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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와 야단

글쓴이 지나샘

등록일 2014-11-24 09:37

조회수 2,469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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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두 자매가 있었다. 큰 딸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엄마는 큰 아이한테는 늘 엄격했다. 성실한 성격에 명민한 아이였으므로 공부도 잘했다. 엄마에게는 큰딸이 백 점을 받고 일등을 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어서 칭찬에 인색했고 시험에서 하나만 틀려도 속상해하며 야단과 잔소리를 쏟아냈다. 다 아는 건데 부주의해서 틀렸지 않냐, 너는 덤벙거리는 게 탈이다 하며.

 

둘째 딸은 언니에 비하면 요령이 있었다. 살살 애교를 부리며 엄마 기분을 잘 맞추었고 그래서 야단맞을 일도 그냥 넘어가는 적이 많았다. 둘째여서 용서가 되었고 막내라서 무슨 짓을 해도 다 귀여웠다. 엄마 눈에는 큰 딸은 다섯 살에도 큰 애였고 일곱 살에도 ‘일곱 살이나 먹은’ 아이였지만 둘째는 일곱 살에도 아직 ‘일곱 살 밖에 안 된 어린애’였던 것이다. 둘째 딸은 공부가 그만그만했다. 그래서 더욱 엄마는 조금만 잘해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5 곱하기 7이 45라 쓴 답에도 어이구,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덜 틀렸네 하며 격려했다.

 

큰 딸은 이런 엄마의 꾸중이 무서워 시험 결과를 숨기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점점 공부와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잃었다. 반면 둘째는 매사에 당당했고-요즘 말로 근자감이 넘쳤다고 해야 하나- 그런 성격 덕에 교우관계나 학업에서도 차츰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나고 두 자매의 대학 진학 결과는 엄마가 예전에 예상하고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내가 아는 집의 실제 이야기이고 사실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엄마의 기대가 지나친 간섭으로 또 결과에 대한 조급증이 되어 큰 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두 자매와 엄마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금방 알아내지만 우리 자신이 자식에게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고치기는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충분히 능력이 있어 보이는데 아이가 왜 그것 밖에 못할까 하는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 때문이다 초등학교 다니던 아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다 보면 그것도 모르냐며 차마 여기 옮기지는 못하지만 ‘돌대가리’보다 더한 표현을 써가며 고래고래 야단을 치게 된다는 내 친구가 있었다. 엄마는 답답해서 그냥 한 소리였겠지만 그 아들이 엄마의 그 성난 표정과 말에 받은 상처를 기억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나이가 되어도 어떤 것은 남아 아직도 가끔씩 아프고 씁쓸하게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내가 결혼할 때 남편에게 “자네는 안됐네, 내 딸이 해주는 음식을 평생 먹어야하니”라고 하신 아버지의 농담은 가뜩이나 음식 만드는 데 자신이 없었던 나를 지금까지도 괴롭힌다. 시부모님 초대는 쉬워도 친정 부모님 오시라하기는 아직도 어렵고 그러다 보니 평소 안하던 실수도 하게 되어 돈가스를 만들면 튀김옷이 벗겨지고 탕수육은 쏘스 농도가 맞지 않으며 늘 잘하던 케익 역시 제대로 부풀지를 않는다. 솜씨가 모자라니 열심히 하라는 뜻이었을 아버지 말씀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되어 역효과를 내는 것이다.

 

아이를 야단을 치는 것은 더 잘하라는 격려일 것이다. 그러나 그 효과 면에서는 그리 바람직한 방법은 아닌 듯하다. 두 자매네 큰딸에게 있어 엄마의 그런 태도가 어디 학교성적과 대학진학에만 영향을 미쳤겠는가. 아이 교육에 부모의 감정이 실리지 않을 수는 없지만 부모가 부모로서 노력해야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객관적이 되어 봐주기, 나의 감정을 실어서 꾸중하지 않기, 자극을 준다는 미명 아래 지나친 표현은 자제하기, 아이가 민감해 하는 부분은 건드리지 않기, 지나간 일까지 자꾸 들추며 잔소리하지 않기, 등.

