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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대답이 곧 경쟁력

글쓴이 수경샘

등록일 2014-09-03 08:40

조회수 2,961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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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영~ 버릇이 없어. 어른이 말하는데 꼬박꼬박 말대꾸하니...‘

 

흔히 들을 수 있는 어른들의 불평입니다. 사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어른이 뭐라 말씀하시면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무조건 묵묵히 들어야만 했습니다. 어른을 대하는 예의바른 태도라 교육을 받았지요. 자신의 생각을 감히 입밖으로 꺼내거나 어른 말씀에 토를 달으려고 발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야 반듯하고 공손한,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은 아이로 평가되었으니까요.

 

세월이 흘렀습니다. 많은 것이 변했지요. 어른이 존중받던 세상에서 이제는 아이 중심의 세상이 되었습니다. 남아선호 사상도 점차 자취를 감춰가고 딸 아들 구분없이 교육의 기회도 사회진출의 기회도 평등하게 부여됩니다. 현모양처가 장래희망이라던 여학생들의 보편적인 꿈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뿐인가요 웃자고 하는 얘기들을 들어보면 남편들이 불쌍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아내가 곰탕을 끓이면 긴장해야 한다느니 이사가는 날엔 강아지를 끼고 트럭 조수석에 먼저 앉아 있어야 한다는 등... 여성들의 권위가 날로 치솟고 있는 느낌마저 듭니다^^

 

석사과정 마지막 학기에 우연히 대사관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시절 통역을 하면서 외국인들과 접할 기회가 자주 있긴 했지만 온종일 서양인과 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건 처음이라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일은 경험이 없어 그렇다 치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 중 제일 어렵게 느꼈던 것은 바로 말대답의 순발력입니다. 자라오면서 윗사람들과 사소한 농담을 한다거나 어른들의 말을 받아치면서 내 생각을 개진해 본 적이 없으니 나름 반듯하고 공손한 범생이 인생입니다.

 

대사를 비롯한 외교관들은 직급으로나 연배로나 나의 의식으론 당연히 윗사람들이었고 그러니 언제나 그랬듯이 질문에 대한 답변만을 하거나 그들이 하는 말을 그저 받아들일 뿐이었지요. 그들을 대할 때면 대응하는 사고체계가 나도 모르게 어느새 일방통행 회로로 자동 세팅되었던 것 같습니다. 잦은 회의와 파티, 리셉션이나 행사에서 그들과 소소한 대화나 농담을 할 때에도 순발력 있게 자유로이 대꾸하지 못했으니 공손한 마음으로 ‘그저 웃지요‘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님을 절감해야 했습니다. 외국어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사고의 경직이 더 큰 문제였죠. 또래나 연배가 아래인 사람들을 대할 때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마치 주술에 걸린 듯 자동으로 셔터가 다운되는 질환이라고나 할까요. 정말 오랜 병입니다ㅜㅜ

 

그들과 지내면서 더욱 놀라웠던 것은 대화중에 어떤 주제가 나오게 되던 그들은 이미 준비된 토론자였다는 사실입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들의 토론 문화는 거의 유전인자를 타고난 수준입니다. 상대의 나이나 지위고하, 전공이나 주제에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피력하는 데에는 어느 전문가 못지않습니다. 감정이나 기싸움이 아닌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상대가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적대시 하지도 않습니다. 우리의 대화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문제점이 있음을 뼈저리게 느낀 시절입니다.

말대답이 곧 버릇없음은 결코 아니며 말대답도 교육이라는 결론을 내렸지요.

 

가끔 TV에서 진행하는 토론 프로그램을 봅니다. 전문가라고 초빙된 패널들이 주제에 따른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주장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말꼬리를 잡거나 스스로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주제와 엇나가거나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상대방의 말이나 의견을 경청하면서 내 생각을 잘 정리해서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기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의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지요. 이런 경험과 훈련은 어려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 ‘시끄러! 입다물어!’는 곧 아이의 자유로운 사고의 싹을 자르는 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단 아이의 생각을 들어보고 대처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말도 자꾸 해야 늘고 생각도 늘어갑니다.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 되는 말을 상황에 맞게 선별하는 능력도 반복된 학습효과라 할 수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독서를 강조하는 것은 아이의 지식을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사고능력을 확장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말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사고를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하지요.

유태인들은 머릿속에 든 지식을 입으로 꺼낼 수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지식이 아니라고 합니다. 토론을 통한 학습을 권장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아이의 사고가 어떻게 얼마만큼 적절하게 발전되고 표현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부모의 역할입니다.

