아쓰기를 합니다. 저희들이 만점을 맞을 때는 잘 없어요.

지난 토요일 퇴근 해 집에 가니 남편이 저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이는 겁니다.
"받아쓰기했는데 죽을 뻔했다. 깨끗인지 깨끗힌지, 귀를 기울연지 기우련지. 그것말고도…, 어휴 진땀나서 혼났어."
이런 사정이고 보니 100점을 맞는다는 것은 어려운 게 당연하지요.

이렇게 저희 부부가 받아쓰기를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정빈이 생각입니다.
학교에서 처음으로 받아쓰기 시험을 치고 돌아 온 날, 100점을 맞아야 다음 급수로 넘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알림장에 적어오던 날 아이는 자기가 문제를 낼 테니 절보고 받아쓰기를 해보라더군요.

학교에서는 자신이 받아쓰기를 하는 입장이지만 집에서는 자기가 문제를 내는 입장이 되어보면서 또박또박 읽기에 대한 연습도 하고 틀린 글자를 찾아내는 연습도 되겠다 싶어 그러마고 했는데 신이 난 아이는 자그마치 30문제를 내더군요.

100점 받았느냐고요? 못 받았습니다. 제가 받아쓴 종이를 들고 매기던 아이는 틀린 문제에서 깔깔거리고 넘어가더군요.
아래 사진은 정빈이가 처음으로 받아쓰기 연습을 하던 날, 기념으로 찍은 것입니다. 그 후로는 저희와 정빈이의 역할이 바뀌었어요.


받아쓰기에 대한 압박감(?)을 이겨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듭니다.

준비물

선생님들마다 생각이 모두 다르겠지만 저는 될 수 있으면 학습 활동에 필요한 것은 학교에서 준비하려 합니다.
실험 결과를 위한 모눈종이 한 장도 학교에서 준비를 하고 있지요. 준비물을 제대로 가져왔는가도 중요한 교육의 일부분이겠지만 아이들이 그런 준비를 제대로 못함으로 해서 정작 중요한 수업 활동이 제대로 안되면 곤란하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물론 학교에서 모든 것을, 100% 준비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될 수 있으면 학교에서 준비를 하려 한다는 것이지요.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왜 그리 준비물이 많은지 정말 눈이 핑핑 돌지경이라면 엄살이 심한가요?

수학 시간에 숫자를 익히기 위해 바둑알이나 단추를 가져오라는 것을 읽으면서 고개가 갸웃거려졌습니다. 이런 것은 소모품도 아니고 오래 둔다고 해서 상하는 것도 아닌데 학교에서 준비를 해 둔다면 몇 년 동안 두고두고 쓸 수 있는 것인데 왜 이걸 학생들에게 가져오라는 것일까? 하면서요.

준비물 중 밤과 낮의 특징이 있는 사진 가져오기가 있었어요.
정빈이는 스케치북에 해와 달을 그려갔습니다. 태양의 흑점까지 표시하면서 나름대로 정성을 다했지만 선생님이 가져오라는 사진과는 거리가 멀겠지요.

정빈이 말에 의하면 다른 아이들은 동물이나 식물 사진도 많이 가져오고 뭐든 다 잘 구해오지만 그래도 이걸로도 괜찮다고 하더군요.
다들 어디서 구하시나요?
저희 집에서는 책을 오리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래도 정빈이는 다른 아이들과 자신의 준비물이 많이 다르다는 것도 알고 그리고 그것으로도 괜찮다는 것도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현장학습(소풍) 날

정빈이의 첫 현장학습 날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서울 병원에 다녀오는 동안 소풍이 끼여 소풍을 가지 못하게 되어 안타까워했었는데 마침 그 때 전국적으로 비가 오는 바람에 소풍이 미루어졌답니다.

하지만 결석을 하고 서울에 있던, 그리고 5월 8일이 초파일로 휴일이었던 까닭에 저희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몰랐어요. 5월 9일이 소풍날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 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수업할 준비를 해서 학교 앞에 아이를 내려주었는데 교문 앞의 아이들이 왠지 낮선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빈이는 교문 앞의 노점의 병아리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요.

뭔가 이상한 느낌에 얼른 차를 세우고 지나가는 아이를 붙잡고 오늘이 학교에 행사가 있냐고 물으니 소풍을 간다는 겁니다.
병아리에 정신이 팔려 있던 정빈이를 차에 태우고 다시 집으로 향했습니다.

학교에 전화를 해서 1교시 전까지는 가겠다고 비상연락을 해두고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하니 선생님도 연락해주시는 것을 잊었다고 점심과 물, 돋보기, 필기도구를 가지고 오면 된다는 겁니다. 늦어도 9시까지는 학교에 보내달라는 말씀을 덧붙이더군요.

벌써 8시 20분이 다 되어 가는데, 그 아침에 어디서 도시락 쌀 장을 본단 말입니까? 게다가 이사를 한 동네라 아직 동네 지리도 잘 모르는데 김밥을 말아서 파는 곳이 있는지를 찾아보아도 그런 곳조차 없더군요.

일단 집으로 가서 물과 필기도구, 돋보기를 챙기고는 동네 슈퍼마켓으로 갔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 수 없다. 얻어먹는 수밖에. 친구들에게 결석을 해서 소풍날인 줄 몰랐다고 말하고 얻어먹어 알았지? 대신 과자는 세 개를 사자. 친구들에게 과자라도 주어야 점심 얻어먹을 수 있을테니까."

평소에 과자를 잘 먹지 않는 정빈이도 세 개의 과자를 들고는 어쩔 줄 몰라하며 입이 귀에 걸리면서 과자만 먹어도 배가 터질거라며 신나하더군요.

