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한국엄마들의 애로사항중의 하나는 미국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못 잡겠다는 것입니다. 한국처럼 이웃집에 같은 반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죠, 주위에 친한 미국엄마가 있는 것도 아니죠, 혹 친한 미국 아줌마가 있다고 해도 영어로 속 시원하게 학교 이야기 나눌 언어적 능력도 딸리고 하니 답답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특히나 우리 아이 선생님이 어떤 선생님인지 대한 이야기는 어디 가서 듣기 힘든 정보중의 하나죠. 이런 건 지나가는 말로 하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선생님하고 상담 할 때 물어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우리가 미국 사람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죠.
언어적 능력이 딸리다 보니 자꾸 학교 행사를 기피하게 되고, 학교에 가는 날에도 행여 누가 나에게 말이라도 걸까 바쁜 척척 땅만 쳐다보고 급한 발걸음을 돌렸던 경험….아마 나 혼자 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학교에서 날라오는 안내문들은 또 죄다 영어로 써 있어서 읽기 조차도 싫고, 해석은 했지만 문화를 모르니 이게 도대체 무슨 행사를 한 다는 얘기인지, 어떤 분위기인지 감을 못 잡아 괜히 정장입고 갔다가 혼자 우아한 아줌마 되기 일쑤고, 혼자 황당한 준비물 가져가 분위기 망치기도 비일비재 합니다.
그런데 모든 것은 실수가 있어야 배우는 법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 행사에서 실수 했다면 그 다음해 같은 행사에 갈 때는 자신 있게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실수 없이 배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 처음 실수를 누가 먼저 하느냐가 미국생활을 좀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미국 학교에는 학부모 자원봉사 기회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자원봉사 하려면 영어가 가장 큰 걱정거리이기도 하지만 가서 어색한 분위기 참기 힘들어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 모르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말도 제대로 못하니 그 시간이 지옥 같은 시간이 될 수 밖에 없죠.
자원봉사가 부담스럽다면 우선 누구나 가야 하는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합니다.
가장 먼저 필수로 참가해야 하는 것은 Back-to-school Night 입니다. 이 것은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면 학부모를 초대해서 학교 전반 안내와 커리큘럼 등을 알려주고 담임 선생님과 만날 수 있는 첫 번째 날 입니다. 물론 정신 없어서 누가 누구의 엄마인지 선생님 조차도 기억 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첫 행사부터 빠지기 시작하면 학교에 적응하기 정말 어렵습니다. 첫날은 다들 어색하고 어려우니 다 입장이 똑같거든요. 사실 행사 같은데 가면 주눅드는 것 중의 하나가 어떤 미국 엄마는 선생님하고 어찌나 친 한지 계속 옆에 달라붙어서 둘이 수다 떠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나도 선생님하고 친하고 싶은데…말도 안되지, 안면도 없지….그런데 그 미국 엄마도 분명 이웃은 아닐 거예요. 자꾸 학교에 얼굴 비추고 다니다 보니 친해진 거죠.
