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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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동안 저희 한글학교에 커다란 치명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엄마 교사 세 명 중 거의 가장 큰 비중을 가지고,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적으로 가르치고 활동을 하셨던 한 분이 아주 멀리 이사를 가게 되는 바람에 그분의 두 따님과 함께 한글학교를 떠나야만 하게 된 것입니다.
교사 셋과 학생 열 한 명의 잘 적응된 훌륭한 그룹이었고, 이제 새학기가 시작하는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심화학습에 들어가려고 했었는데, 이제 두명의 소극적인 교사와 아홉 명의 학생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저희 한글학교의 성격은, '엄마가 가르치는 한글학교', 말 그대로 엄마들이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야하는데, 저희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하시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너무 바쁘셔서 교사로 활동을 할 수 없는 분들이어서, 자신의 아이를 받아 달라는 어머니들의 요청을 거절해야만 할 때는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가르칠 수 있는 어머니가 생기면 두 세명의 어린이는 더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곳 밴쿠버에는 진심으로 한국어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교육자 및 교육기관과 긴밀하고 진지하게 접촉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노력의 결실이 드디어 보여지고 있습니다. 밴쿠버의 한 교육청에서는 한국어를 90시간 이상 배울 경우 고등학교에서 정식 학점으로 인정을 해 준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기회가 주어졌을 때 신청하는 학생이 많아야 그 규모와 질이 향상하게 되는데 말입니다. 이 뉴스를 신문을 통해 읽고, 내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려고 발버둥을 치는 내가 결코 외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다섯 명입니다. 그중 두 명이 5학년이고, 나머지가 3학년 2학년 1학년 학생입니다. 이들의 한국어 수준도 다양하구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차별화된 학습을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시작 시간에 아이들에게 각 수준에 맞는 쓰기 연습을 시킵니다. 가나다라를 쓰는 것부터 문장 쓰기, 문장의 시제를 맞게 바꿔서 쓰기까지 그 수준에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나서, 아이들이 모두 같이 들을 수 있는 동화를 읽어주고, 그 동화를 이해 했는지 질문을 해서 확인을 합니다. 이 시간이 다섯 아이들 모두의 눈이 반짝반짝하고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아이들과 제가 모두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다 같이 할 수 있는, 존대말 바꿔 쓰기, 동물이나 물건의 단위 알아 맞히기 등등의 문제를 풉니다. 이 시간이 끝나면, 각각의 수준에 맞춰 숙제를 내 주고 나서, 노래나 게임을 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 중에 '코코코코..'게임이 있습니다. 이걸 하면서 몸의 부분 명칭들을 매 주 새로 배웁니다. 최근에는 인중, 발꿈치, 복숭아 뼈도 배웠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이제 이 게임도 완료가 되고 시들해 지면 새로운 것을 가르쳐야 하는데, 워낙 아는 게 없고 교사 교육이라는 것이 없으니, 저희 교사들한테는 커다란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아홉 명의 아이들이 모두 모이면, 한 주에 한 글자씩 한자도 배웁니다. 메 산, 문 문, 임금 왕, 위 상, 아래 하까지 배웠고, 지난 주에는 '도전한자!!'로 대한민국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이번 달 말까지 다 외워서 쓸 줄 아는 사람한테는 상을 주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렵다고 싫어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말로는 "한글도 어려운데 우리가 왜 챠이니즈까지 해야하는 거죠?"라고 질문을 하면서도, 아이들이 즐겁게 열의를 보입니다. 숫자와 요일도 알려 줄 계획이구요.
엄마로서,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고, 발전을 보일 때입니다. 아이들의 열의와 진지함이 커다란 자극이 되어, 엄마교사로서 꾸준히 노력을 하고 공을 들여야겠다는 결심도 들구요. 쑥쑥의 엄마들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식으로 영어를 가르치듯이 저희 엄마짱 한글짱 학교에서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하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