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으뜸헤엄이을 구입하면서...2004/01/27 2004-01-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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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특히나 그림동화를 접해주면서 아이보다 더 흥분하고 즐거워지면서
관련 책들도 이렇게저렇게 알게 되어 보게 됩니다

사람이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지만 책 내용을 미리 알고 읽는 것도 아닌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글쓴이들의 생각들이 비슷한 것들을 읽게 되더군요

전에 이상금선생님의 책을 읽고 좋았던 기억으로
아는 언니네 집에 갔다가 발견한 이 책, <어린이와 그림책>에서
자꾸자꾸 되새겨지는 것은 <귀를 통한 독서>라는 구절입니다


독서란 그 자체가 목적이고 즐거움이 되어야 하는데
부지불식간에 글자나 학습을 위한 수단과 방법으로 전이되기 쉬운데
저자는 이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읽는 독서>가 아닌 <귀를 통한 독서>를 말합니다

다음은 책의 일부내용입니다...

...요즘의 어른들은 '이야기하기'를 하지 않습니다. 옛날 이야기를 자신의 말로 이야기해 주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하기'를 잊었기 때문에 언어가 가지고 있는 귀중한 기능이 상실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린이들이 귀로 듣고 마음 속에 영상을 그려나가는 언어체험은 언어교육에 매우 중요합니다. 귀를 통해서 언어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언어의 본래적인 모습인데 이러한 과정을 유아기에 충분히 경험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유아기에는 대체로 책 내용이나 이야기를 귀로 듣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소리에 의해 언어를 획득하게 됩니다. 어른들은 자신도 그러한 체험을 했을 터인데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눈으로 읽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들을 때에는 귀로 듣고 있으나, 어린이는 보다 순수하게 언어의 소리 부분에 의지하여 언어세계에 들어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어린 유아들이 자장가를 듣거나 동요를 노래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린이들에게 시를 좀더 많이 읽어줄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뜻은 잘 몰라도 언어의 즐거움, 리듬이나 소리의 재미를 맛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나는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늘 편집부 사람들에게 이르기를 처음 대하는 그림책 원고는 '귀로 들으라'를 강조합니다. 편집자가 원고를 눈으로 훑어보고 '이것은 좋다'든가 '이것은 나쁘다'라고 해도 믿지 않습니다. 그림책의 좋고 나쁘고를 결정하려면 단연코 귀로 들어야 합니다. 눈으로 읽는 것과 귀로 읽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서점에서 그림책을 고를 때 대충 보아도 그 내용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문장이 얼마나 훌륭한가, 잘 알 수 있는가, 이미지가 풍부하게 나타날 수 있는가는 귀로 들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린이는 스스로 그림책을 읽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귀를 통해서 듣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선별하는 우리도 어린이와 같은 상태로 귀로 들어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언어가 담긴 그림책을 반복해서 읽음으로써 문장의 리듬, 언어의 감각을 확실하게 파악하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림책의 경우 소리내어 읽는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소리로 된 언어를 귀로 듣는 것과 단순히 눈으로만 읽는 언어 사이에는 묘한 차이가 있습니다.귀로 들어서 정말 알기 쉽고, 즐겁고, 아름다운 문장이 있는 그림책이 진짜 좋은 책입니다.....

그림책이란 유아에게 효과가 있거나 교육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유아의 '즐거움'과 연결됩니다. 가르치고 싶은 어른의 기분은 제쳐두고 오로지 어린이가 그림책을 통해서 재미있어 하려면 순수하게 정성을 다해서 반복해서 읽을 것, 그리고 어린이의 기분에 어른이 따라가야 합니다. 행여 앞질러가서 가르치려고 하지 마십시오. 어린이는 스스로 '즐거움'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이 유아가 그림책으로 즐거움을 맛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유아는 마음으로부터 재미를 느끼면 반드시 말을 걸어옵니다. 그 때 부모는 어린이의 기분을 따뜻하게 받아주면서 응답해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따뜻한 인간관계와 정성어린 말을 주고 받으면서 어린이는 만족감에 젖어 그림책의 언어나 그림을 마음 깊이 새겨 풍요로운 내면세계를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귀를 통한 풍부한 체험이 있음으로써 장래의 독서의 기초가 형성됩니다. 풍부한 독서력을 위해 아기때부터 당신의 목소리-레코드나 라디오나 텔레비전이 아닌-노래를 불러주고 말을 걸어주고 이야기를 해주고 좀더 자란 후에는 그림책을 읽어주십시오. 어린이는 어른의 언어를 모방하면서 자신의 언어를 획득합니다. 어린이의 언어는 어른이 준 표준에 따라 창조되는 것입니다.텔레비전이나 라디오, 테잎으로 획득한 언어는 어린이의 성장을 촉구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기계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성장과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연입니다...인간의 목소리는 자연의 소리라는 것을 아기의 귀의 체험과 언어의 체험을 통해 풍부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음악도 아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반드시 모짜르트나 슈베르트가 아닙니다. 아기 때 좋은 음악은 아빠나 엄마, 친근한 사람이 직접 불러주는 자장가나 동요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적으로 잘하고 못하고가 문제가 아니라 노래하는 사람의 느낌이나 생각이 직접 전달됨으로써 아기의 마음이 안정되기 때문입니다. 아기의 마음을 기른다는 것은 이렇게 간단하고 소박하고 일상적인 것입니다.