그렇게 아이를 학교 앞에 다시 소풍 복장으로 내려주고 학교에 도착하니 1교시 들어가기 3분전이더군요. 마침 중간고사 시험기간이어서 다행이었지 헉헉거리느라 수업도 못할 뻔했습니다.

그 날 정빈이 점심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세 명이나 주던데요. 그래도 진짜 많이 먹었어요."
불쌍한(?) 친구들 생각해 자기의 점심을 나눠 준 착한 친구들 덕분에 정빈이는 첫 소풍 점심은 얻어먹는 걸로 해결이 되었답니다.

관찰도 잘하고 보물찾기 잘해서 상도 타고 즐거운 하루였다고 하더군요. 체력이 체력인지라 나중에는 다른 친구들이 게임 하는 것을 보며 혼자 그늘에 앉아 쉬면서 구경을 했다고 합니다.

"힘들어서 다른 친구들이 하는 것을 다 하지는 못했어요. 괜찮아요. 그럴 때는 선생님께 이야기하고 쉬면 되요."

가장 몰두하고 있는 것

정빈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얼마 전 저희 집에 경품으로 텔레비전이 하나 생겼는데 정빈이는 텔레비전보다는 포장용 박스에 열광을 했습니다.






이렇게 아이는 박스를 자신의 집이라며 한동안 그곳에서 한동안 살다시피했지요.
남편은 그런 아이를 보며
"이야, 우리 집에 햄스터가 한 마리 생겼네. 너 그러고 있으니 완전 햄스터다. 넌 이제부터 아버지의 햄스터야. 이제 애완동물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안 하겠지? 이렇게 이쁘고 귀여운 애완동물이 생겼으니 말이야." 이럽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예쁜 꽃이 있어 저에게 주려고 꺾어왔다면서 꽃을 주는 방법도 특이합니다.


박스 집에 앉아서 하늘 높이 쳐들고는 가져가 보라는 겁니다.
그렇게 열광하던 박스 집이 저에 의해 강제 철거를 당한 탓에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가장 열중하는 것은 찰흙으로 만들기를 하는 겁니다. 베란다 가득 만들어 놓은 인형들이 즐비하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카메라입니다.

특히 캠코더는 정신을 못 차리지요. 며칠 전에도 캠코더를 들고 거리로 나가 혼자 동네를 찍어 왔더군요. 잠깐 하는 사이 집을 나간 아이가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겁니다. 신이 나서 돌아 온 아이의 표정은 정말 글로 표현하기가 어려워요. 너무나 행복한 얼굴이었지요.
아파트 현관에서부터 학교 가는 길까지를 자세한 설명까지 넣어가며 찍어 와서는 얼마나 자랑을 하는지요.

제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하고 책 작업 등에 필요 해 집에 카메라가 많아요. 어떤 것이든 정빈이 눈에 띄면 그 날은 카메라로 작업하는 것은 포기를 해야할 정도랍니다.

이렇게 정빈이의 3개월 동안의 나름대로 학교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 대해 적어 보았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며 느낀 것은 아이들은 나름대로 대단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믿음'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정빈이가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경험하며 자기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리라 믿으며 저의 '위안 찾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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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2880

 두마디로 끝내주는 영어, 어디서 보았는지...

 답글 3개 ▼
지연맘 2003/06/10 2,200 0
2879

 어떻게 할까요?

haden 2003/06/10 1,634 0
2878

 히플러님 전에 cd 소개하신것.......

 답글 1개 ▼
산이맘 2003/06/10 1,681 0
2877

 엄마 영어는 어떻게 할지.

 답글 1개 ▼
love 2003/06/09 1,896 0
2876

 수학책 추천 좀 해주세요

 답글 4개 ▼
지수마미.. 2003/06/09 1,818 0
2875

 회화교재 추천바래요

 답글 1개 ▼
연우 2003/06/09 1,813 0
2874

 ♥ 초등1년생 엄마의 위안 찾기

 답글 11개 ▼
juice 2003/06/09 3,607 0
2873

 현명하신 맘님들!조언 부탁해요!

 답글 3개 ▼
고민중인.. 2003/06/07 2,251 0
2871

 누구 좀 확실한대답...가위눌릴 지경이에요.

 답글 2개 ▼
답답한맘.. 2003/06/07 2,536 0
2870

 7살 유치원 과정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나요.

 답글 9개 ▼
해피 2003/06/07 2,734 0
2869

 이스턴영어 아이에게 시키시는 분 조언 부탁드립니다.

 답글 3개 ▼
cuma 2003/06/06 2,114 0
2868

 어렸을 땐 그저 놀이로 좀 접하는 것입니다.

j의 s 2003/06/06 1,751 0
2867

 이번 공구 - blue's clues요...

 답글 1개 ▼
도엽맘 2003/06/06 1,650 0
2866

 딱 부러지는 영어 학습법

 답글 1개 ▼
꾸뻥이 2003/06/05 3,610 0
2865

 리딩타운 해보신분 ...

현맘 2003/06/05 2,119 0
2864

 영어선생님들을 위한 정말 괜찮은 까페.

darjeeli.. 2003/06/05 2,210 0
2863

 무료 교사 교육 정보가 있어서...

stella 2003/06/05 2,189 0
2862

 온라인에서 아이 영어 같이 하는모임 있나요?

산이맘 2003/06/05 1,889 0
2861

 1111님 조언부탁드립니다

 답글 3개 ▼
아이맘 2003/06/04 2,324 0
2859

 대학교에서하는 외국어는 어떨지...

윤희선 2003/06/04 1,89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