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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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보았을때 예쁜 내용과 차분한 그림이 맘에 들어
아이에게 읽어주기 보다 제가 보고 또 보고 한 책입니다.
비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권해드리고 싶어요.
비오는 날의 정경을 마치 수채화처럼 잔잔하게 풀어내고 있거든요.
비가 오지 않더라도 마음이 촉촉해 지는 그런 책이예요.
소녀가 혼자말처럼 가만가만히 하는 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비오는 날
밖에 비가 오고 있나봐.
빗소리가 들리잖아
빗방울이 유리창을 탁탁 두드리고,
지붕위로도 투두둑 툭툭 떨어져.
온 마을에 비가 내리고 있어.
빗방울은 단숨에 지붕에서 처마 밑으로 굴러 떨어져,
홈통으로 쏴아 흘러나오지.
빗줄기는 길바닥을 따라 츨러가.
내일은 내 작은배를 띄울 수 있을거야.
비가 와!
온 들판에 비가 와.
언덕위에도,
풀밭위에도,
연못에도,
쉿, 개구리야!
그만 울고 물 속에 들어가
저 빗소리 들어 보렴.
빗줄기가 장대같이 퍼붓고,
냇물도 쉴새없이 흘러내리는구나.
개울은 언덕을 굽이돌아 시내로 흘러들고,
쏜살같이 강을 지나 바다에 이르지.
파도는 넘실 굽이치며,
힘차게 밀려가, 철썩 세차게 물결치고
미친 듯이 콰르릉대며 솟구쳐오르지.
바닷물이 부풀어올라
하늘에 녹아드네.
비가 와.
내일은 새싹이 돋을 거야.
새들은 거리에서 몸을 씻겠지.
우리는 맨발로 물웅덩이를 뛰어다니고 따스한 진흙탕에 발자국도 찍을테야.
난 물웅덩이 속의 조각 하늘을 뛰어넘을 테야.
온 마을에 비가 내려.
창가에선 화초가 움트고 있을 거야.
난 그걸 알 수 있어.
- 유리 슐레비츠 <시공사>
어떠세요?
그림을 보지 않으셔도 비오는 풍경이 그려지지 않으세요?
그림은 정적이며 차분한 수채화 형식으로 비오는 거리와 들판과 바다와 그리고 비가 막 개인 후의 거리풍경을 잔잔하게 보여줍니다.
혼잣말로 속삭이는 이 소녀는 다락방 안에서 한번도 창쪽으로 몸을 돌려 비를 쳐다보지 않습니다.
등돌리고 가만히 앉아서 빗소리만을 들으며 비오는 이 모든 정경을
상상해 내는 것이지요.
저는 우리 아이도 이 소녀만큼 자라서 빗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나지막히 속삭일 줄 아는 감수성을 가진 아이가
되어 주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목소리 깔아가며 열심히 읽어준답니다.
우리 아이는 가만히 듣고 앉았다가 내가 "재밌어?" 하고 물으면 "아니" 하고 "Rain, rain go away...." 하고 노래를 부릅니다.
그래도 전 더 열심히 읽어줄거예요.
비에 관한 이렇게 아름답고 구석 구석 세밀한 책을 찾기 쉽지 않을테니까요.
사족으로...
그림과 내용이 굉장히 동양적이죠? 작가는 폴란드 사람인데 말이예요.
작가가 한시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답니다.
이 작가의 비슷한 분위기의 <새벽>이란 작품도 있습니다.
내용은 더 심오하답니다.
[일반] 말이 예쁜 동화책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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