세상에 거저 되는 것은 없다. 더구나 아이를 키우는 일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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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여우맘 2014-11-25 09:52 

정말~~ 맞네요.. 맞아... 맞아서..속상하고 슬프네요~~ㅜㅡ

 

지나world 2014-11-25 22:27:56
아직 시간이 많답니다.^^오늘보다 내일이 나으면 되는거잖아요. 제 또래 아줌마들이 만나면 애들 어릴때가 힘들었지만 좋았다고 하는 분들이 꽤 있어요. 빈둥지 증후군이라 들어보셨지요? 애들이 다 크니 가슴이 허전한 엄마들 ...
지금을 즐기세요!!!!!!^^
관심과여유 2014-11-25 06:05 

머리 속으론 칭찬을 많이 해 줘야한다!! 고 생각은 하지만..

항상 야단을 먼저 치게 되니.. ㅠ.ㅠ

지나샘님 글 보면서 다시 한 번 더 마음을 다져 보아야겠어요.

 

저도 칭찬에 인색한 저희 아버지 앞에선 왜이리 실수를 많이 하는지.. ㅎㅎ

정말 공감가는 부분입니다. ^^

지나world 2014-11-25 22:21:02
여기 계신 쑥쑥맘들은 모두 좋은엄마이기 위해 많이 생각하고 노력하는분들이라 느껴집니다. 생각한다는것 자체가 중요하거든요. 엄마들에게도 부족한점이 있는 것이 당연하고 실수하면서 배우고 또 한걸음 나아가는것 같아요. 관심과여우님도 이미 좋은 엄마이신걸요!♥♥
원영사랑 2014-11-24 13:03 

엄마, 아빠의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정말 큰 줄을 알면서도

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여서 상처주는 말을 하게 되는 저를 반성합니다. ㅜ.ㅜ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지나world 2014-11-24 18:25:14
절대로, 절대로 상처주는 말은 하지 마세요. 저 보셨지요? 아직도 음식솜씨에 자신없어 하는거. ㅎㅎㅎ
그 말은 상처주는 말이 아니었는데도 말이예요. 제 민감한 부분이어서 그럴겁니다.
호야수동 2014-11-24 12:59 

오늘 지나샘의 글은 생각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지나world 2014-11-24 18:25:56
저도 아직 노력하는 부분입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그래얄듯.^^
dkcarrot 2014-11-24 11:39 

저또한 아이의 자존감을 꺽어 놓고 있었지 않나 반성하게됩니다.

앞으로는 좀더 칭찬과 격려를 해야하겠어요~^^;;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글 감사합니다~!

지나world 2014-11-24 18:29:12
칭찬하면 아이표정이 의기양양해지며 더 잘하려고 의욕적이되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애나 어른이나 똑같아서 저도 학생들이 강의 재밌다고 하면 신나서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되던데요?
SunnyKim 2014-11-24 11:21 

어머...어쩜 절 두고 얘기하는것 같습니다.

제가 요즘 7살 큰딸에게 7살이나 되어 이것 밖에 못하냐며

자극을 준다는 미명아래 지나친 말들을 하고 있네요...

에휴....참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보며 다시 한번 반성하고 돌아갑니다...

지나world 2014-11-24 18:30:42
7살이면 아직 애기잖아요. 너무 귀엽고 이쁘기만 한 나이더라구요, 지나보니. 전 애가 세살 때도 다 컸는 줄 알았어요. 다시 키우면 좀 더 너그럽게 키우고 싶어요. ㅎㅎ
아혜맘 2014-11-24 10:44 

월요일 아침..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리집 역시 다르지 않은 것 같네요..ㅠㅠ

지나 월드님 말씀 잘~새겨야 겠어요*^^*

지나world 2014-11-24 18:32:42
자식키우는거 힘들지만 자식만큼 좋은 건 아직 발견하지 못했어요. 남편이 읽으면 섭섭해 하려나?ㅎㅎ 할수 없어요, 사실이니까요. 우리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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