두 번째로 참가 할 수 있는 것은 공개수업 (Open House) 같은 것이죠. 이런 행사는 가서 굳이 누구와 부담스런 대화를 해야 할 필요도 없고, 그냥 옆에 앉았던 아줌마와 인사 나누며 나는 아무개 엄마이다 너는 누구냐 라고 물어보며 통성명 정도 하면 되겠죠. 그래도 우리 아이와 같은 그룹에 앉은 아이 엄마들과는 인사를 나눠서 다음에 지나가면 다시 눈 인사라도 할 수 있게 안면을 틉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학교 소풍 (Field Trip)에 따라 가 봅니다. 소풍은 복잡한 일 하는 게 없습니다. 그냥 chaperon 이라고 해서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 인솔만 하면 되거든요. 선생님도 한국 엄마가 오면 부담스럽게 말 걸거나 일 시키지 않을 거예요. 혼자 인솔하기엔 아이들이 많으니 같이 가는 것이고 또 엄마들이 궁금해 하고 참여하고 싶으니까 이런 기회를 주는 거거든요. 근데 프리스쿨이나 어린 아이들이라면 사실 좀 어렵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도움이 많이 필요해서 이것저것 말 시키고 도와줘야 할 때가 많은데 말이 잘 안되면 그것도 괴로운 일이거든요. 초등 3학년 이상이라면 그냥 혼자 뛰어 다니는 애들 조용히 시키고 줄 서라고 하고 뭐 이런 정도에서 할 일은 끝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학교 파티에 참여합니다. 미국 학교는 파티를 많이 하는데요. 할로윈 파티, 발렌타인데이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 등 연중 다양한 파티가 벌어집니다. 파티라고 해서 우리가 상상하는 우아한 파티가 아니구요. 간단한 다과회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학교 전체 행사 외에도 각 학급마다 Room Parents가 있어서 이런 날 작은 파티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파티를 준비하려면 먹을 것과 접시 등 많은 물품이 필요한데요. 엄마들한테 이 메일로 연락을 해서 기부(?)를 받습니다. 이런 이런 리스트가 필요한데 한가지씩 가져올 것 정해서 답장 해 달라는 식으로요..처음엔 이런 준비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이름을 비추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파티 당일 준비를 위해 몇 명의 엄마들을 필요로 합니다. 아이들 세팅해 주고 정리해 주는 일이겠죠. 그때 신청을 해서 파티를 함께 준비 하는 것입니다. 영어 잘 못 해도 상관 없어요. 그렇게 해서 또 두세 명의 엄마들과 인사도 나누고 학교 분위기도 훔쳐 볼 수 있겠죠.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슬쩍 엿 볼 수도 있구요.
이렇게 쉬운 행사에 익숙해 지면 학교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에 아이와 함께 참여해서 스스로 미국 학교에 익숙해 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선생님을 만나도 불편하지가 않고, 영어 못 해도 불편하지가 않습니다. 행사에 갔는데 누가 나 알아보고 인사만 해 줘도 정말 기쁘잖아요. 그 인사를 주고 받으려면 자꾸 얼굴을 비춰서 서로 편해 져야죠. 한국 사람들은 어디 가서 아는 사람 없으면 안 가는 경향이 있잖아요. 저도 미국에서 한인회 행사 같은 것을 할 때 아는 사람 안 오면 가기 싫고, 가서 우리끼리 뻘쭘 할거 생각하면 그냥 안가고 말고 그랬습니다. 왠지 가서 착 달라붙어 수다라도 떨 사람이 있어야 그 모임에 소속감이 들고 어색하지 않아서겠죠. 그런데 이런 것도 다 내 스스로 자초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내가 먼저 가서 친구를 만들고 다음에 또 만나면 수다 떨 상대가 되는데 처음부터 그걸 피하면 친구라는 것이 영원이 만들어 질 수 없겠죠.
미국 학교는 학부모가 참여 할 수 있는 행사가 많이 있습니다. 저희 아이 학교에서도 다양한 행사들이 많았는데요. 이름만 보고는 대체 무슨 행사인지 감을 잡기 어렵잖아요. 아래 리스트 참고 하셔서 아이들 학교 행사 분석해 보세요~
1) Hoops and Pizza Day(지역 고등학교 농구 게임 보고 피자 먹는 행사)
2) Curve Day (지역 야구팀인 Altoona Curve 단체 야구 관람)
3) Friendship Night (특별한 행사는 아니고 피자 미리 주문해서 가족끼리 돗자리 깔고 앉아서 먹고 아이들 교실 구경시켜주는 행사였습니다)
4) Kids care fair (아이들에게 남을 배려하는 것을 가르치기 위한 행사로 군인아저씨에게 위문편지 쓰기, 새들에게 먹이 만들어주기, 독거노인을 위한 선물 포장하기 등등 어려운 사람들에게 뭔가 봉사하는 경험을 하는 행사였습니다. 이 날 아이들이 만든 물건들은 실제로 지역 단체에 다 기부되고요.)
