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2003/12/24 2004-01-0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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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창아, 은송아...
어느새 너희의 여섯 살, 세 살의 해가 지나가고 있구나
새해마다 수첩에 적게 되는 몇 안되는 계획들에 부끄럽지만
고개 돌려 문뜩 보게되는 은창이, 은송이의 부쩍 자란 모습을 보노라면
결국은 감사한 마음이란다..

어느 때였던가..
품안의 자식이라는 말에 괜히 서러운 기분이 되어 너희들이 자라지 않고
마냥 엄마 품에 있었으면 했던 부질없는 바램을 갖기도 했단다
그게 진정한 사랑이 아니고 지나친 애착이라고 엄마도 생각하지만
머리의 생각보다 가슴의 눈물이 많은 엄마가 넘어야 할 고비가 너무 많아
한숨이 절로 나는 철없는 모습이구나

사랑하는 아들 은창아...
은창이에게 올 한해는 어떤 해였을까...

은창이는 올해 백산유치원에 들어갔지
작년 늦가을 처음으로 가본 유치원의 운동장 한가운데 자리잡은
커다란 나무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기억난다
처음 네 발에 맞는 하얀 실내화에 <이은창>이라는 이름을 매직으로 써넣을 때
엄마는 왠지 가슴이 울렁였다
학교도 아니고 겨우? 유치원에 너를 보내면서 아무리 손사래를 치며 시간을 막아도
이제는 훨훨 날아갈 시간을 알았던 걸까...

처음 등원을 할때 쑥쓰럼쟁이 우리 은창이가
어쩌면 엄마 등뒤에서 앞으로 나오지 않을 거라 함부로 생각했지만
선생님이 팔 벌려 웃어주시니 은창이는 멈칫거리면서도 엄마를 떠나 선생님께로 가더구나
그래...그게 맞다고 생각들면서도 그게 조금 아쉽기도 했단다....

아빠와 엄마는 사실 우리 은창이 걱정을 조금 했단다
아빠는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라
은창이에게 과하게 잔소리를 하는 경향이 있고
엄마는 쓸데없이 엄한 구석이 있는지라
티없이 맑게 키우는 요즘의 육아관에 비추어 볼 때 많이 부끄러운 모습이 있잖니...

때때로 아빠, 엄마는 은창이가 너무 주눅들어 있는 게 아닐까,
너무 소심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반성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너의 여섯 살을 함께 했단다
그러나 다행히 아빠, 엄마의 결론은...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다만 좀더 밝고 건강하게 크도록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이란다^^
하여 은창이로 인해 많은 것을 느끼고 알고 배웠던 귀한 한해였음을 생각할 때
감사하고 기쁘지 않을 수 없구나
아직도 아빠, 엄마가 부모로서 노력할 많은 것들이 있음에 한숨짓기보다는
자세를 바로 하고 너와 함께 즐겁게 성장해가기를 기도한단다...

키도 많이 커서 작년까지 입던 바지를 다른 동생에게 물려주게 되어 엄마는 흐뭇했고
겁이 많다고 생각했던 은창이가 저 높이 그네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할 때는
오히려 엄마가 무섭기까지 했단다

어디 그뿐이니...
아는 글씨도 많아지고(얼마전부터는 책도 혼자서 읽기 시작했잖니^^)
셈도 곧잘 하고
그림솜씨도 늘어
구연동화시간에 그린 주렁주렁 새빨간 사과가 엄마는 너무 예쁘더라
은창이는 그림을 좋아하고 또 그림들이 늘 밝게 웃고 있어서
엄마까지도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곤 하지

아 물론 유치원에서 너무 신나게 놀다가 미끄럼틀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난데없는 교통사고도 있었지만 그래도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이니..
오히려 고집쟁이 은송이가 네 얼굴에 남긴 상처로 인해
아직도 약을 바르고 있지만 은창아...동생이잖니...우리 용서해주자 응?
기관지가 약한 은창이는 감기가 오면 늘상 기침을 해대는 바람에
참 힘들고 어려운 밤을 보내기도 했지
지금도 찬바람이 불면 내내 마스크 타령을 해대는 엄마를 이해해주기 바란다
네가 기침하는 소리를 들으면 엄마는 정말 속이 많이 아프단다.....
그러니 제발...마스크를 손가락에 걸고 빙빙 돌리는 용도로 사용치 않기를 바란단다..

올봄부터 우리는 함께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지
처음 너희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갔을 때가 생각한다
민들레가 한창이고 빠알가니 철쭉이 화려했던 그 날...
우리는 책을 빌리기보다는 사진을 찍으면서 얼마나 신나했는지....
처음에는 조금 무서워보이던 사서아줌마도 시간이 지나자
웃으면서 손도 흔들어주게 되었을 때
우리의 도서관 나들이는 정말 절정에 올라 있었지
빼곡한 책들 사이에 조그만 너희 둘이 철퍼덕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 모습은 정말 보기가 좋았어
요즘은 날씨가 춥다는 핑계로 가지 못했는데 은창아...날이 좋은 날 우리 다시 가자...

