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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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al Health Broker 교육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Job Qualification의 조목조목..10가지 이상의 요건들 중 두어 가지 빼 놓고는 '야~ 이 일은 정말 내가 딱이다'라는 생각에 자신있게 이력서를 던져 넣었고, 인터뷰도 '아니, 내가 왜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는고야?' 하면서 세 명의 인터뷰 담당자들과 즐겁게 끝내고 정말 느긋하게 결과 전화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첫 workshop..무엇보다도 같은 한국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어찌나 몸이 떨리게 좋던지..세련된 본토 발음으로 버터를 온통 바른 듯한 매끄러운 수다와 흰 피부, 옅은 머리, 푸른 눈동자들의 over-confident한 본토 출신들의 모임이 아닌..DIVERSITY!!!..누렇고, 거무죽죽한 외모 뿐 아니라..여기 저기서 들리는 정겨운 '모자라는 듯한 어눌한 영어와 각 고유 국가들의 액센트!!'...바로 내가 속해 있는 진정한 Social Setting이 이런 곳이었구나..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편안함..
모두 15명의 multicultural health broker들이 앉아서 소개를 하는데..
쩝쩝쩝!! 그렇게 당당하게 나타났던 저는 점점 주눅이 들었답니다. 15명의 동료들은 6개국 이상의 나라 출신들이고, 저만큼 학위와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모두들 전문 심리학자, 산부인과 의사, 소아과 의사..출신들이었고, 간호사라도 그 외에 다른 학위들을 줄줄이 달고 있는데다가...게다가 사회 봉사 경력까지도 어찌 그리 다양하고 깊은지..그저 동네 이민자 봉사회에서 몇 번 통역 자원봉사를 한 것으로, 그리고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사회 봉사의 경력으로 큰 것인 줄 알고 주제 넘게 당당했던 저였다는거 아닙니까? 부끄러웠지만, 모두들 '돕는'일에 있어서는 엄청난 공통점을 가졌기 때문인지 분위기는 아직도 그저 편안하기만 했습니다.
자국에서는 거칠 것 없이 당당하기만 했을,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기만 했을 그들이 이민자로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에 발을 들이고 5년 10년을 살아오는 동안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나라에서 왔든 모두가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있습니다. 본국의 교육과 경험과 능력이 캐나다에 와서는 휴지조각처럼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 언어적으로 본토인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능력의 부재'로 인정이 되어진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지만 그것이 현실이기에..
그 현실을 부정도 해 보고, 불만도 표시해 보고, 그걸 극복하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upgrade도 해 보고, 전공을 바꿔서 자격증을 따면 좀 인정이 될까 싶어서 이 대학, 저 대학 기웃거리면서 받은 자격증과 수료증들이 수두룩 쌓여있다는 것..
그렇게 사는 세월 동안 기대와 노력과 희망과 회의와 절망과 포기 등을 모두 비슷하게 경험하게 되고, 어느 나라, 어느 문화권에서 왔든지 비슷하게 겸손해지고, 비슷하게 따뜻해지고, 비슷하게 동기부여(이러고 앉아 있을 수는 없고, 우리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그대로 놔둘수만은 없다는)를 받거나 하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이민자들로 형성된 국가에서만 있을 수 있는 '언어, 문화-의료 중개인'이라는, 한민족을 외치는 한국사람들에게는 아직까지 무척 생소한 직업입니다. 밴쿠버에서는 이번에 본격적으로 시범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거기에 합류하게 된 것입니다. 두 번의 교육을 받고 아직도 확실한 개념이 잡히지 않은 상태이지만, 왠지 너무나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은 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그..스콘은...동네 제과점이나 수퍼에 가면 파는, 또는 제가 만들기도 했던 머핀은 달고 그 질감이 별로 안 좋은데, 직장 다니면서 아침 식사로 커피랑 같이 들고 출근하기에 딱 적합했던 스콘을 입 속에서 녹일 때마다..커피와 함께 입에 넣고 넘겨야 맛이 어울리던 머핀이나 쿠키나 케이크와는 달리, 스콘은 그것만 입에 넣고 우물거려도 너무나 맛이 좋았기 때문에 먹을 때마다...그래, 이건 분명 다른 반죽이야. 이거는 쿠키도 아니고, 케이크도 아니고, 머핀도 아닌..그 한국에서 캔터키 치킨 집에서 먹던 비스켓과 비슷한 맛이야. 언제 한 번 만들어봐야지..했는데, 블루베리를 좋아하는 우리 애들 덕에 드디어 만들게 되었습니다. 사 온 블루베리가 그냥 먹기에는 너무 새콤해서..제가 잘 가는 요리법 사이트로 들어갔습니다.
그 사이트와는 인연이 깊습니다. 제가 생소한 서양음식을 조리하고 싶을 때 가끔씩 찾는데, 첫 칠면조 요리도 거기서 보고 했고, 스튜며, 머핀, 수프 등도 거기서 많은 것을 베꼈습니다. www.allrecipes.com.
그리고 집 근처에 Save-On-Foods라는 수퍼가 있는데, 거기 가면 Bulk Food라고 각 요리재료들을 자기가 원하는 양 만큼씩만 살 수가 있습니다. 버터, Half&Half Cream, 블루베리, 계란은 집에 있으니까 되었고, 밀가루 두 컵, 갈색설탕, 베이킹소다를 필요한 만큼씩만 샀습니다. 요리법은 크랜베리 스콘인데, 크랜베리 대신에 블루베리를 넣었습니다. 이 스콘 반죽의 특징은..버터를 녹이지 않고,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서 큐빅 모양으로 작게 자른 후에 밀가루에 곧장 넣어서 버터가 덩어리째로 밀가루와 섞이게 하는 것입니다. 가끔 텔레비젼 요리채널에서 보았던 가락으로 비슷하게 흉내를 내어 보았습니다.
머핀처럼 틀에다 넣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대충 둥글 납작하게 모아서 고무주걱으로 원하는 크기대로 나눈 후에 굽는 것입니다. 제가 스콘을 좋아하는다른 이유가, 칼로 자른 듯한, 균일한 크기나 모양이 아닌 것이었는데.. 아무렇게나 대충 생긴 채로 구워진 스콘이, 밀가루 두 컵으로 만든 그것이 모두 12조각이 나왔습니다. 버터와 베이킹 소다의 맛이 어우러진 보라색 얼룩무늬의 블루베리 스콘 완성!!!
남편도 따끈따끈한 스콘 두 조각을 갓 내린 보리차와 함께 맛있게 먹어 주었습니다. 저도 신기하게 진짜로 만들어진 이 녀석을 입 속에 넣고 한껏 그 맛과 느낌을 즐겼습니다. 버터의 그 어마어마한 칼로리의 힘이 온 몸으로 퍼지는 느낌을 받으며..아, 이러면 아니되는데..뱃살과 엉덩이가 불어나는 느낌이 정말 들어..이러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