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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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25개월)가 요새 한참 말을 배우느라 제가 하는 말은 무조건 따라한답니다. 심지어는 제가 남편에게 화내는 무식한 말까지 따라해서 도리어 남편이 잔소리합니다. 아이 앞에서 말 좀 가려가며 하라고...(그러는 우리 남편 집에서 복장 무지 불량스럽습니다 - 속옥차림이죠)
모든 맘들이 그러하듯이 저도 아이에게 좋은 말만 해주고 싶습니다.
저는 아이가 말을 논리적으로 조리있게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언어를 아름답게 사용하고 표현력이 풍부한 사람이 되기를 더 바라죠. 마치 시인처럼요.
그러다 보니 책을 선별할 때에도 내용과 그림도 물론 중요시 하지만 글이 예쁘게 쓰여졌는지를 염두에 두게 되더군요.
물론 동시와 동요도 그러하구요.
우리 동요중 "구슬비" 예술입니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너무 아름다운 표현이죠?
서두가 새고있군요. 옆길로...
일단 이 글을 음미해 보시죠. 베틀북에서 출간된 안 에르보의 글입니다.
<달님은 밤에 무얼 할까요?>
달님은
낮에 잠을 잡니다
그렇다면...
달님은
밤에 무얼 할까요?
달님은
깨어나자마자
맨 먼저 별을 그려요.
은하수 가특 띄울 만큼
많이 많이...
그리고
넓은 들과 숲으로 가서
자욱이 깔린
안개를 걷지요.
도시와 마을로 가서는
시끄러운 소리를 깨끗이 몰아낸 다음,
덧문을 닫고 커튼을 칩니다.
그러고 나면 자장자장
우리가 잠들 시간이에요.
달님은 좋은 꿈을 씨 뿌리고,
나쁜꿈은 창고속에 가둔 다음,
고요한 밤에다 신비로운 새를 풀어 놓습니다.
이제 달님은
아침 햇님이 좋아하는
이슬을 뿌리고,
예쁜가 안 예쁜가,
호수의 물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춰 봅니다.
아침이 옵니다.
달님은 집으로 돌아가서...
쌔근쌔근 잡이 듭니다.
한편의 시같은 동화죠..
어린 유아들에게 읽어주기엔 안개, 이슬, 호수 같은 약간 어려운 단어가 나오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최고의 예술작품을 접하게 해주라는 말도 있듯이 계속 읽어주다보면 이 아름다운 서정성이 우리 아이의 가슴에 그대로 스며드리라 생각합니다.
그림이요?. 그림 또한 훌륭합니다. 책 크기가 아주 큽니다. 우리 집에 있는 책들중에 제일 크구요. 예림당의 나의 첫 영어사전보다 조금 더 큽니다. 그 큰 그림속에 아이가 풍덩 빠질 만큼이요.
원색을 사용하지 않아 화려하진 않아도 샤갈이 어렸을적에 그림을 그렸다면 이렇게 그렸을까요..
의인화된 달님이 밤의 상징인 검은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밤작업(?)을 하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달님의 얼굴이 처음엔 초생달이였다가 점점 둥근달로 변하는 것도 재밌구요.(저는 몰랐는데 우리 딸이 그러더군요 달 얼굴 커졌다구요).
책값이 비싼게 좀 흠이지만 아주 좋은 책이랍니다.
여기에 한가지 신뢰성을 덧붙이자면..
99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수장작이랍니다.
심사평이 "눈길을 사로잡는 커다란 책 크기와 아름다운 그림이 밤이라는 시간대가 지닌 신비한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라고 되어 있군요.
우리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책을 읽어 줍시다.
그런 아이들이 종알대는 고운 말소리가 들리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추억속의 원더우먼...^^
[일반] 말이 예쁜 동화책-1(이번엔 진짜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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