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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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이어리를 엎데이트 하기 위해 들어왔습니다. 꽤 오랫동안 방치했던 터라, '쓰기'를 누르자 갑자기 나타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 넣는 칸을 보고 가슴이 철렁 했습니다. 이걸 어쩌나 잊어버린 것 같아...그런데, 쑥쑥에 들어오는 것은 마치 피아노와 자전거를 배우는 것이 반 영구적인 기술, 잊어버리지 않는 기술인 것과 같이, 머리속에서는 깜깜한데, 나의 이 두 손이 저절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자연스럽게 두드립니다. 조금 놀랍기도 하고, 두뇌와 손이 따로 노는 (결국은 무의식중에 같이 협력하는 것이겠지만) 행태에 소름이 으스스 돋기까지 합니다.
지난 추석에는-여기서는 추석을 지내지도 않지만, 한국마켓에 가서 추석날 송편을 사서 가족들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고향에서 친정어머니가 차례를 지내는 때면 으례 담그시던 물김치 생각이 떠 오르기 시작해서, 마치 입덧을 하는 새댁(?)처럼 무우와 배추, 미나리의 향이 조화된 그 맛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마침, 한국마켓에는 무우도, 미나리도, 배추도 있기에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여보, 당신 물김치 먹어?"
"...."
"물김치 알어?"
(머뭇거리며) "...응(소심하게)..."
"그거 먹어?"
"그럼, 먹지..근데, 당신이 그렇게 물을 때마다 무서워. 만들어 놨다가 안 먹으면 혼날 것 같애."
이맘 때 쯤이면 친정 아버지께서 잘 드시는 토란국도 어머니가 끓이곤 했는데, 입 속에서 미끄러지는 그 토란의 느낌이 너무나 그리웠습니다. 마침 토란도 마켓에서 보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그건 안 먹는답니다. 침만 꿀꺽 한 번 삼키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결혼 초에 저희 큰언니가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이라는 장선용씨의 책을 제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거기에 있는 조리법을 따라서 나박김치를 만들었습니다. 보기에도 그럴듯하게 되었던 이것이, 익으니까, 정말 환상적인 시원하고 새콤한 맛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혹시나 하면서 조금만 담았었는데, 남편도 저도 게눈 감추듯이 먹어 치웠습니다.
엄마의 손맛만 생각을 하고, 내가 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는데, 그 꿈의 물김치를 그것도 제대로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다는 것이 그저 신이 나기만 합니다.
자랑이는 물김치를 먹다가 모르고 채 쳐서 넣은 생강을 씹었나 봅니다.
"엄마, 이상한 맛이 나는 것을 씹었어요."
"어..그거 생강인데, 그거 말이지 건강에 아주 좋은 거야. 음식이지만 소화제와 혈액순환제 등 약의 효과를 가지고 있는 훌륭한 양념이란다. 그걸 모르고 씹어서 맛이 이상하면, 그 약효를 생각해봐. 그러면 맛이 그리 나쁘지 않게 느껴지지."
어제는 다시 두 통의 물김치를 새로 담아서 부엌에 놓고 익히고 있습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아이들과 함께 온 큰언니 가족들이 떠나고 난 후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바쁘게 몸과 마음을 움직이다가 만난 고향의 맛 물김치..
물김치에서 나는 미나리 향이 엄마의 갈라진 손가락 맛처럼 느껴집니다. 아직 엄마손처럼 갈라지지는 않았지만, 같은 김치를 담그는 내 손에서 엄마의 내음이 나는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