 

아이가 하는 말에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말대답이라는 단어 자체가 갖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이들의 자유로운 사고 표현을 막는 장애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원본 게시물: http://www.suksuk.co.kr/momboard/read.php?table=BGX_025&number=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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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이혀니맘 2014-09-04 08:12 

맞아요. 논리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인격과 감정을 배려하는 말대답..특히 유머까지 갖춘 말대답을 하려면 엄청난 교육이 필요한건데 말이죠..
수경샘 2014-09-04 10:24:49
유머까지 갖춘 말대답이라면 최고죠
재치있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어찌 저렇게 잘 할까 정말 부러워요 그 순발력과 기발함에 감탄합니다
특강이라도 받고 싶을 정도에요~
관심과여유 2014-09-04 05:41 

저도 가끔은 뭔가를 익히고 싶을 때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정리를 해 보는데...

확실히 머리에 남는 것이 많은 것 같아요.

입으로 말하면서 머리속에는 나름의 구도가 잡히는 느낌!! ^^

 

말이 많은 저희 아이..

사실 가끔은 시끄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자신의 생각을 잘 말 할 수 있도록 잘 지켜봐야겠네요. ^^

수경샘 2014-09-04 10:17:14
저희집 막내가 어려서 정말 말도 많고 특히 질문이 많아서 아주 힘들었어요 함께 있을라치면 아이 눈치를 살필 정도였죠 어떤 질문으로 엄마를 당혹스럽게 하려나 얼마나 꼬리를 물게 될까
가끔은 피곤하고 귀찮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그래서 남편과 분업을 했어요 질문의 성격에 따라 아빠꺼 엄마꺼 이렇게요ㅎㅎ
오로라공쥬 2014-09-03 13:24 

그죠, 그죠.....정말 옳은 말씀이예요.^^

경청도 좋지만 해야할 말도 못 한다면 문제가 있죠.

저도 요즘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것중에 하나가

머릿 속에 든 지식을 입으로 꺼낼 수 없을때

내가 진짜 알고 있는게 아니었구나 생각한답니다.

그건 정말 간단한 단어 하나일때도 있더라구요.

좋은 말씀 잘 새겨듣고 실천해 봐야겠어요.^^

근데 여권이 많이 신장되었다지만 부엌떼기 제 자신을 보면서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ㅜ.,ㅜ

아직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구나하구요.....

수경샘 2014-09-04 01:12:19
오로라공쥬님, 무슨 말씀을요? 그간의 글들을 읽으며 참 대단한 열정을 가진 맘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덕분에 해피바이러스도 받았는걸요^^ 녹록치 않은 세상이긴 하지만 내가 설 자리는 반드시 있지 않을까요? 그 자리가 부엌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어요. 아이를 온전하게 잘 키우는 맘, 정말 대단합니다. 응원할게요. 화이팅입니다!!
릴리여우맘 2014-09-03 11:25 

앗!!! 앗!!!  컬럼보고 반성중???!!!!

안그래도 요즘 자기 생각과 의견이 참 많아진 딸래미...

맞다고 이렇게 했다고 해도... 아니라고 우기는 딸래미한테... 넌 엄마말은 무조건 틀리냐며.....

버럭하곤 했다죠~~~ 아이가 말할려는 의도도 함 찾아보면서 들어야겠어요~~~

그리고 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도록 하는것도 엄마의 몫이겠죠???

수경샘 2014-09-04 00:44:44
때로는 아이가 어떻게 말대답을 할 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뭐라고 대꾸하려나? 어떤 대응을 할까? 하고요. 아이의 논리적 사고를 검증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한 번 즐겨보세요. 아이가 이렇게 대꾸하면 난 요렇게 대응해야지 하고 기다리게 된답니다ㅎㅎ 가끔은 엇나갈 때도 있지만...
홍박샘 2014-09-03 09:15 

아들녀석이 가끔 당차게 자기 생각을 말하거나,

내 말을 중간에 자르고 알아서 하겠다고 할 때 당혹스럷습니다.

내 말이라는 게 따지고 보면 긴 잔소리이기도 했지만,

부당하게 평가받는다고 느낄 때 주저없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외국물을 먹어서 그런가 했더니 그게 아니라고 합니다.

본인이 한국학생들과 인턴십을 같이 했는데 그 학생들이 명사의 강연을 들을 때도,

논제를 가지고 토론할 때도 주저없이 손을 들고 의견을 말한다고요.

세상이 변한게 분명합니다. 저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고, 수경샘 말씀에 적극 동의합니다.

 

-할 말을 당차게 하는 여자 올림

(그래도 하고픈 말 10분의 1만 하는 게 이래요. ㅋㅋ)

수경샘 2014-09-04 00:39:21
독일이나 네덜란드, 벨기에의 대학들에서도 학생들이 수업 중에 수시로 손을 들어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질문을 하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 특강을 왔을 때 왜 학생들이 질문 하나 없이 끝까지 듣고 있는지 의아해 하며 자신의 특강 내용이 흥미가 없었는지 반문을 하더군요. 마지막에 질의응답 시간이 있다고 하니 그제서야 이해했다는 듯 미소지었습니다.문화의 차이가 크죠?
할 말을 당차게 하는 홍박샘, 그 순발력이 몹시도 부럽습니다^^ 그런데 10분의 1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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