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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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 신혼살림을 차린 집은 방2칸, 거실 없는 거의 주방 이렇게 구성된 상가주택이었다.
그 중 큰 방은 장롱과 침대, 화장대로만 구성되었었고, 나머지 작은 방에는 TV와 오디오, 그리고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꽂이와 컴퓨터가 있었다.
전공책이 많은 우리 직업의 특성상, 책을 특별히 사랑한다기보다는 신랑이나 나나 짐의 절반?이 책인 관계로 장식적인 역할을 하였다.^^
큰 방에는 침대가 한 쪽 벽면에 붙어있지 않고, 방 가운데 있었는데 어짜피 밤에 들어와 잠만? 자는 생활패턴에 가장 걸 맞는 구조가 아닐 수 없었다.^^
우주의 중심이 바뀌다.
그러던 우리 집에 주희가 돌아온 건 주희가 4살이 막 시작되던 무렵....
집이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처음 한 일을 큰 방 비우기!
작은 집이었던 터라, 특별히 거실이 없었기에 큰 방이 삶의 터전이요, 주희의 놀이터요, 안식처였다.
덕분의 우리 집의 중심이던 침대가 작은 방으로 쫓겨 나고, 화장대가 쫓겨 나고, 요지부동의 장롱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작은 방에 그야말로 빼.곡.히 박히게 된 것이다.
그 넓힌 큰방에 주희를 위한 키높이 책장을 사고, TV와 비디오, 오디오를 옮겨오고, 아기용 놀이책상과 의자를 사고... 주희의 잡다한 장난감이 들어오고, 우주의 중심이 바뀌었다.^^
그 때는 집이 작았지만, 방 하나가 그래도 제법 컸었다.
큰 창이 있었는데, 창 아래에 주희 손에 모두 닫는 높이의 책꽂이를 쭉~ 배치하고, ㄱ자로 만나는 벽에 낮은(앉을 수 있는 높이의) 책꽂이를 두어 의자 삼고, 플라스틱 아기용 책상과 의자를 두었다.
그 옆에는 바닥에 깔고 앉는 쿠션을 두어 앉으나 서나? 책을 즐길 수 있게 배려하였다.^^
그 당시에는 신혼물품 1호 장롱이 차지한 것 외에 나머지 벽3개를 온전히 쓸 수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으면, 우리 부부는 주희의 방에 세 들어 살았다.^^
이것이 우리집 도서관 1호였던 것 같다.^^
아쉽지만, 그 때의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워낙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 게을렀던 나였기에…
지금 생각하니 아쉽기 짝이 없다.
우리집 도서관을 만들다.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번엔 거실도 있어서 좋아라 했다.^^
“우리의 소원은 거실~”
이사를 가기에 앞서 내가 누군가! 그래도 명색이…
남의 집은 의리의리하게 계획하면서도 언제나 소박하여라 우리집~
Anyway,
가구배치를 계획하면서 작은 방에 있던 “한 벽면 책꽂이”를 거실에 두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물론 벽이 더 넓었으므로 책꽂이 확장이 필요했다.)
그러나 난관에 부딪혔다.
다들 난색을 표하는 식구들!
아니지, 지 방 외에는 도무지 관심 없는 주희를 제외하고, 신랑부터 하다못해 친정집 식구들까지 아예 쌍수를 들어 반대의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관문 열고 들어서자마자 책꽂이가 보이는 집이 어디 있냐.
정신 없어서 TV라도 마음 놓고 보겠냐.
마음 쉴 데가 어디냐..
심지어는 이사하는 날, 이삿짐 날라주던 포장이삿짐센터 직원들까지 이 이상한 가구배치 때문에 일이 더디다고 투덜대었었다.
주인 아줌마의 지시 없이는 뭐 하냐 장소를 예측할 물건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
한마디로 상식 밖이라는 이야기!
내가 이사 내내 투덜거리는 신랑과, 이삿짐센터 직원들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책꽂이 세팅이 끝났을 무렵,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이상해요? 괜찮지 않은가요?”
아줌마 왈 “TV 받침대가 젤로 맘에 드네요!”
“@@”
그렇게 탄생된 우리집 도서관!
갖은 난관에 굴하지 않았던 나의 의지가 만들어낸 결실^^
주희가 그림일기에 그린 비디오 보던 날이다. 그런데 책이 더 인상적이다.^^
나의 생각은 이러했던 것이다.
