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이 너무도 귀하고 아름답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늘 여유롭고 자애롭기를 소망하지만
언제나 쉽게 무너지고 또 무너져서는 자신을 원망하는
일상의 악순환이 반복될 때...
이렇게 좋은 모녀를 봅니다
감사합니다
늘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도 심기일전하겠습니다
ps:낮에 급한 마음에 바지에 실례를 한 은창이를 혼냈습니다
(요새 가끔 그래서 화가 났나 봅니다^^;;)
울면서 그러더군요 "죄송해요..그러고 싶지 않았는데..그렇게 되었어요.."
그 순간 앞이 캄캄해지면서...
지금은 자고 있는 은창이...맛난 저녁으로 제 실수가 용서될런지...
juice님의 글입니다.
> <font size="2.5">
> 저녁을 먹고 오늘은 정빈이와 남편만 산책을 나갔습니다.
> 예슬이는 기말고사 준비중이라 바쁘고 저는 몸이 그리 좋지 않아 집에서 쉬고 싶었거든요.
> 산책길에 사 온 음료수를 예슬이가 마셨다는 이유로 정빈이의 울음은 집을 떠나갈 정도였어요. 사는 재미뿐이지 잘 마시지도 않은 음료수를 두고 평소와는 달리 울음이 오래간다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더군요.
>
> 잠이 온다며 제 배 위에 누워서(정빈이는 아직 제 배 위에서 잠이 듭니다.) 하는 말이
> "저도 상타고 싶어요."
> 하는데 그 목소리가 아주 복잡한 느낌이었어요.
>
> "왜? 오늘 친구들이 상 탔어?"
> "네. 무궁화 그리기와 국군아저씨에 감사하다는 편지 쓰기 한 것으로 친구들이 상탔어요."
> 그러면서 상을 탄 친구들의 이름을 주욱 대고는 많은 친구들이 상을 탔는데 자기도 상을 타고 싶다고 하면서
> "방학 할 때는 공부를 잘 하는 사람에게 상을 준대요. 그 때는 받았으면 좋겠어요."
> 그러면서 엄마는 언제 속이 상하냐고 묻더군요.
>
> 정빈이는 아직 상을 하나도 받지 못했고 학교 게시판에 칭찬 받을 때마다 붙여지는 스티커의 수도 그리 많지 않아서 나름대로 속이 많이 상한가봐요.
> 지난 번 공개수업 때 정빈이는 학급 게시판에 붙은 자기의 스티커를 가리키면서 숫자를 헤아려 보이더니 저렇게 많이 받은 아이도 있다면서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은 아이의 포도송이(스티커 붙이는 밑그림)를 가리키는데 정말 입이 딱 벌어지게 많더군요.
>
> 부모님 도장 받아오라는 '수리능력카드'는 며칠 째 집에 가져오지 않다가 오늘 겨우 가져온 아이이고, 이런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니 스티커의 숫자가 적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 아이를 재우고 나오는 제게 남편이 아이가 왜그러냐고 묻기에 상을 받지 못해 속이 상해 그런다고 했더니 남편 하는 말이 이랬습니다.
> "거 웬만하면 하나 주시지. 무궁화 그림이라면 정빈이 그림 잘 그리니까 받을 만 할텐데. 그리고 국군 아저씨께 쓰는 편지는 내가 봐도 잘 썼던데 상 하나 주시지."
> 저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당신 가끔 참 귀여워요.
>
> 아이의 마음이야 다 같겠지요.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이라는 것이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있겠습니까? 그저 상을 받고 싶은 마음, 받지 못해 속상한 마음, 상을 받는 아이들이 부러운 마음뿐이겠지요.
>
> 정빈이가 잠들기 전에 저희들이 나눈 대화의 나머지 부분입니다.
>
> "엄마도 상을 못 받아 무지 속상했었어. 그래도 정빈이는 참 의연하네. 엄마는 막 울었었는데."
> "저도 울었잖아요."
> "그건 언니가 주스를 마셔서 그런 거잖아. 상 못 타서 속상했던 것은 꾹 참고 있었잖아. 엄마보다 훨씬 낫네. 참을성도 있고. 그런데 말이야 상은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탈 수 있는 거야."
> "그래도 오늘 타고 싶었단 말이에요."
> "물론 그렇지. 오늘 탔으면 좋았겠지. 그런데 상을 탄 사람이 많았어, 못 탄 사람이 많았어?"
> "못 탄 사람이 많지요."