은창이가 처음 책을 네 목소리로 읽던 날을 엄마는 잊지 못할 것 같다
엄마라는 사람이 참으로 재미가 없어 네가 원하는 놀이도 대부분 아빠의 몫이었고
그저 한가지, 책 읽어주는 일도 사실은 양껏 해주지 못한 날이 무수한데
그런면서도 이 녀석이 언제나 책을 읽을까 노파심을 냈던 속내를 너는 알까...

어느 한가한 저녁나절..라디오 소리에 묻어 내게 들리던 너의 책읽는 소리에
엄마는 마술에 이끌리는 것마냥 물이 뚝뚝 떨어지는 고무장갑채로 너에게로 갔단다
거실에 배를 깔고 네가 그리도 좋아하는 <다니엘> 이야기를 읽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단다...
그런데도 엄마는 또 그런 속내를 숨기고 한참이나 지나서 그저 잘했다는 말한마디에
머리를 쓰다듬는 일로 마무리를 했으니 엄마라는 사람이 참 재미없지?
사실 그건 괜히 못난 노파심이 들었던 엄마의 마음이 부끄러웠기 때문일거야...

그래도 은창아...엄마가 제일 감사하고 기쁜 일은
우리 은창이가 하나님의 청년으로 잘 자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순간순간들이었단다

은송이가 징징거리며 엄마 말을 안듣고 엄마를 힘들게 했던 어떤 날...
"은송아..너 엄마 말 잘 안들으면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다"
이라고 말해서 엄마를 흐뭇하게 했던 은창이,

요즘 한창 반항을 하느랴 맨날 "싫어, 싫어"만 연발하는 은송이를 골리느랴 엄마가
"싫으면 시집가라 메롱~~"했을 때
"그래 은송이는 시집가라 오빠는 천국 가야지"
해서 엄마를 머쓱하게 했던 은창이.....
(그 때도 은송이는 아이야 아이야 놀이터에 갈거야..해서 우리는 또 웃고^^)

주기도문을 벽에 써붙이고 외우게 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외우서 기뻐했는데
가르쳐주지 않은 사도신경까지 외워서 엄마를 놀래킨 일
(아 물론 이 부분은 주일학교 선생님께 감사할 일이지^^)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당연히>라는 말까지 써가면
성경을 들어보이는 네 모습을 통해 엄마는 부끄러움과 감사함을 동시에 안는다.....
엄마는 진심으로 네가 믿음이 견고한 청년으로 커가길 바란단다...

사랑하는 은창아...
감기가 오기도 하고 체하기도 하고 너무 놀아서 다리가 쑤시기도 하지만
그건 다 크는 과정이리라

살아가는 일에 어찌 어려움이 없을까...
그러기에 네 앞날이 평탄하기를 기도하기보다는
힘쎈 바람과 세찬 빗줄기와 강한 눈보라를 잘 견디어낼
너의 마음의 뿌리가 견고하기를 오직 기도하고 싶구나

좀더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좀더 비밀한 것들에 주목하고
정말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에 귀기울이는 은창이를 기도한단다

오늘 저녁에 너는 양치질을 하고 엄마는 걸레를 빠는데 엄마가 문뜩 물었잖니...
"은창아...행복하니?"
"그럼요..행복하지요..."
"왜?"
"엄마, 아빠가 있잖아요..그리고 은송이도 있구요..."
그 말 듣고 엄마도 행복했다
우리의 행복조건이 늘 그렇게 소박하고 진실했으면 한다...
사랑한다 내 아들 은창아.....

꼬랑지~~
참 네가 열흘이 넘게 이불에 오줌을 안싸서 요즘 빨래거리가 준 것이
고민 아닌 고민이구나^^;;



아...우리 사랑하는 딸 은송아...
너를 생각하면 엄마는 온갖 생각에 머리가 어지럽구나^^

탱글탱글한 은송이는 의젓한 오빠와는 사뭇 다르지만
정말이지 사랑스럽기 그지없단다
비록 요즘 너무 떼를 쓰고 아직도 손가락을 빨아서 엄마가 좀 신경이 쓰이지만
너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밉기보다는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아마도 너는 마술을 부리는 지도 모른다..

