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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글쓴이 집토끼

등록일 2003-09-19 17:10

조회수 2,22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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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하루종일 비가오기 시작했습니다.(저는 겨울내내 비가 줄창 오는 밴쿠버에 살고 있습니다-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비와 함께, 자동으로, 정말 자동으로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어두컴컴 해지고, 거기에 꼭 따라오는 외/로/움/증/이 도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시차적응의 선상에 있는 터라(제가 지난 한주간 서울서 있다가 돌아 왔거든요), 아침 일찌기 일어나, 아이들과 남편의 도시락을 꼼꼼이 싸고(샌드위치로요.^^*),아이들 아침을 챙겨주고는, 다리를 질질 끌면서(꿈나라 헤매듯이) 학교길에 나섰습니다.

비가 부실부실 오는데도 아들녀석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엄마, 저요..'하고는 곧, '아니예요.'하는 것입니다. 엄마의 'No!'가 그다음 따라올 대답인 것을 미리 알고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눈치채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랑아, 말해봐.'했더니,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고 싶다는 겁니다. 해서, 큰맘 먹고 OK해 주었습니다. 비에 젖으면 갈아입을 옷 싸서 보내지 뭐. 하는 심정으로 말입니다.

그걸 안 딸내미는 스쿠터를 타고 가겠다고 하기에, 그려그려 맘대로들 하시지...라고 대답하면서 제 머리속에서는, 이 녀석들의 빠른 스피드를 따라잡으려고 무쟈게 열심히 뛰어가는 저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열심히 빗속에서 자전거와 스쿠터를 따라 갔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한참 가다가는 서서 엄마를 기다려 주더군요. 자슥들..많이들 컸어. 이제 엄마 생각도 꼭 해주고..ㅠㅠ 이럴 때 가슴에 작은 통증이 오면서 코끝이 찡해지지요.

아이들 보내고, 집으로 부지런히 돌아와서 소파에 콱 박혀서는 내리 잤습니다. 오후 한시까지 자랑이 교실에 미술시간 도우미로 가기로 선생님과 약속을 한 터라, 자다깨다 하면서 5분만.. 5분만..하다가 12시 15분에 부시시 깨서는 녹차물에 밥을 말아서, 서울서 사온 '멍게젓'이랑 한그릇 후다닥 먹고, 대충 머리 정리하고 학교에 갔습니다.

제 아들이 3학년이 되고는 처음 보는 학급 친구들..아는 얼굴들도 있고, 처음 보는 아이들도 있고..

미술시간인데, 누런 소포싸는 종이를 잘라서 자기들의 수학책 겉표지를 만들더군요. 여러가지 기하학적 무늬로 패턴을 만들어서, 아이들 상상에 따라 수학과 가장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림을 하나씩 그려 넣은 후, 제게 가져오면 제가 그 종이를 오리고 접고 해서 책을 싸 주는 겁니다.

이곳은 아이들이 교과서를 사지 않습니다. '내 교과서'라는 게 없습니다. 1년 동안 빌려쓰는 거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집에 숙제하려고 들고 오는 책들을 보면, 여느 헌책방에서 사온 책들보다도 낡고 후줄근 하고, 콧물, 손때등이 꼬질꼬질 한 경우가 많습니다.

엊그제 학교에서 통신문이 왔는데, 교과서를 여러가지 형태로 파손하는 경우 비싼 책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에 부모님더러 사인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인을 하기 전에, 아이들을 불러놓고, 그 통신문의 내용을 알려주고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는 사인을 해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이들이 포장을 한 책은 새(brand-new)책들이었습니다. 우리가 대학때나 썼던 딱딱한 겉표지, 아주 이쁘고 맛있어보이는 색깔을 한 Math책이었습니다. 책 한권에 최소한 100불은 됨직하더군요. 그러니, 이렇게 공을 들여서 책 표지를 만들어 씌울만 하죠.

이 학급은 3-4학년 혼합반입니다. 제 아들이 생일이 빨라서 2학년 때도 늘 모든것이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씩 성숙한고로 좀 지루해 했었는데, 그래서 은근히 좀 큰 아이들과 합반이 되었으면 했는데, 소원대로 되었습니다. 수업을 지켜보니, 또래만 있는 반보다는 1살 더 많은 형들과 있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아 보였습니다.

작은 아이들 앞에서, 자기가 좀 낫다는 생각에 으스대기도 하고, 말도 많이 하고 기고만장 하던 녀석이, 3학년이 되더니 (주의를 많이 받기도 했지만) 상당히 얌전해 지고, 겸손해진 모습이더군요. 그걸 바라보면서 흐뭇했습니다.

25명의 3-4학년 아이들 반에 한국 아이들이 6명이었습니다. 그 아이들 대부분은 제가 아는 한은 누구보다도 여러가지 면에서 뛰어난 아이들이었습니다. 한국아이들이 그런 위치에 있으니 저 또한 덩달아 흐뭇해지더군요. (한국서 살때는 매국노였는데, 여기와서 이렇게 쓰잘데 없는 곳에까지도 '애국심'을 노상 발휘합니다.^^;;)

학교 얘기를 하려고 마음을 먹으니, 이 글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서, 계속 움직이고 싶어하는 제 손가락을 자제 시키고 이 정도로 물러가야겠습니다.

결론은 밴쿠버에 비가오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비만 오면 낭만적인 감상에 젖어 커피향에 생각을 묻고, 추억을 더듬던 저인데..밴쿠버에서 저는 머리를 소파에 파뭍고 무의식 세계로 가기위해 잠을 청하는 '우울증' 환자가 됩니다. 아주 심각한 일입니다.

해서, 이제 비가 와도 어떤 형태로든 나가 돌아다닐랍니다. 그동안 몇년간은 우울증의 노예로 지냈는데, 조금씩 극복하고 컨트롤 하는 방법도 터득하게 되더군요.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서 초등게시판에 들어오시는 엄마들과 함께 '영어공부'도 시작해야 하고.. 제가 너무 분위기를 어둡게 했나요? 죄송합니다. 자, 불 켭니다. 밝아졌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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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훈초등,경복,서울교대 등 사립보내시는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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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맘 2003/09/20 2,14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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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르쳐주세여!사신분들!

한희맘 2003/09/20 1,70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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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이맘님 넘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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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yang1.. 2003/09/19 1,61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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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쿠버에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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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 2003/09/19 2,22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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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이맘께

 답글 1개 ▼
hanyang1.. 2003/09/19 1,61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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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요....

 답글 1개 ▼
부엉맘 2003/09/19 1,60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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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재선택이 어려워요,,

재니맘 2003/09/19 1,68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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