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와 머리핀...2003/12/26 2004-01-0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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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어제가 성탄절이었는데
지나고 나니 아주 오래전 일처럼
기분이 휑뎅그레합니다^^;;

저희 큰아이는 산타할아버지가 있는 줄 아는 보통의 6살 남자아이입니다
2년동안은 어린이집으로 미리 배달된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받았고
올해는 유치원에서 저금통을 산타할아버지가 주셨다고 좋아했습니다

근데 갑자기 이녀석이 집에도 산타할아버지가 온다고 말하는 겁니다
이제까지 어린이집에서 받은 것으로 만족했던 녀석인데
유치원측에서 마련한 선물이 기대이하였는지^^;;
혹은 어디서 유치원과 집 두군데에 모두 산타할아버지가 출현하다고 들었는지
여하튼 집에도 오신다고 잔뜩 기대를 하면서
은근히 로봇을 생각하는 아이를 보자니 참 난감하더군요
갑자기 사려고 나가려니 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아이들을 두고 나가기도, 데리고 나가기도 엄두가 나지 않는
안개낀 성탄전야였잖아요..
더구나 저희는 교회를 가야했기 때문에 더욱더 시간도 없었구요

이제까지 성탄절 선물때문에 한번도 고민한적이 없던 터라
어찌해야 할지 정말 몰랐습니다
아이들은 어렸고 또 종교적인 면에서는 조금은 보수적인 부부였던지라
어린이집에서 미리 준비해달라는 주문에도
겨우 조악한 야구글러브와 미니게임기가 전부였거든요....

아이들의 양말이 널린 트리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습니다^^;;
(남편 전화는 불통이고 또 통화가 된들 별로 상쾌한 답변이 나올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교회행사에 참석을 했는데 남편이 한껏 마음이 부풀어서
아이들 선물이라고 내미는 것은
아들을 위한 투명주사위(그나마 투명이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았지만..)와
딸을 위한 머리핀이었습니다
정말 아이들 양말에 딱 들어갈 사이즈였습니다 ㅠㅠ

그날 밤 최대한 할아버지 필체로 글씨를 위조해가며
끙끙거리며 카드를 쓰고 선물을 양말에 담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는 로봇이 아니고 주사위여서
다소 실망을 했지만
평소 아빠와 주사위 놀이를 많이 하는지라
벼룩시장에서 세개에 백원 주고 산 주사위보다
훨씬 멋지고 좋다고 좋아라 했습니다
다행이다 싶었죠^^

근데 오늘 모임이 있어 갔다가
다른 동생이 가져온 로봇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이
부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ㅠㅠ
그 동생에게 이것저것 나름대로 조언?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열의가 넘치고 진지한지....

이번 크리스마스선물이 볼품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아빠는 그것을 고르면서 아이와 즐거울 시간을 생각하며
행복했을 것이고 아이도 좋아했으니까요...
그동안 우리 부부의 이런저런 생각에서 나온 것들을 잘 수용해준 아이지만
그 또래의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에 대한 욕구를
이제는 저희 부부가 지혜롭게 수용해주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까 저희 부부가 굉장히 엄격한 부모인듯 비쳐지지만
소박하기는 하나^^ 여느 부모들처럼 아이 생일이나 어린이날...처럼 특별한 날이면
외식도 하고 근사한? 선물도 할줄은 압니다
다만 경우에 따라 보수적인 시각을 지녔는데 성탄절이 저희 부부에게
그런 날이었죠...

"아마 아직은 로봇이 은창이에게 별로 적당하지 않다고 산타할아버지가 생각하셨나봐..
내년쯤에는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아마 가능할 것 같은데..."
그 말에 아이는 앗싸~~환호를 지르며 주먹을 허공을 향해 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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