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에 주문해 놓은 배추님이 오늘 오실 겁니다.
소금물에 푹 사우나 하시고 택배상자 타고 당도하신답니다.
두 식구 사는데 웬 김장인지, 일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시작은 올해 친정엄마가 유난히 많이 주신 고추가루.
산골에서 고추를 아예 대서 농사지어주는 분이 계셔서 참 좋은 거예요.
그리고 작년 이외수샘이 날린 당신네 동네 배추 판매 트위터.
고랭지 배추가 좋지, 하면서 번호 저장했다 올해 절인 배추 보내달라 했어요.
먹거리가 엉망이라는 뉴스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희 부부가 건강을 염려하는 나이가 됐어요.
유기농, 친환경, 무농약, 무방무제, 무조미료 등등에 귀가 솔깃합니다.
화학약품 투성이에, 비위생 고발하는 프로도 많고 현대인의 이름모를 병명이 난무하네요.
커피 6잔에 라면, 자장면으로 하루를 떼워도 거뜬하던 젊음은 앨범에나 남아있고
이제는 고급 영양식, 깔끔한 식단, 좋다는 채소 생선만 새 모이 만큼 뜯어먹습니다.
외국생활을 한국인이 별로 없는 동네에서 했더랬어요.
40분 운전해 김치 사러 가면 맛도 없고 맵기만 해서 김치를 담아야만 했습니다.
배추 절일 큰 그릇도 없어서 싱크대 개수대를 깨끗이 씻어 절이거나,
동네 교포 댁에 있는 큰 그릇, 일명 고무다라이를 빌어다 썼어요.
그러다 커다란 비닐 봉지에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그게 쓰레기 봉투였음다. ㅋㅋ
새 쓰레기 봉투에 배추를 소금물에 담갔다 잎마다 켜켜 소금을 뿌려
차곡차곡 담아 꼭 묶어놓고 자고 일어나면 아침에 잘 절어있더라고요.
아, 혹시 샐까봐 봉투는 싱크대에 놓은 상태로 합니다.
수년 간의 난민 생활 끝에 얻은 지혜지요.
올해 엄마가 김장김치를 돌르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벌써 선언만 몇 년째 하시고 임박하면 배추 불러다 담기를 삼 년째.
올해는 정말 담지 안겠다고, 하더라도 몇 포기 당신들 드실 것만 한다세요.
그 말은 저나 며느리나 김치를 못 퍼간다는 뜻이지요.
아침에 일어나 김치통도 씻고, 칼도 갈았습니다.
마늘은 (고추가루 옆에 끼워 보내셨기 때문에) 어젯밤에 까놓았네요.
찹쌀풀도 쑤어야 하고, 생강도 까야하고, 어휴... 할 일이 까마득합니다.
생새우에, 매실액에 뭐 좋다는 거 다 넣어서 해볼랍니다.
올 겨울에는 김치찌개 실컷 먹겠다고 우리집 3식이가 부풀었네요.
이게 웬 코메디입니까?
하루 한끼 먹는 집에서, 두 식구 중 한 명만 김치 먹는 집에서.
저는 김치를 거의 안 먹는 아주 드문 50대 한국 여성입니다.

쑥쑥몰

> 




 



원영사랑
배추를 기다리며
SP Week 30 이미지입니다
최신
이전


흐.... 박사님께서 김치를 거의 안드시지만 담궈야 하는 이 무신 이런 일이...에
공감 무한대입니다.
엄마가 아내가 하는 음식을 저 먹으려고 하는 경우보다
울 아이가, 울 신랑이 좋아하는데... 하면서 하고 살다보니
이제 다른 사람이 해주면 라면도 맛있어지는 아줌마가 되었네요.
고맙게도 저희 친정엄마가 제 나이 40될 때까지는 김장김치 해주신다고 해서
아직은 손 놓고 있답니다.
그래도 올해는 올케와 엄마와 12월 초에 모여서 김장을 해보려구요.
조금씩 건너 배우다 보면 40세에 기념비적으로다가 담그겠지요.
박사님의 몸에 좋은 속재료 듬뿍 든 김치, 저도 맛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