5) Bingo Night (빙고게임 아시죠? 학교 강당에 다 모여 빙고게임 하는 것인데요. 정말 별거 아니지만 가족끼리 함께 좋은 시간 가질 수 있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아이들이 미리 기증한 안 쓰는 장난감등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나누어 주는 재활용행사이기도 합니다.^^)
6) Halloween Parade (해 마다 할로윈이 되면 각자 커스튬을 입고 학교를 한 바퀴 도는 퍼레이드를 합니다. 이 날은 개성 있게 입고 가서 주위의 관심을 끌어보는 것도 좋겠죠..지금 생각해 보니 이런 날 투자 좀 많이 해서 재미있게 추억 좀 만들 걸 하는 아쉬움이 많네요. 학생 때라 일, 이십 불 쓰는 것도 벌벌 떨며 싸구려 커스튬 사 준 게 후회되더라구요.^^ 그 시간은 다시 올 수 없는 시간인데 말이죠..)
7) S.L.A.M Fair (일명 학예회라고 할 수 있는데요. Science, Literature, Art, Music의 약자로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분야를 하고싶은 만큼 선택해서 작품 만들어와서 전시하거나 그 날 무대에서 뽐내는 날이죠.)
8) Carnival (카니발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랑 좀 달랐는데요. Field Day라고도 하던데 아이들이 이런저런 게임을 하며 하루 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더라구요. 왜 고리던지기, 탁구공 던져서 병에 넣기 이런 것들 놀이공원 같은데 가면 많잖아요. 그런 거 하는 날이더라구요)
이 외에도 많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하기로 하구요. 이처럼 미국 학교는 맘만 먹으면 정말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영어 때문에 한국 엄마들이 잘 참여하지 못 하고 학교를 잘 몰라서 힘들어 하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더라구요. 처음에 조금만 참고 견디면 두 번, 세 번째는 어색한 게 없어질 텐데 말이에요. 학교 행사에 가시면 그냥 자기 아이만 보고 덜렁 오지 마시고 옆에 있는 엄마들이랑 아는 단어 총 동원해서 몇 마디라도 하고 오세요. 그리고 이름 꼭 기억하시구요. 그러면 다음에 갈 때는 왠지 모를 자신감을 느끼게 될 거예요. 엄마가 즐거워야 아이도 즐겁게 학교생활 한다는 거 다 아시죠?
조금만 적극적으로 바뀌면 서글픈 미국생활도 조금씩 자신감이 생길거라고 믿습니다. 미국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한국엄마들 화이팅!
Copyright©Aekyung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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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라는게 참 함부로 할 수 없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 중에서 제일 자유스럽고 관리가 안되는게 ‘입’인것 같아서 참 아이러니합니다. 화가나면 정말 별 말을 다 하게 되고 지나고 나면 금방 후회하게 되잖아요. 행동은 그래도 좀 자제가 되는데 말이라는건 자제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만큼 상대방에서 상처를 주기도 하구요.
그런면에서 보면 영어로 말 하고 사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영어라는건 왠지 조심스러워서 함부로 말을 하지 않게 되잖아요. 욕은 더더욱 안하게 되고….아이들한테도 가끔 영어로 얘기하면 왠지 더 부드럽고 침착하게 말 하게 되더라구요. 우리가 아마 영어로 나쁘게 말할 정도의 실력이 안되서겠죠?
남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살면 서로 얼마나 좋을까요. 나쁜 말이 나온 다는건 그만큼 미움이 있어서겠죠? 상대방이 이쁘고 착하다면 굳이 나쁜 말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머리속에 그리는 모습과 현실은 참 많이 다른것 같습니다. 머리속에서는 동화처럼 순수하게 살고 싶은데 현실에서는 너무 실망스런 내 모습도 보이고, 날 힘들게 하는 것도 많죠. 그래도 자꾸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지내도록 노력해 봐야겠죠?
날씨는 덥지만 즐겁게 지내시길 바래요~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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