아마 오빠가 <미워..>라는 말을 너처럼 많이 했더라면
엄마는 오빠를 앉히고 조분조분한 목소리로 그건 별로 좋지 않은 말이고
엄마는 기분이 상한다라고 타일렀겠지만...
네 조그마한 입에서 나오는 그 <미워>는
아무 이유없이, 아무 거리낌없이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니
오빠가 이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언젠가부터 방귀를 뀔 때 양손을 머리위로 올려 반짝거리고
눈은 한껏 위로 치켜 뜨며 향기로운 그 <뽕>소리를 연출할 때조차
너무 귀여워서 엄마는 쓰러질 것만 같구나

잠자리에 들기전 손가락을 빠는 너는 꼭 휴지 한조각을 떼어
그걸 돌돌 말아서는 콧속에 집어넣고 엄지손가락은 빠는...
참으로 기괴한 행동을 해서 다른 사람들이 신기해하지..
어제는 무엇에 신이 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휴지 한조각 딱 떼어서는
엉덩이까지 실룩거리며 안방에 입실을 하다가...
엄마의 시선에 잡히자 두손을 뒤로 감추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흥얼흥얼하면서 이부자리로 골인하는 모습이 정말 웃겼다...

주위 사람들이 일취월장이라 표현하는 너의 어줍잖은 언어구사에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젖지만 객관적 사실이 어떠하든지 네 조그만 입술로 나오는 말들은
그야말로 파릇파릇 새싹이고 나풀나풀 나비의 몸짓이란다...

"엄마...한번만 딱 한번만 먹을게요..주떼(세)요..네?"
(맨날 이렇게 애절히 말하지만 <짜요짜요>를 한꺼번에 12개를 다 먹는 너를 어찌할까나..
"엄마...미워..오빠,아빠, 안미워...엄마...바보야...정말 바보야..."
"엄마랑 은송이랑(짝이고), 아빠랑 오빠랑(짝이고)..."
"엄마..따랑해(사랑해)"
"오~~NO~~"
(뽀뽀해주고 나서)갈콤해?(달콤해?)하는 네게 어찌 달콤하지 않다고 하겠니....

오빠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하고 미안한 마음에
지그시 끌어안고 결국 하는 말이.. <미안해, 사랑해>지만
너를 생각하면 그저 즐겁고 신이 나서 와락 껴안게 되고
그래서 하는 말도 <사랑해 사랑해 많이많이 사랑해...>가 된다

똥, 오줌을 가리지 못하던 어린 것이 그래도 계절계절을 지나 좀 컸다고
요즘은 부끄럼도 타고 쑥쓰러워 하는 걸 보면 정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오늘도 동화구연시간에 앞에 나가고도 싶고 또 나가기가 어쩐지 쑥쓰러워서
결국은 엄마까지 대동해서 앞에 나갔지만
내내 소맷부리만 물고 빨고는 몰라~~하면서 엄마 품에 안긴 은송이....
아직은 어린 우리 은송이가 너무 사랑스럽다....

엄마와 은송이 나이차이가 비록 서른살이 나지만
엄마는 우습게도 그토록 어린 네게서 여자로서의 동지의식이 드니
어른들 들으시면 껄걸 웃으시겠다 그치?
은송이가 지금처럼 작아서 전적인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대로 좋고
또 자라서 함께 할 시간들을 기다림도 너무나 좋구나
다만 네가 엄마보다 친구를 혹은 애인을 더 가까이 하게 될 때의 상황을
지혜롭게 받아들여야 하는 일을 생각하면 조금 우울해진다
그래서 아빠는 늘상 자기한테 좀더 신경써라 말씀을 하지
늙어서 똥수발 들 일이 있으면 그건 바로 자기 몫이라고 말이지^^
꼭 그래서가 아니라 실제로 아빠에게 더 잘 해야함을 알지만
아 그래도 너희에게 끌리는 것을 엄마는 아직은 어쩌지 못하겠구나^^;;

우리 귀엽고 사랑스런 딸 은송아...
아빠가 일전에 오빠에게 이런 약속을 받아냈단다
아빠, 엄마가 없어도 교회에 잘 다니고 반드시, 꼭 은송이를 잘 챙기라고...
너를 생각하면 물가에 내놓은 아기가 아니라 망아지같다는 느낌이구나 ㅠㅠ
오빠 것 함부로 뺏지 말고 오빠 말에 귀기울일 줄 알았으면 좋겠구나..

<은송이 누구딸?>하고 물으면 살포시 웃으며 <엄마 따알~~>이라고 말해서
엄마를 숨막히게 하는 우리 은송이...
그저 바지 하나 올리고 내리는 일에도 엄마가 아니면 안된다고 울어제껴서
엄마를 힘들게도 하지만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가서 너의 필요에 민감할 수 있을 때가
또 행복한 나날이겠지 생각한다...

엄마는 네가 있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우리 은송이 영과 육이 모두 건강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자라길 기도한단다
우리 예쁜 공주님...이은송의 삶에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늘 함께 해서
네 이름처럼 하나님의 은혜를 찬송하는 사람으로 자라길 오늘도 기도한다
사랑한다 내 딸 은송아...........

참참참...
크리스마스 트리에 양말은 하나면 된다고 동화구연선생님이 그러셨잖아
욕심부리지 말고 한개만 걸어놓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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