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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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제목은 우리 한글학교의 공식명입니다.
올해 1월에 문을 연, 엄마가 가르치는 한글학교가 벌써 여름방학으로 들어갔습니다. 노스밴쿠버에 한글학교가 하나쯤 생기겠지..이렇게 한국인이 많이 늘었는데, 어딜 가나 한국 아이들의 한국말 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이 동네 아이들을 위한 한글학교가 분명히 곧 생길 것이야...하고 기다리기를 한 해, 두 해...해를 거듭하고, 우리 딸 기쁨이가 6학년이 되고, 아들 자랑이가 4학년이 될 때까지도 그 어떤 힌트도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집에서는 아이들한테 한국말을 사용 하도록, 늘 일깨워 주고 툭하면 으름짱을 놓아가면서 한국어를 강요했지만, 뭐 별로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고, 아이들의 한글에 대한 태도는 '반항심' 아니면, '두려움'으로 나타났습니다. 억지로 하는 것이 얼마나 비교육적인 것인지를 날마다 느끼면서 조금이라도 동기부여를 해 주려고 비디오도 매주 빌려서 같이 앉아 보고, 한국말 한 마디 하면 잘 한다는 칭찬을 입에 거품이 생길 정도로 과장해서 해 주었습니다.
'나는 한국사람 아니예요. 캐나다 사람이예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제 딸의 말을 듣고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이곳 캐나다의 삶에서 어디를 눈을 씻고 봐도, 아이가 집 외에는-엄마, 아빠와의 관계 외에는 한국의 정서를 배우고, 배우고 싶고, 배워야 할 의무감을 느끼게 하는 곳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습니다. 제 딸이 그 말을 한 것은, 제가 누누이 너는 한국사람이다, 한국이 잘 살아야 캐나다에 사는 우리도 힘이 생기는 것이다. 네가 훌륭한 한국사람으로 커야 한국이 강해지고, 따라서 캐나다의 한국 사회가 강해지는 것이다..라고 강조를 한 이후였기에 저에게 더욱 큰 충격과 배신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래서 만나는 동네 아줌마마다 붙들고 한글학교가 이 동네에도 하나 있어야 한다고 수다 차원에서 미리 연막을 터뜨리듯 의도적으로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곧 얼마 안 되어서 구체적으로 한글학교에 관심을 표현하는 엄마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 동네 엄마들 중에 이민을 오신지 4-5년 정도가 지나서야 한글학교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분이 생기게 되는 지라, 비교적 오래 되고, 아이들의 나이가 엇비슷한 엄마들을 모았습니다. 이민 기간이 3년 미만인 분들은 자녀들의 영어교육과 문화적응이 더 시급하므로 거의 고개를 내 저으며 당신 아이들의 영어적응을 더 중요하게 내 세웠습니다.
그래서 모인 엄마들끼리, 자신들이 집에 가지고 있는 한글 자료들을 내 놓고, 한글학교 장소를 물색하고, 날짜를 정하고, 학생들을 모으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교사를 하기로 한 엄마는 세 명, 그리고 적극적으로 한글학교를 지원하겠다는 네 명의 엄마와 함께 일곱 가정의 아이들 열 한 명을 데리고, 학교 바로 앞의 교회를 빌려서 시작을 하였습니다.
모이는 날은 매주 수요일 방과 후에 모여서 30분은 공동 활동, 1시간은 분반 수업으로 하였습니다. 공동활동에는 모여서 동요를 배우거나 한국과 관련된 만들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반은 세 반으로 나누어서, 아이들의 한국어 수준과 나이를 대충 가려서 배치하였고, 교사들은 자신이 원하는 반을 맡았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신들이 원해서 한글학교를 다니게 되는 것이 아니고, 엄마들의 자원으로 시작하는 것이므로 처음 한 두달 간은 아이들을 이끄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조금 큰 아이들은 한글에 대한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시큰둥 했고, 방과 후 모임이라서 피곤해 하는 아이들도 있었으며, 동네에서 같이 놀던 아이들이 모여서 '공부'라는 것을 한다는 것이 어색한지 진지함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선생님이 엄마들이다 보니 더욱 이 학교에 대한 '학교다움'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기도 합니다.
한글학교를 위해 엄마들이 싸 준 간식은 아이들을 한 테이블로 모이게 하는 훌륭한 역할을 했습니다. 빵, 과일, 어떤 때는 떡볶기 등등의 간식이 한 테이블에 놓여지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먹을 것을 중심으로 둘러 앉아서 학교에 서 있었던 이야기, 음식 이야기 등을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졌고, 그런 분위기에 서로 익숙해져 갔습니다.
간식 후에는 모두 소리를 모아서 구호를 외칩니다.
가나다라 마바사 아자차카 타파하 듣고 말하고 읽고 쓰자!!!
그리고 피아노 반주에 맟추어서 노래를 부릅니다. 엄마돼지 아기돼지, 숲속의 코알라, 나리나리 개나리...아, 이렇게 예쁜 노랫말을 아이들은 얼마나 예쁘게 느낄 수 있을까? 나중에 커서 참 잘 배웠다고 느끼면서 자신들의 아이들에게도 전수를 해 줄까?
한 시간의 수업시간은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충분한 자료도 없고, 기준을 두고 수업을 진행할 교과서 및 지침서도 없어서 교사들끼리 우왕좌왕하며 자료를 구하였습니다. 국어 교과서를 기본으로 하기로 결정을 하고 그에 맞추기로 하지만, 3-4학년 아이들도 1학년 국어교과서를 이해하는 일 조차도 힘들어 하기도 합니다. 큰 아이들도 글자는 제법 읽는 것 같지만, 아주 쉬운 단어도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장독대, 어슬렁 거리다, 속삭이다..자신들의 가정에서는 쓸 일이 없는 그런 말들은 아주 단순한 것도 이해를 전혀 못 하고..전화 받다, 밥을 먹다, 수저를 놓다, 화장실에 가다, 문을 잠그다..등등 부모와 쓰는 말들은 아주 그 수가 적지만 이해를 합니다.
어쨌든, 아이들은 날을 거듭할 수록 불평도 줄어들고, 익숙해 질수록 생활 한국어는 점점 나아졌습니다. 불평을 한다해도 엄마들이 눈 하나 깜짝 안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체념을 하기도 했지만, 매 주 모이는 친구들이 좋고, 같이 나누는 음식과 그 모임의 분위기를 좋아하기 시작 한 것 같습니다.
교사모임으로 엄마들이 모이면, 자신의 아이들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누고, 하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기만 하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지난 6개월간의 한글학교를 비교적 성공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두 세명의 기존 엄마들을 보조 교사로 설득하여 확보를 했습니다. 9월에 개학을 하면 학생 수는 같지만, 선생님이 하나 더 늘고, 보조 교사도 두 명이 생겨서, 엄마들의 활동이 더욱 활기를 띄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심드렁 하던 아이들도, 엄마들의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교육적 노력으로 인해 자신들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도 읽고 이해하고 쓰는 능력이 나아지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아서 더 열심히 하고 싶어지는 것이겠지요.
방학 동안에는 각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 주었습니다. 한글로 일기 쓰기와 한글 책 읽고 책 제목과 작가의 이름을 적어오기. 제가 맡은 1-2학년 반은 인터넷 한글 사이트에서 매일 10분씩 한글공부를 하고 동화 듣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 숙제가 아니라 결국은 엄마들의 숙제이지만, 9월 개학이 무척 기다려집니다.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배운 것을 사용하면서 희열을 알게 되며, 배움의 목적을 깨닫고 계속 정진할 수만 있다면, 그것 만큼 커다란 보람도 없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