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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이 되고 싶은 송화...

글쓴이 강미선

등록일 2007-04-27 10:20

조회수 6,921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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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원봉사하는 새터민(탈북자 가정) 아이들(중2)도 요즘 시험 기간입니다.

2주 전, 공부를 하던 송화가 뭔가 결심한 듯 말하더군요.

 

"선생님, 이번 시험은 아니겠지만, 언젠가는 제가 꼭 전교 1등 할거에요."

 

그 결심하는 모습이 너무나 결연해서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았어요.

 

"꼭 전교 1등을 해야 하는 무슨 이유가 있니?"

 

"네. 작년 우리 반에 전교 1등이 있었어요. 시험 끝나고 제가 그 아이 시험지 가지고 채점을 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아이들이 왕창 몰려 와 가지고는 걔 시험지를 뺏아 가는 거에요.

그 모습을 보고 정말 충격 받았어요...

언젠가는 저도 전교 1등을 해서 아이들이 제게 몰려와 제 시험지를 보고 답을 맞추게 할거에요. 꼭!!!"

 

송화는 그 때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한 것 같았어요.

중학교에 올라 같은 반에 늘 전교 1등을 하는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를 대하는 다른 아이들을 보다보니까, 자신도 전교 1등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나 봅니다. 

 

송화의 말은 계속 이어졌어요.

 

"그리구요, 제가 공부 잘 하게 되면 특목고 갈거에요. 그리고 이 동네를 뜰거에요."

"동네를 뜬다고? 왜?"

"이 동네 아이들은 공부 안해요.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에요. 우리 엄마가 제가 공부 잘하면 좋은 동네로 이사 간댔어요."

 

옆에 있던 혜숙이도 맞장구를 치더군요.

"제가 공부 잘 하면 우리도 이사 갈거에요. 좋은 동네로..."

 

혜숙이는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

"아이들이요, 공부 못하는 애 은근히 무시해요. 아니, 대 놓고 무시해요. 아유~...그래서 공부 잘 해야 해요."

 

그러면서, 사실은 자기도 공부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게 얼마 안되었다고 합니다.

이제까지는 공부하는 재미를 잘 몰랐다구요. 근데 요즘은 불이 붙었다네요.^^;;;

 

"옆에서 아무리 공부해라 공부해라 잔 소리를 해도요, 자기가 못 느끼면 안 해요.

공부를 왜 하는 지, 자기가 느껴야 해요.... 자기가 느끼면 달라져요."

 

이제 겨우 중2...

작가를 꿈꾸는 혜숙이는 제법 어른 같은 말을 하였습니다.

 

넘치는 의욕에 비해 갈 길이 먼 아이들이었지만,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

이제 시험도 끝났을 텐데, 결과가 궁금하네요. 

아마도 단 번에 성적이 오르진 못할 거에요. 그동안 묵은 게 많아서..

 

그래도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면 언젠가는 정상에 오를 수 있지요.

쳐다만 보는 것으로 정상에 오를 수는 없지만, 

한 계단이라도 올라가다보면 언젠가는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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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맘 2007-04-28 22:14 
그렇게 결심한 애는 뭐가 돼도 돼요. 분명히 돼요. 상황이 날 슬프게해도 가난하다고 꿈조차 꿀수 없는건 아니거든요. 그런 욕심은 축복이라고 봐요. 분명히 뭐가 돼도 될거에요. 걔는 공부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지금 어렴풋이 깨달은 거 같애요.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지금의 그 자세로 가면 잘 될거에요. 송화에게 전해주세요. 수많은 아줌마들이 응원한다구요.
강미선 2007-04-28 08:47 

지금 상황에서는 이 아이에서 전교 1등은 의욕만 앞선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습니다.

또, 전교 1등이라는 게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할 높은 가치가 있는 그런 도전은 아닐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있어 '전교1등'은

 

              '다른 사람들이 울타리 쳐 놓은 경계를 넘어서 함께 섞이기'

              '그네들로부터 인정받기'

 

등을 '상징'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걸 완벽하게 해 내고 자신의 피와 땀으로 얻어내는 단 한자리라기 보다는,

그저 다른 아이들에게 인정 받고 섞이는데 한 몫을 하게 할 것 같은, 신 나고 짜릿한 느낌을 줄 그런 것.... 