유아가 그림책의 세계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아기에게 말을 해주고 노래하는 일부터 시작해 주십시오. '여기에 엄마가 있단다'라는 엄마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나타내 주십시오. 엄마의 존재, 이것은 아기의 생명의 지주입니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정성이 담긴 언어가 아기를 길러줍니다. 이러한 정신적 토양에 언어의 씨앗을 한알한알 뿌려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 그림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요즘 제 일상의 화두는 어떤 기준에 의해 아이들 책을 구입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 책이라는 게 보면 볼수록 사면 살수록 욕심이 나기 마련인데
무한정 살 수도 무작정 안 살 수도 없는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책을 구입할까가 너무 궁금하더군요
그동안의 저의 구입기준은...
여러 경로를 통해 알게된 도서목록을 수첩에 적습니다
시간을 두고 수첩에 적힌 책들을 직간접으로 접한 후에야
그것도 아주 인색한 기준으로 재서는 구입하는 것입니다
인색한 기준(그림과 문장의 연결성,글씨체,글씨크기,내용의 유익성과 재미,작가와 출판사...심지어 책의 재질까지도..)이란
대개가 엄마가 선호하는 기준이 되기 쉬워서
어렵사리 구입한 책들을 아이는 또 심드렁하기도 하나
자신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늘 읊조리는 말이....
"결국 읽게 될거야...좋은 책이니까..."입니다

또 하나의 구입경로는
도서관에서 대출을 해서 본 책들 중 아이가 유난히 좋아하는 책을 사는 것입니다
근데 저희 아이의 특징이 요즘 아이같지 않아? 좋고 싫음이 분명치 않아
이 기준에 따라 구입하는 것이 녹록치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또 미묘하게 구입의 주체가 되는 엄마의 주관이 개입해서
아이가 좋아한다손 치더라도 결국 제끼는 일도 전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ㅠㅠ

그런데....
지난번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 중 한권을 책읽어주는 시간마다 들고오는 일이 벌어졌으니
우리 아이의 마음을 단박에 확 휘어잡은 책은 바로
레오리오니의 <으뜸헤엄이>였습니다


레오리오니는 저도 좋아하는 작가라 아이의 옆구리에 낀 책이 뿌듯하고 기쁘더군요
근데 막상 나름의 구입기준에 의거에 사려니....
음 뭔가 개운치가 않은 것이...영...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첫째...가능한한 빌려읽고 돌려읽고...하는 엄마의 눈에 차지 않는 적은 양의 글이었습니다
양보다 질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단순한 보통의 아줌마가 늘 책 구입때문에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선뜻 장바구니에 담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공연후 20% 싸게 구입한 엄청난 양의 글자수가 있는 오필리아는 또 얼마나 뿌듯했게요..ㅋㅋ)
그래...아기오리도 영문판/우리글이 다 있는 판인데 그깟 글자수가 대수랴....
둘째는 반듯한 명화에 길들여진 단순무식한 엄마가 보기에 판화기법의 이책이
처음에는 그딱 매력적이지 않았답니다
도서관에서 낡을대로 낡은 몸으로 우리 곁에 온 으뜸헤엄이는
정말이지 좀 처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가까운 언니가 그걸 뭘 고민하느냐, 아이가 그것도 큰 아이가 좋아하면 사주지 그깟 한권...
그렇게 쐐기를 박아 사기로 결정을 하고 장바니에 턱 담고서
이 책을 읽었던 것입니다

아...역시 탁월한 선택이었어...
라는 생각을 굳히기에 충분했죠...
평소 좋고 싫음이 다소 불분명하다고 걱정하면서
정작 좋음의 신호를 보낸 책에 인색했던 모습이 미안스러웠고
또 한편으로는 줄기차게 읽어줘도 힘들지 않은 글의 양이
이제는 불만이 아니라 만족스런 이유가 된 것을 보면
무엇이든 보기 나름이란 생각입니다....
더우기 이 책은 저자가 말한 좋은 책의 조건을 갖춘 멋진 책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겨우 만원도 안되는 책 하나 사면서 이렇게 골치아프게 산다고
혀를 차실 지 모르겠네요...
모든 일에 이렇게 복잡하고 생각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제가 정말 유일하게 아이들에게 해주는 일이
책 읽어주는 일이다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그래도 개운한 결론에 이르렀으니 얼마나 기분이 상쾌한지 모릅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 으뜸헤엄이마냥
저도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 하루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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