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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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 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엄마, 엄마, 엄마...엄마!
기쁨이가 오늘은 나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엄마엄마엄마엄마...라고 절 부르면서 장난을 칩니다. 그래서 대답을 했습니다. '엄마는 엄마라는 이름이 제일 듣기 좋다. 선생님, 여왕님이 되는 것보다도 엄마일 때가 제일 좋아.'
세상에 제가 태어나서 제일 잘 한 일-결혼, 그리고 엄마가 된 일 ;사실 엄마가 된 일은 제게 주어진 일을 받아들인 것이지, 제가 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겠네요. 어쨌든..
후배 엄마들 중에 현재 생후 5개월부터 4-5세짜리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나같이 털어놓는 말. "애들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그러면 제가 꼭 해 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때가 제일 좋을 때예요. 그렇구나~ 생각하면서 열심히 즐기세요."
저도 큰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둘째를 안거나 손잡고 아장아장 걸려서 올때면 지나가는 할머니들이 멀리서부터 함박 웃음을 웃으며 다가와서 한 마디씩 하며 지나갑니다. "그 때가 제일 행복할 때라"고..
아이들 씻겨서, 먹여서, 옷입혀서, 양말 신겨서, 신발 신겨서 한 놈은 안고, 한 놈은 손을 잡고 걸어서 유치원까지 가려면 30분을 잡아야 합니다. 혼자 가면 10분이면 가는 거리를 이 두 놈을 양 손에 잡고 안고 가면서는, 이미 집에서 나오기 전부터 지쳐 있는 상태에서 걸어가다가 아이 중 한 녀석이 다리 아프다고 징징거리기 시작하면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큰 아이를 유치원에 넣어놓고 한 쪽 팔이 좀 여유가 생겨 집으로 걸어오면서 집에 가면 설거지, 치워야 할 방, 빨래가 기다리고 있고..이런 저런 생각으로 가뜩이나 머리가 분주한데, 남의 속도 모르고 옆을 지나가면서 한 마디 던져주는 할머니의 한 마디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정말 그 말이 맞을까?'
그 이후로 몇 년이 지났나...큰 녀석이 8학년이 되었으니 최소한 8년은 지났습니다. 그리고 저와 남편은 깜짝 놀라는 거지요. "어? 우리 귀여운 아기들은 다 어디가고 어디서 이 징그러운 큰 아이들이 우리집에 있는거지?" 가끔씩 이렇게 놀랍니다.
신체적으로는 많이 수월해졌습니다. 자기들 몸을 땀냄새가 밸때까지 안 닦든지, 머리에서 뭐가 떨어질 때까지 안 씻어도 "씻어라" 는 말 한 마디만 하면 되고, "밥 먹은 것 치워라" "방 정리 하세요." 등등 말만 하면 대충 처리가 됩니다. 말을 잘 안 들으면 가끔 소리의 볼륨을 조금 높이면 먹혀들어가기도 하고..그것도 안 되면, 그렇게 살다가 자기들이 불편하고 창피하면 씻겠지 하고 놔둡니다.
종종 내가 엄마-아니 학부형 노릇을 잘 하고 있는건가 의심이 될 때가 있습니다. 아니, 내가 학부형 노릇은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집에 오면 공부에 관해서는 방치가 됩니다. 밖에 나가면 한국 엄마들은 미국 대학에 보내는 방법, 아이비 반에 넣는 방법, 좋은 학교를 찾아가는 방법 등을 줄줄 외우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너무 방치되고 있다고 확실히 여겨질 정도로 놔두는 것 같습니다.
비교를 하면,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엄마들처럼 열심을 내어서 아이 공부와 대학에 관심을 가지려니 그건 더더욱 자신이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잘 먹고, 잘 자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우기로 했었는데..그것만 챙기는 것으로도 하루가 후딱후딱 지나갑니다. 아이들이 밤 늦게 책을 읽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게 영 딱해서, 저와 제 남편은 10시가 넘도록 숙제가 있거나 책을 읽으면, 꾸짖고 숙제를 못해도 좋으니 잠을 자라고 불을 끕니다. 그러니 숙제가 있으면 미리미리 해야 하는 것이지요. 공부를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해 주면 고맙지만, 너무 싫어하는 공부를 억지로 하게 하는 것은 부모로서 무척 힘이 든 일입니다.