> "오늘 상을 못 탄 사람들 모두가 정빈이 처럼 속이 상할 거야. 그런데 정빈이 처럼 다음에는 꼭 타야지 하면서 결심하고 노력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은 없을 거야. 오늘 어머니가 정빈이가 대단하고 멋지다고 생각한 점은 바로 그 점이야. 다른 아이들은 아마 속상해서 울고만 있을걸(다른 아이들에게는 많이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엄마가 정빈이에게 상을 하나 줘야겠다. 이렇게 멋진 생각을 한 상말이야."
>
>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마음이 좀 풀렸는지
> "그런데 의연이 뭐예요? 아까 어머니가 의연하다고 했잖아요."
> "의연? 내일 정빈이가 사전에서 찾아 봐. 정빈이 사전 찾기 잘하잖아. 사전 찾기 하면 정빈이가 상을 받을텐데, 그지?"
> "지금 찾아볼래요."
> "울어서 눈이 아픈 상태에서 사전을 보는 건 좋지 않아. 사전의 글씨는 정말 작거든."
> "돋보기 가지고 보면 되잖아요."
> "그래, 그럼 돋보기와 사전 갖고 올 테니 의연만 찾아보고 자자."
>
> 사전 찾기를 하다가 아이는
> "빛이 모여요. 빛이. 태양도 아닌데 왜 빛이 모이지? 전기 불이 모인 거니까 이건 빛이 아니고 전긴가?"
>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빛이 있어서 그림자가 만들어진다는데 그게 무슨 뜻이에요?"
> 등등 돋보기로 인해 생긴 의문들을 물어대더니 어느새 잠이 들더군요.
>
> 학교 생활이 힘에 부쳐 그런지 정빈이는 방학을 아주 열심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방학하면 뭘 할 건데 그렇게 기다리느냐고 했더니
> <font color="darkred" size="4"><b>"반둥반둥 놀려고요."</b></font>
> '빈둥빈둥'을 잘 못 전해들었던 모양입니다.
>
> 놀고 싶어서 방학을 기다린다는 초등학교 1학년의 아이의 말이 참 마음 아프더군요.
> 아이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카드는 왜 그렇게 많습니까?
> 정보능력카드, 수리능력카드, 받아쓰기등급 카드 등등.
> 정빈이는 놀고 싶은데, 너무 너무 놀고 싶은데 공부를 해야하느냐고 묻습니다.
>
> 요즘 정빈이가 몰두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사전 찾기입니다.
> 오늘 정빈이가 상을 타지 못해 속상한 줄은 꿈에도 모르고 며칠 너무 과로한 탓에 빨리 좀 쉬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던 제가 집으로 돌아 와서 정빈이에게 한 말입니다.
> "정빈아, 엄마 잠시 자는 동안 사전에서 아주 어려운 단어들을 찾아 줘. 엄마가 모르는 단어로 말이야."
> "알았어요. 아주 아주 어려운 걸로 찾아 놓을게요."
> 제가 한 잠 자는 동안 정빈이가 찾아 놓은 단어들입니다. 어려운 단어를 찾느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죠?
>
> <center><img src="http://user.chollian.net/~yearkiki/0628.gif" width=600 ></center>
>
> 지난 주 남편이 늦게 온 어느 날 정빈이와 놀다가 끝말잇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b>정빈</b> : '름'은 안 돼요. 기름, 지름, 소름 이런 거는 하기 없기에요. 어머니 먼저 시작하세요.
>
> <b>엄마</b> : 도둑.
>
> <b>정빈</b> : 둑? 둑으로 시작하는 말도 있어요? 나는 그런 말 모르는데.
>
> <b>엄마</b> : 거실 책장에 가서 국어 사전 가져 와서 찾아 봐.
>
> 정빈이에게 사전을 직접 찾게 해 보고 싶은 마음에서 '도둑'으로 시작을 해 보았습니다. 저와 예슬이가 사전 찾기를 하는 것을 많이 보고 거들기는 했지만 아직 정빈이 혼자서 사전 찾기를 해 본 적은 없었거든요.
>
> <b>정빈</b> : 둑이니까 디귿에서 찾아야 하는 거 맞죠?
>
> <center><img src="http://user.chollian.net/~yearkiki/0628-1.jpg"></center>
>
> 사전 찾기를 열심히 한 끝에
> <b>정빈</b> : 하나 있어요. 둑으로 시작하는 말. 둑길. 그런데 둑길 이 뭐예요?
>
> <b>엄마</b> : 읽어 봐.
>
> <b>정빈</b> : 둑 위로 나와 있는 길. 이게 뭐예요?
>
> <b>엄마</b> : 위에 둑이 무엇이라고 되어 있는지 읽어보고 물어 줘.
