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가 집으로 왔다. 주희가 18개월!
잠깐 사무실을 쉬게 되었다.
욕심에 주희를 데려오고 싶었다.
집에 있으면서두 떨어져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온 주희는 잘 놀았다. 할머니랑 나들이를 온 걸로 생각하는 모양!
이틀 후 친정엄만 가시고, 주희는 크게 할머니를 찾진 않았지만, 그래도 활기차진 않았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방 안에서 주희는 저쪽에 나는 이쪽에서 서로 멀뚱멀뚱!
나는 앉아있고, 주희는 서있었다.
주희도 심심해 했고, 나두 멋적었다.
어찌나 어색했던지... 그래서 나는 아직 엄마가 되지 못했다고 스스로에게 느꼈었다.
나는 장난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뭔가 가지고 놀 것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에게 sos를 쳤다.
나야, 주희랑 놀아야 겠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장난감을 좀 사야겠는데, 뭐가 좋을까...
ㅋㅋ 이건 엄마가 할 소리가 아닌 걸
그 때 친구는 나에게 책을 사주라고 했고, 나는 아이랑 놀아야하는데 심심해 하는데 무슨 책이냐구 장난감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그 친구는 공들여 책은 훌륭한 놀잇감도 될 수 있다고 나에게 설명을 해 주었고, 그래서 우리집엔 주희의 첫 그림책이 생겼다.
그 때가 18개월즈음 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 얼마나 답답했을까?
나두 어린아이의 엄마들이 물어보면 아이에게 좋은 그림책을 읽어줘야 하는 절대적인 필요성을 목에 핏대 세우며 이야기하건만, 그 친구의 답답했을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간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한 정보를(양질의 정보를) 잘 접할 기회가 없는 엄마들의 큰 오류가 있는데, 책하면 공부를 연상하는 것, 그리고 한글(문자)에 대한 집착이리라.
나 역시 십분 무식한 엄마답게, 아직 별루 필요없을 거 같은데... 라는 친구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쥐뿔 아는 것도 없으면서, 부득부득 한글교재도 구입했다. 책을 읽어주려면 왠지 그것도 구비해야 구색을 갖춘 것 같은 이 엄마의 우스운 판단에서 였다.
다행히 스티커나 붙이고 글자교육 위주의 교구가 아닌 책이 많이 들어있는 한글교구(다 아시져?^^)여서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지금의 정신이었음 아마 그 때 한글교재를 사지는 않았을거 같다. 18개월의 아이에게...
다행히 거의 처음 접하는 그림책을 주희는 너무 좋아했고, 나두 무지 읽어줬다.
그 때의 한글교구를 가지고 수업한번 받지 않았지만, 주희는 책을 그저 많이 읽는 것으로 엄마에게 기쁨을 주었다.
하루에 주희 키만큼씩 책을 읽었다. ㅎㅎ 우리는 조금씩 덜 심심해졌었다. ㅎㅎ
유난히 말이 늦었던 주희! 말은 한 마디도 안했지만(거의 24개월까지)-모든 말은 "이거" 한마디로 통했다^^ - 책 읽는 걸 좋아했고, "이거"하면서 책을 들고 왔다.
거의 늘 읽어 제꼈다고 하는게 맞는 표현이려나^^
그 당시 내가 읽었던 책
"푸름이 이렇게 영재로 키웠다."
영재로 키울 생각도 아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아빠와 엄마의 정성, 아이들이 책을 대하는 시각에 대해서, 그 외 많은 부분들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거 같다.
"그림책을 읽고 크는 아이들"
이 책은 그림책에 대한 나의 시각을 바꿔 놓았으며, 아이들의 눈높이를 이해하고, 아이들의 그림책을 같이 읽을 수 있는 나를 만든 책이었던 것 같다.
그 때는 읽으며 밑줄 그어가며 메모해 두었던, 책들과 저자들이 이젠 너무나 익숙하고 우리집 책꽂이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모든 책도, 정보도 다 제각각 훌륭하지만, 결국 나와 내아이에게 어울리는 무엇이 있는 법!
조금씩 조금씩 내가 공감하는 부분을 발췌해가며 이것저것 읽었다.
여러 쑥쑥맘들이 그러듯이 책도 읽고, 잡지도 읽으며(유아교육 잡지 그런게 있는지도 아마 전에는 몰랐던거 겉다. 그때 쑥쑥만 알았더라면 ㅜㅜ) 밤을 새기도 했다.
지금 와서 보면 내 머리속에 차지하고 있는 주희에 대한, 또 유아교육에 대한 막연하나마 뚜렷한 나의 주관들은 많은 정보를 접하며 끄덕끄덕 공감하고 가끔은 고개를 젓기도 하며 콩나물에 물을 주듯 서서히 시간을 두고 이루어진 것들이리라.
그렇게 조금씩 주희의 교육적인 부분은 내게 학습이 되어 갔지만, 가슴으로 엄마가 되는 것은 더욱더 힘들었었다. 생후 1년여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평생을 두고 남으리라... 생각했었다.
언제나.. 조금씩은.. 낯설었었다. 둘이서만 보내는 시간이 늘 긴장이 되었었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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