 

어린 시절 이런 꿈을 꾸었지만 한번도 이루지 못하여

그저 생각만으로도 여전히 설레는 어른들의 때 지난 꿈 같은...

이미 이루었지만 그게 전부였기에 그저 부질없었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간혹 꺼내서 생각하면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한 지난 꿈...

 

그런 것과 같지 않을까...     

감동의물결 2007-04-27 22:47 

마음이 짜안~해지는 글이네요.

어쨋든 강미선님 존경스럽네요.

복 많이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저도 둘째 3살배기 언능 키워놓고 님 처럼

우리애들만이 아닌 다른아이들을 위해서도

지금의 정열 이렇게 쏟아붓고 싶네요...

둘맘 2007-04-27 16:43 

송화란 아이 참 대단하네요.

그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수도 있었는데,

아마도 후에는 1등의 자리에 있겟지요.

제 딸에게 읽어보라고 인쇄했어요.

글 감사합니다.

슬비 2007-04-27 14:50 

이런 글을 읽으면 참 존경스럽고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세상을 보여주시는 분이 쑥쑥에 계셔서 참 고맙습니다. 꾸벅.

강미선 2007-04-27 14:33 

아...정말 부끄럽습니다.ㅡ.ㅡ;;;

저는 이제 겨우 석달 된 걸요. 몇 년 째 봉사하고 계신 영어 선생님도 계시던데.....

 

그리고, 저는 이상적인 수학 교육을 추구하고는 있지만 아직 수학의 최고봉은 아니에요...

타고난 소질이 부족한 만큼 탐구하고 노력하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혹시라도 제가 오류를 범하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고 있구, 가끔 가위 눌리기도 해요...근데, 이게 제가 맡은 평생의 업이려니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좀 더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그저 마음 뿐... 쑥쓰럽기도 하고 용기도 많이 부족해서 실천에 옮기지 못했어요.

아마 지금 이 곳에도 그런 분들 많으리라 생각합니다...(용기를 내세요!!!)

 

저소득층, 소외층 아이들일수록 전문적인 강의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도움으로 아이들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구요. 그런 기회가 전혀 없다면, 자칫 평생 우리 사회의 '주변'에서만 머물 수도 있겠지요...

아이들이 정말이지 너무나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서, 진즉 참여하지 못한 게 부끄럽습니다.

 

제가 처음 이 곳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공동체 교육에 종사하고 계시는 교사들에게 '수학학습 지도 방법'에 관한 연수를 하고나서 부터였어요. 아이들이 잘 먹고 편안하게 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드렸었어요. 수학은 학교 교육에서 참 중요한 과목이라고, 수학에 관심을 가져주시라고...

다행히 선생님들이 제 의견에 공감하셔서, 함께 이런 저런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사랑가득 2007-04-27 14:09 

얼마전에 제가 존경하는 한 분이 교육의 불모지인 시골에 작은 영어도서관을 만들어 그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읽어주면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정말 마음이 뭉클해지고, 교육에서 소외받는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강미선님께서 그런 아이들에게 자원봉사를 한다니, 읽으면서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영어 뿐 아니라 수학도 이렇게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과, 그렇게 바쁘신 와중에 그 아이들을 위해 자원봉사까지 하신다니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제가 아는 그분도 영어의 최고봉에 서 계시고 이상적인 영어를 추구하시는 분인데, 강미선님도 수학에서 최고봉이시고 이상적인 수학을 추구하시는 분이라는 게 공통점이구, 그런 분한테서 배울 수 있는 아이들은 정말 돈 내고도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우는 부러운 아이들이란 생각 또한 드네요.

 

송화와 혜숙이..., 또 다른 아이들 천운을 만난 복받은 아이들입니다.

 

엄마의 욕심, 저희 사랑이도 강미선님 같은 분한테 배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돈 없으면 공부하기 힘든 세상...,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 듣고 갑니다.

강미선 2007-04-27 11:05 

옳으신 말씀입니다....

제가 책임감을 가지고 꾸준히 이 아이들의 멘토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

 

우우네 2007-04-27 10:40 

믿습니다!

다만 중간중간 슬럼프가 올건데 누군가 옆에서 멘토가 되어준다면 정말 금상첨화일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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