1. 우리집에 일년에 한 두 번 격식 차릴 손님이 오셔봐야 얼마나 오신다고... 우리 살기 편하고, 제일로 사용빈도가 높은 것이 사람들이, 젤루 많이 모이는 거실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실은 손님 접대용이 아니다.
2. 저녁에 퇴근해서 서너 시간 주희랑 함께 지내는 것이 우리집 생활패턴의 대부분이고, 또 그 대부분 시간은 책 읽어 주기일 텐데, 젤루 넓은 공간 모셔두고, 좁은 방(아파트 작은 방은 너무 좁죠?)에서 옹기종기 모여있기 싫다.
3. 책 읽는 공간이 제일로 편하고 아늑해야 하는데, 아파트 뒤쪽방은 너무 어둡고 황량하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의 우리집 도서관이 자리를 잡게 되었고, 지금은 오시는 분은 누구나 좋아하는 곳이 되었다.^^
(그런 분들만 오시는 건 아닌지…^^)
책 읽기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을 곳곳에 만들어라.
위 탁자는 부산출신인 내가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며 자취하던 반지하 원룸부터 가지고 있던 탁자이다.
당시 지금의 남편과 결혼 전 함께 업 외 아르바이트를 잠깐 하였었는데^^, 그 때 수입으로 장만한 것이다. (뭔 생각으로 저지른 일인지…)
그 때도 원룸 한쪽 벽에 작은 책꽂이를 두고(그 장식용 전공책 덕에..) 그 앞에 이 테이플 세트를 두었었다.
밥도 그 위에서 먹었고, TV도 그 위에서 보았고, 전화도 거기서 받았다.
덕분에 빼꼽한 앉을 바닥이 없었고, 침대와 그 테이블을 둘러 다니며 생활해야 했었다.^^
그 것이 신혼집에서는 식탁으로, 때로는 컴퓨터 의자로, 등등 용감무쌍 변신을 거듭하다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
지금은 우리집 도서관 내 책 읽는 테이블이 되었다.
책은 여기서만 읽는 것이 아니다.
엄마가 요리할 때는 식탁에서도 읽고, 거실 한 켠에는 쿠션이 있어서 거기서도 읽고, 밤에 엄마아빠가 취미생활(TV시청)을 할 때에는 제 방 책상에서도 읽는다.
밤이어서 거실이 어두우니, 스탠드 있는 네 책상에서 읽거라~가 그 이유다. ^^ 속이 빤히 보인다.^^
뭔가 푹신한 것을 책꽂이 옆에 두기...
낡아빠진 쿠션이 있어 드디어는 버릴까 하여 잠시 주희방에 버려두었었는데 지금은 제자리가 되었다.
주희방 책꽂이 바로 옆이라, 지나가다 책을 뽑게 되면 거기서도 몇 줄 읽는다.
지나가다 보니 책이 눈에 띄기.
책꽂이 주변에 (특히 앞쪽에) 무언가 잔뜩 쌓아 두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특히 책꽂이 앞에 간단한 것들을 잠시 얹어 두는 경우가 많은데, 책을 뽑아 드는데 심적 방해물이 된다.
누구냐? 내가 책 뽑는 앞길을 방해하는 것이..
장난감은 따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 공간을 둔다.
책을 집고 보니 기댈 곳이 있기.
책을 집고 책 읽을 곳으로 멀리 이동하면 그 동안 오만 것들이 태클 들어온다.
장난감부터, 바닥에 흩어진 각종 것을 까지…
책 한 권을 보고 난 뒤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고, 바로 꽂을 수 있는 거리에 책꽂이가 있어야 본 김에 한 권 더 본다.^^
놀다 보니 책 보이기.
책이 이곳저곳에 있어야 할 이유다.
놀이도 중요하고, 독서도 중요하다.
책 보다 보니 장난감이 보이면 그 쪽으로 집중 들어가는 것처럼, 놀다 보니 책이 보여 집어 들어볼 수 있게 여기저기 흩뿌려 놓아라.
아이가 제일 많이 머무르는 장소에 책꽂이를 두어라.
덕분에 우리집 거실의 주요물품 책꽂이, 주희 만들기 도구며 재료들, 그림 그리기 도구, 글 끄적거릴 도구, 그리고 TV와 비디오…
주희는 TV를 스스로 보겠다고 하는 일이 별루 없다.
사실 잘 안 보여 주어 어린이 프로가 일정시간이면 시작하는 지도 잘 모른다.
(언제까지 갈지.. 이제 초등학교를 앞두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TV가 가장 중심을 차지하는 다른 거실에 비해 우리집은 그나마 일부인 셈이다.
