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덥습니다. 오늘은 기분전환도 할 겸 머리도 자르고 파마나 해야겠다 마음먹고 아파트 상가 미용실에 갔습니다. 동네 미용실은 단골손님들이 드나드는 사랑방과 같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찌뿌듯해서 인지 손님도 없습니다. 머리를 말고 있는데 복도가 시끌하며 한 엄마가 아이셋을 데리고 미용실로 들어옵니다. 사내아이 둘, 딸내미 하나, 아이가 셋이니 남같지 않습니다. 큰애는 초등학교 1학년이라네요. 막내 딸은 이제 네 다섯 살 정도로 보이니 이 엄마, 더위에도 지치고 아이들에게도 지친 기운이 역력합니다. 파마를 다 말고 이제 아이들의 머리를 자르기 시작한답니다. 큰 아이는 피곤했는지 미용실에 들어올 때부터 조용하더니 어느새 소파에서 졸고 있습니다.
엄마는 대뜸 큰아들에게 소리칩니다.
‘그만 자! 매맞기 전에 빨리 가서 앉아!’ 굵직한 목소리는 군기반장이 따로 없습니다.
아이는 부스스 반은 눈을 감은 채 의자 위에 올려놓은 깔판에 올라앉습니다.
‘버섯머리는 싫어요~’ 졸면서도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주장합니다.
‘시끄러, 머리카락 입으로 들어가니 입다물어!’ 엄마가 대꾸합니다.
둘째는 의견이 없다네요. 엄마 눈치를 보는 듯, 시키는 대로 션~하게 스포츠머리로 밀었습니다. 그 사이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던 막내딸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정수기의 물을 열 번도 더 마셨을 겁니다. 사실 저는 그 아이가 혹시나 뜨거운 물 꼭지를 누르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계속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지요.
딸내미는 엄마부터 자르라고 조르고 결국 엄마가 먼저 머리를 다듬습니다. 이제 막내의 차례, 자신있게 엄마 다음에 자르겠다던 딸은 막무가내로 악을 쓰며 울기 시작합니다. 목소리도 크고 힘도 여간 센 게 아니네요. 엄마와 미용사가 가까스로 붙잡아 앉히고 앞머리만 조금 다듬는데 꼴깍 숨이 넘어갑니다. 전쟁터가 따로 없군요. 엄마는 끊임없이 아이에게 소리를 지릅니다. ‘너, 엄마한테 맞는다! 가만있으라 했지? 하나, 둘, 셋...’ 협박과 엄포로 일관한 엄마지만 한 편 이해도 됩니다.
엄마들마다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엄격하게 훈육을 하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아이의 뜻을 들어주며 비위를 맞추는 엄마도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 최선일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그 어떤 방법도 아이들이 커가면서 상황은 달라집니다. 심지어 아이가 사춘기쯤 되면 아이와 싸우고 냉전 중이라는 엄마를 보기도 합니다. 특목고라도 보낼라 치면 엄마와 웬수가 되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항상 온순하게 순종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지요. 머리가 굵어지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굽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아이에게 먹혔던 일방적 강요는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저렇지 않았는데, 이제는 컸다고 제멋대로네...’ ‘아이들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에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 ‘그래도 강아지는 말대답을 하지 않으니 애들보다 낫다’...... 엄마들의 푸념입니다.
엄마노릇하기 정말 힘들죠. 아이들을 키우는데 어떤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지에 대한 정답도 없으니까요. 정답이 없다는 건 곧 답이 많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니 엄마들마다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를 대하는 나름의 일관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젠가 한 특강에서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같은 똥을 싸도 칭찬을 받기도 야단을 맞기도 한다고요. 아기 때는 기저귀에 똥만 싸도 들여다보며 잘 했다고 칭찬을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지에 똥을 싸면 ‘똥도 못가린다’고 야단을 맞는답니다. 아이에겐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의 배신이라고요^^ 자식노릇도 어려워서 못해먹겠다고 한답니다ㅎㅎ
극단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엄마가 아이를 대하는 일관성을 단적으로 꼬집어줍니다. 최소한 혼란은 없어야한다는 거죠. 부모는 내 아이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 지 정도는 길잡이가 되어야 할 것이고 그 길이 너무 좁은 외통수 길이 아니었음 좋겠습니다. 길의 중심에는 엄마의 가치관이 탄탄하게 깔려 있어야겠지요. 이왕이면 아이를 존중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어려서부터 존중을 받는 아이들은 자존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나 결정에 책임감도 갖게 됩니다. 아이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은 내 아이가 품격을 유지하고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엄마노릇이 어려운 이 엄마는 되새깁니다.
‘엄마인 나도 존중하지 않는 내 아이가 밖에서 어떻게 남에게 존중받을 수 있겠나?’ 라고요.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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