하루가 후딱후딱 지나가는 이유. 아이들이 너무 오래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 않도록 시간을 재 주어야 하고, 컴퓨터에서 누구와 채팅을 하는지 어떤 종류의 웹서치를 하는지도 왔다갔다 하면서 확인을 해야합니다. 같이 도서관에 가서 책을 골라야 하고, 반납 날짜를 챙기도록 확인시켜야 합니다. 양치질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을 해 주어야 하고, 일찍 잘 수 있도록 미리 할 일을 하도록 채근해야합니다.
엄마와 아빠의 "잔소리"의 위력이 아이들을 건강하게 자라게 합니다.
"검사"하는 부지런함이 있어야 아이들이 속이지 않고 성실해지며, 건전한 습관이 형성이 됩니다. 아이가 잘 모르는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도록 도울 열성이 없으면, "공부해"라는 명령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격 뿐 아니라 효과가 전혀 없는 잔소리가 될 뿐입니다.
저희집처럼 아이들의 '학교공부'에 열심을 내지 않는 경우는 아이들이 '일류대학'에 가기를 바라지 않아야 하겠지요. '건강하고 행복한 어른'으로 크기를 바라기 때문에, 축구 연습, 시합이 있는 곳에는 항상 데려다 주고 적극적으로 참석하도록 도와줍니다. 친구들과 건전한 모임을 가지고, 재미있게 노는 자리에도 데려다 주고 데려 옵니다. 아이들이 '시간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도 커다란 일입니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쉬어야 하고, 주말에도 잘 쉬어야 합니다. 지금 잘 쉬고 잘 먹는 것이 내일, 1년 후, 10년 후를 건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지요. 우리 아이들이 10년 후에 어떤 모습일지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부모로서 지금 하는 노력을 보면 아이들의 모습을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많은 친구를 가져서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각자 잘 하는 운동과 잘 다루는 악기가 한 가지쯤 있어서 사회 활동을 할 때 고립되지 않을 것이고, 혼자 있는 시간도 지루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관리를 잘 해서, 언제 일하고 언제 쉬어야 할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언제 놀고 언제 조용히 반성을 해야할지를 알 것입니다. 늘 지겹게 듣던 '양치질 깨끗이 하기' 잔소리 덕에 튼튼한 치아를 유지할 것이고, '균형있는 섭식'을 지겹게 들었기에 몸에 밴 건강한 식단으로 신체적인 안정도 누리게 될 것이구요. 틈틈이 들은 '더불어 살기' 잔소리 덕에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줄도 알게 될 것입니다.
의사도 변호사도 교수도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선가 꼭 필요한 곳에서 성실한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더불어 지내며 '행복'을 잘 꾸려나가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랄 뿐입니다.
사고나 위험이나 재난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이 내 아이들에게는 생기지 않기를 항상 기도하지만, 그런 일을 당하더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잘 이겨나갈 수 있기를 또한 기도하면서 지금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것을 해 주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이 다음에 10년 20년 후에 부모가 이 세상에, 자신들과 가까이 없더라도 무의식중에 베인 부모의 노력과 잔소리가 고마왔었다고 해 준다면..아니 그리 하지 않을지라도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줄 수 있다면 참 고마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일보다도 '엄마'일이 제일 좋습니다. 아이들이 나를 보고 웃어줄 때 너무 행복합니다. 아이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하며 학교를 향해 나갈 때 가슴이 터질듯이 벅차 오르곤 합니다. 8년 10년 전의 '고생' 중에도 아이들의 행복한 미소 하나로, 재롱으로 힘을 얻어 살았듯이 아직도 순간순간마다 아이들은 제 삶을 충만하게 채워 주며, 앞으로도 자신들의 삶을 충실히 일구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저에게 넘치는 만족감을 안겨 줄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엄마.
억만 번을 들어도 기분 좋은 말. 내가 죽을 때까지 손에 쥐고 갈 내 소중한 타이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