엄마, 아빠가 TV를 보고 있어도, 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곳이 저의 주 활동무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것이 제가 주희의 책읽기를 도와주기 위한 환경적인 노력들이었다.
하루아침에 된 것도 아니고, 조금씩 조금씩 업그레이드되어온 것이다.^^
하나의 목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있을 때 그 방법적인 부분들은 계속 발전되어 가는 것 같다.
그럼 환경만 마련하고 나머지는 아이의 몫인가?
하드웨어가 있어도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시스템은 돌아가는 것!
좋은 책 아이에게 많이 보여주기, 아이책에 지속적인 관심 갖기, 책읽기와 함께하는 재미있는 일들 만들기.. 엄마의 노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는가?
아주 어렸을 적 나는 할머니 댁에서 자랐는데(어릴 적 주희와 같은 신세^^) 초등학생이 되어서야 엄마집에서 살게 되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책을 구경도 하여본 적이 없었으며, 초등학생 때부터 보게 된 책 읽기가 너무 좋았다.
어릴 적 책을 읽고 있을 때 심부름을 시키면 그게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마는 그 흔한 계몽사 동화전집 한 번 사 주시지 않으셨고, 나는 책이 있는 친구네에 가기만 하면 침을 흘리며 책을 읽었고, 꼭 한 두 권은 빌려오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
엄마의 논리를 이러했다.
“전집이 있으면 아이가 질려서 잘 보지 않을 것이다. 서점에서 한 권씩 사다 보는 편이 더 좋다.”
물론 아주 맞는 말씀이시기도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때, 그 때 달라요~
지금보다는 환경이 열악하여 주변에 편하게 다닐 도서관도 없었으며, 집에는 책에 많지 않았고, 서점에 가는 일은 아무래도 정기적이지 않은 일이고, 특별히 마음 먹어야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릴 적에는 아무래도 부모님의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한 부분이고..
그러면서 초등5학년 때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시험을 치던 우리학교 덕분에^^, 나는 학교공부에 매진하는 착한 어린이가 되었다.^^
책 읽기 습관이 밥 먹는 일처럼 되기도 전에..
아이의 흥미가 있다고 하여도 잘 습관으로 연결되지 못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지금도 나는 소설책이나 생각을 키우는 책을 읽을 시간이 별루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와 말 한마디 더 하기 위해서 영어책을 보는 일이 그나마 더 많고, 아이의 교육을 위한다거나 하는 목적의식을 가진 책을 그나마 읽을까…생각하는 정도다.
이러면서 아이가 책을 즐기는 아이가 되어달라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모든 엄마가 좀 각성해야 할 부분이다.
엄마가 정말 책 읽기를 즐겨 하는가…
어제는 주희에게 보여주려고 주문한 만화한국사이야기를 내가 읽고 있었다.
이제는 주희의 독서력이 제법 높아져서 주희책을 읽어도 내가 재미를 느낄만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 듯도 하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 주희 유아, 유치단계의 동화책은 내가 재미있게 함께 읽었다기보다는 의무감으로 읽어주었던 적이 더 많았다.)
처음에는 주희에게 읽혀도 좋을 것인가를 살펴보기 위해 읽어보았는데, 내가 재미있어 하루 종일 들고 있었다.
주희는 저도 보고 싶어서 기웃거리고, 쟁탈전과 신경전이 벌어진 끝에, 오전 무렵에 내가 읽고, 저녁 무렵에 주희가 다 읽었다. 함께 보았다는 것은 묘한 동지애를 준다.
함께 읽을 때 이외에도 아이가 읽는 책을 엄마가 혼자서 열중해서 읽는 모습은 아이에게도 좋은 모습이 될 것 같다.
어제 저녁 “도전! 골든벨”에서 골든벨을 울린 학생이 떠오른다.
그 학생은 그 학교의 공부를 잘해서 누구나 기대하는 기대학생이 아니었다.
아나운서는
“한명의 기대학생보다 99명의 가능성을 가진 학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시간이었다”라고 하였다.
그 학생은
“잡학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 책과 신문을 즐겁게 보는 것이 비결이 된 것 같다”고 하였다.
우리는 우리 아이가 그 기대학생 1명이 되기를 희망하는가,
아니면, 가능성을 가진 그 99명 중의 한 명이 되기를 희망하는가…
나는 아이가 시험기간에 시험공부 대신 책을 읽을 때 말리는 엄마가 될 것인가,
아니면,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엄마가 될 것인가..
나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 것일까..