>
> <b>정빈</b> : 둑 1, 둑 2가 있어요. 뭐 읽어요?
>
> <b>엄마</b> : 둘 다 읽어 봐.
>
> <b>정빈</b> : @#$&**&^%$$%^**.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
> <b>엄마</b> : 비가 많이 오면 물이 많아지겠지. 그 물이 마을로 오면 어떻게 될까?
>
> <b>정빈</b> : 물 속에 빠지겠지요.
>
> <b>엄마</b> : 그렇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
> <b>정빈</b> : 도망가야돼요. 물에 안 빠지게.
>
> <b>엄마</b> : 그래도 되겠지만 물이 마을에 오지 않도록 막으면 도망 안가도 되겠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
> <b>정빈</b> : 으음, 물보고 오지 말라고 하면 되나?
>
> <b>엄마</b> : 오지 말라고 한다고 안 오겠니? 오지 못하게 해야지. 강 옆을 흙이나 돌로 아주 높게 만들면 어떨까?
>
> <b>정빈</b> : 그러면 되겠다. 그럼 거기 막혀서 물이 마을에 못 오겠네요.
>
> <b>엄마</b> : 그렇지. 그렇게 높이 만든 것을 둑이라고 해. 그리고 그 둑 위로 사람이 다니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 <b>정빈</b> : 길이 있어야 돼요.
> <b>엄마</b> : 그렇지. 그런 둑 위에 있는 길이 둑길이야.
> <b>정빈</b> : 둑이 두 개라니까요. 한 개는 뭐예요?
> <b>엄마</b> : 그건 엄마도 잘 모르겠는데.
> <b>정빈</b> : 치이, 저번에는 천재라고 했으면서.
> <b>엄마</b> : 천재도 모르는 게 있어. 둑길 했으니까 이번에는 엄마 차례지. 길손.
> <b>정빈</b> : 길손요? 길손은 또 뭐예요?
> <b>엄마</b> : 찾아 봐.
> 아직 원리를 터득 못 한 상태라 거의 몸부림을 치는 정빈이
> <center><img src="http://user.chollian.net/~yearkiki/0628-5.jpg"></center>
>
> 이렇게 길손을 찾아 읽어 본 뒤
> <b>정빈</b> : 이제는 제 차례죠. 가만있어 봐요. 어머니가 길손했으니까 손으로 시작하는 말이죠? 사전 찾아보고 아주 어려운 것으로 할 거예요.
>
> 한참을 찾은 정빈이가 고른 단어는 '손독'이었어요. 자기가 모르는 단어니 아주 어려운 단어라 생각했나 봐요. 엄마 무너지는 모습이 그리도 보고 싶은지 엄마가 모르는 단어를 찾으려는 마음에 눈이 반짝이더니 이 때부터 정빈이의 사전 찾기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가 되면서 가속이 붙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
> <b>도둑 ▶ 둑길 ▶ 길손 ▶ 손독 ▶ 독불장군</b>
>
> <b>정빈</b> : 독불 장군? 찾아 봐야지. 남의 의견은 묵살하고 저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는 사람. 묵살은 또 뭐야? 이것도 찾아 봐야지.
>
> 이쯤 되면 드디어 저에게 휴식의 시간이 온 것이겠죠.
>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어들을 찾느라 더 이상 끝말잇기를 하자는 말도 없이 혼자서 사전에 코를 박고 있는 사이 저는 깜빡 졸기까지 했답니다.
>
> 그렇게 놀다가 알림장을 보자고 했더니 숙제가 자기가 싫어하는 동물과 좋아하는 동물 그림을 1장씩 그려오기였어요.
> 정빈이는 싫어하는 동물은 악어, 좋아하는 동물은 토끼로 결정을 하더니 그림은 그릴 생각은 않고 또 사전을 펼치더니 악어와 토끼를 찾아보더군요.
>
> 빨리 그림을 그리는 게 어떻겠냐고 했더니 이러더군요.
> "사전에 보니 토끼는 앞다리가 뒷다리 보다 짧다고 되어 있고 수염이 길다고 되어 있으니 그림을 그릴 때 그렇게 그려야겠어요."
>
> 그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래도 사전에서 읽으니까 처음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자기도 '이상하네'하며 고개를 갸웃갸웃하더군요.
>
> 그림은 결국 악어와 토끼 반 마리까지만 그리고는 잠이 들어 그 다음날 아침에 토끼의 나머지 부분을 그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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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사전 찾기에 재미를 붙인 정빈이는 요즘 사전을 끼고 삽니다. 자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리도 열심히 하는 걸 보면 언젠가는 정빈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이 간절히 원하고 있는 상을 받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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